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타마 싯타르타 태자가 태어났을 때 히말라야의 도인인 아시타 선인은 아이의 운명을 왕에게 예언한다. 세간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될 것이고, 출가하면 붓다가 된다는 것이었다. 전륜성왕이란 세상의 제패자다. 출가한 싯타르타 대신 인도에서 전륜성왕으로 불리는 이가 바로 붓다의 입멸후 200여년 뒤에 왕위에 올라 36년간 다스린 아쇼카다. 아쇼카는 고대 인도의 지역종교였던 불교를 아시아 전역으로 퍼트린 장본인이다. 또한 인도 불교 성지마다 볼 수 있는 수많은 수투파(탑)와 석주는 대부분 아쇼카에 의해 세워진 것들이다. 불교가 쇠퇴한 인도지만 국장(國章)은 아쇼카석주의 사자상을 쓰고 있다. 그만큼 아쇼카는 인도역사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다. 불교사에서도 그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지상 최대의 폭군에서 가장 자비로운 군주로 변했다는 그 아쇼카를 인도학박사 이거룡(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교수가 본격 조명해 <전륜성왕 아쇼카>(도피안사 펴냄)를 내놓았다.
팔리어 문헌에 따르면 아쇼카왕은 이복형제 99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다. 이어 마우리야 제국의 60만 대군을 이끌고 마지막까지 항전하던 칼링카왕국을 침략해 승전한다. 하지만 이 전쟁으로 살육된 10만명의 참상을 본 아쇼카왕은 깊은 슬픔과 회환을 느끼며 무력 정복을 버리고 불교적 ‘다르마’(진리)에 다라 살며 자기 백성과 인류에게 봉사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다르마를 통해 정직, 진실성,동정심, 자비, 자선, 비폭력,검약, 무탐욕, 불살생을 실천한다. 공공사업을 벌여 병원과 가축병원을 세우고, 의약품을 공급하고, 가로수와 과수를 심고 우물을 파는 선행을 이어간다. 또한 자신의 아들과 딸을 스리랑카의 포교사로 보낼만큼 불교의 전법에 열심이면서도 불교 외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관용을 보이며 분쟁을 넘어선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삶으로 보여주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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