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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좋은글

야만의 아스팔트 뚫고 나온 풀꽃같은

등록 2008-01-23 18:28

[조현이 읽은 책] 문규현 신부 ‘그래도 희망입니다’

홍성담 그림 ‘생명의 산’ 삼아 솟아나는 옹달샘  
 지난 2003년 세 발자국 걷고 한번 엎드려 절하는 삼보일배로 부안에서 서울까지 아스팔트 길 위에서 65일을 보낼 때 문규현 신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고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그의 얼굴에선 평화의 기운이 늘 함께했다. 보일듯 말듯 한 그의 웃음은 야만의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한떨기 풀꽃이었다.

 그 풀꽃같은 책이 나왔다. <그래도 희망입니다>(현암사 펴냄)이다.  문 신부가 글을 쓰고, 또 한명의 예언자인 홍성담 화백이 그림을 그렸다. 때로는 우리의 완고한 틀을 뒤흔들고 때로는 생명의 잔치를 찬미하는 찬가같은 홍 화백의 그림이 생명의 산이라면 문 신부의 글은 그 산에서 솟아나는 옹달샘이라고나 할까.

 문 신부는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만큼 강고해 보였던 독재의 철벽 앞에서도 움츠리지않은 산같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과연 잘 될까?’, ‘상처 받고 실패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은 우리를 그냥 이대로 살라고 유혹한다”면서 “그러나 열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 용기가 필요하며, 용기는 늘 두려움과 함께 간다”고 했다. 그는 또 “용기는 소망을 현실로 만드는 사랑의 표현”이라면서 “안전함과 편안함 속에 머물려는 욕구가 커질수록, 자신의 영역 속에만 있기를 고집할수록, 아무런 용기를 낼 필요가 없는 듯한 순간일수록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그가 말하는 용기는 상대를 향하기보다는 자신을 향한 것이다. 그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맞닥뜨리더라도 피하고 외면하면 결코 치유되지않는다”면서 “이 악물고 아픈 현실과 마주 서야한다”고 했다.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 새 살이 돋아나도록 응원하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의 몫이며 내 안에 힘이 생기고 튼튼해져야 화해할수 있고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를 타협을 모르는 싸움꾼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기심이 아니라 인간과 생명, 자연을 향한 그의 기도문에서 ‘생명의 산’ 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기도와 기대는 다르다고 말한다. 기도는 나를 움직이게 하지만 기대는 타인을 향하기에. 그래서 기대는 다른 이가 뭔가 해 주길 바라기에 자칫 불화와 집착과 슬픔을 키우지만, 기도는 나를 변화시켜 길을 찾게 하기에 가진 것에 감사하고 모든 긍정적 가능성 앞에 자신을 활짝 열어두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도 이런 글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이런 성직자가 있다는 것은 분명 이 시대에도 희망이 있다는 증거다.   ■ 문규현 신부의 묵상록 ■   -바람

 바람의 미덕은 흐르는 데 있습니다. 자유로움에 있습니다. 저 가고 싶은 데로 불어 균형을 이루는 데 있습니다. 경계와 경계를 허물고 구석구석 다가가 소외의 벽을 넘어섭니다. 생명의 홀씨를 나르며.

 

 -두려움

 두려움을 떨구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 그냥 한 걸음 들어서는 것이 용기입니다.

 

 -아이들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하는가 고민될 때 아이들의 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용기

 아무런 용기를 낼 필요가 없는 듯한 순간일수록 용기가 필요합니다. 미안하다 말하는 용기, 사랑한다 말하는 용기, 내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용기, 새로움을 시도하는 용기…. 용기의 문턱에 서면 망설임과 두려움이 다가오지만 막상 넘고 보면 생각보다 높은 턱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로 남

 고통스러운 현실을 맞닥뜨리더라도 피하고 외면하면 결코 치유되지 않습니다. 이 악물고 아픈 현실과 마주 서야 합니다.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 새살이 돋아나도록 응원하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의 몫입니다. 내 안에 힘이 생기고 튼튼해져야 화해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습니다.

 

 -생명의 무게

 생명의 무게는 사랑과 마음의 무게입니다. 사랑과 마음이 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것도 쉬이 황폐해집니다. 이는 곧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눈물

 내 테두리를 넘어 타인을 위해, 미래를 위해 흘릴 뜨거운 눈물 한줄기 정도는 가슴 깊이 남겨둘 일입니다.

 

 -기도

 기대는 타인에게 뭔가를 원하는 것이지만, 기도는 없는 것에 슬퍼하지않고 가진 것에 감사합니다. 모든 긍정적 가능성 앞에 자신을 활짝 열어두는 것, 신뢰로 가득한 마음이 기도입니다.

 

 -선물

 선물은 절망과 막막함에 짓눌리지 않고 희망과 끊임없이 대화할 때 이루어지는 결실입니다.   조현 한겨레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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