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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예수님이 오게하는 방법

등록 2021-01-18 07:54수정 2021-01-18 07:59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세밑에 존경하는 신부님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제가 서품 40년이 훌쩍 넘었는데 부활, 성탄미사를 못 한 건 생전 처음입니다. 사방이 온통 어둡고 뒤숭숭해서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이 없습니다. 예수님이 빨리 오셔서 환한 새해를 맞는 건 그냥 꿈이겠지요?’

당신 말씀마따나 정말 사방이 온통 어둡고 뒤숭숭합니다. 코로나 전염병으로 온 세상이 아우성이고, 그 중에서도 특별히 가난한 이들이 겪는 고난은 그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사람들이 보여주는 ‘탐진치 (貪瞋痴)’, 욕심과 어리석음, 성냄은 코로나보다 더 무섭습니다.

엊그제 TV를 보니 감옥에서 나온 조두순 집밖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가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더군요. 창문에 돌을 던지고, 가스 배관을 타고 위로 올라가고, 차 위에 서서 발을 구르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짜장면을 시켜먹고. 저 사람들이 왜 저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유투브 방송을 하는 이들이라는 겁니다.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니까 저런 행동도 서슴치 않는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어디 저들만 그런가요.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그렇습니다.

내 친구 하나는 무슨 사정이 생겨 아파트를 6억원에 팔고 전세로 이사를 갔는데 팔아버린 아파트값이 불과 4년만에 18억원, 3배로 올라 그 처가 너무 속이 상해 몸져누웠다는군요. 이런 집값 폭등을 놓고 사람들은 말하기가 쉬워서 장관이며 대통령 탓을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 생각해 보면 집값을 그렇게 올린 책임은 바로 우리에게 있습니다. 정부가 오랜 세월 온갖 규제책을 다 내놓아도 귀신같이 이를 피해 부동산 투기를 합니다. 모두가 내 집 값 오르기만 바랍니다. 자기가 그래 놓고 애꿎은 남 탓을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문자 그대로 ‘탐진치’라. 우리의 욕심이요, 어리석음이요, 성냄이지요.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요즈음 일부에서 공수처법을 통과시킨 국회를 향해 의회독재라고 목청을 높입니다. 독재? 국회의원 3분의 1을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하던 유신시절, 내 친구들은 이건 아니라고 말 몇 마디 하기도 전에 학교 안에 득실거리던 사복경찰들에게 붙들려 감옥에 갔더랬습니다. 지금은 아무리 대통령이며 국회를 향해 독재라고 욕을 하고 막말을 해도 아무도 잡혀가지 않습니다. 사실 공수처 설치는 과거 여야 모두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제도입니다.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를 두자는 거였는데 공수처가 또다시 지금 검찰처럼 권한을 남용할 위험성은 남아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도록 완전한 분리가 이루어지면 결국은 없어져야 할 제도입니다. 이런 과도기적 공수처를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국회에서 다수결로 정하는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입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이해타산에 따라 국회 다수결을 독재라고 딱지 붙이고 언론이 이를 확산시켜 사람들을 극한대립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욕심과 어리석음, 성냄의 소치입니다.

그런데 저 옛날, 2천 5백년 전 플라톤도 이미 같은 탄식을 했더군요. 과두제 정치를 해보니 사람들이 지혜와 정의는 내팽개치고 이윤을 남기고 재화를 모으는 데만 전념한다고. 민주정에서는 방종과 와해가 만연하고, 참주제에서는 순종하는 군중을 거느린 영도자가 동족을 무참히 억압한다고.

예수님 시절에도 그랬지요. 유다의 정치, 종교 기득권층은 물론, 당신을 따른다고 나선 제자들조차도 하늘나라에서 더 높은 자리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모두 모두가 다 욕심 많고 어리석고 화 잘 내는 세상이었더랬지요. 당신께서는 그런, 사방이 온통 어둡고 뒤숭숭한 세상에서 절망하지 않으시고 자그만 사랑의 겨자씨 하나 심으셨지요. 그리하면 십자가에 죽을 줄 알면서도 끝까지 그 길을 걸어가셨지요.

신부님은 성탄 축하 메일 말미에 저에게 이리 물으셨습니다. “예수님이 빨리 오셔서 환한 새해를 맞는 건 그냥 꿈이겠지요?” 신부님은 답을 아시면서 물으신 겝니다. 신부님과 제가 예수님 가신 길을 제대로 따라가면 우리를 통해 바로 예수님이 오시는 거라고. 그래서 환한 새해가 밝을 거라고.

김 형 태/ <공동선> 발행인 & 변호사

***이 시리즈는 격월간지 <공동선>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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