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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좋은글

욕망이 바로 최고의 에너지다.

등록 2009-06-03 15:27

“‘나는 종교인이니까 마음대로 즐기면 안돼.’ 그들은 쾌락을 너무 의심하게 되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불행하게 사는 것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쾌락이라도 경험하게 되면 거북하게 느낀다. 그들은 초콜릿 한 조각을 먹을 때도 자신이 사악하고 탐욕스럽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 그런 경험들을 단지 그대로 받아들이기는커녕 죄의식과 자책으로 자신들을 옭아맨다. 그러나 그런 마음가짐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쾌락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다.”

 

마치 쾌락주의자같은 이 발언의 당사자는 누구일까. 라마 예쉬(1935~84)다. 불과 49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전세계에 120여개의 티베트명상센터를 세웠으며, 티베트인들이 달라이라마와 함께 가장 존경하는 밀교 수행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책 <딴뜨라 입문>이 번역출간됐다.

 

이 책은 ‘욕망을 승화시키는 수행’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일반적으로 종교인들이 죄악시하는 욕망을 어떻게 해탈의 에너지로 승화시킬지를 제시해주고 있다. 욕망이야말로 수행의 최고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단한 변화를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까? 그렇게 심오한 변화를 가져오는데 필요한 자원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그 힘을 원자핵에서 추출할 필요도 없고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가 머나먼 별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그게 아니라, 탄트라 수행의 심오한 변화과정 속에 포함된 근본 에너지는 우리 자신의 욕망 에너지다.”

 

라마 에쉬는 죄의식이나 불행감은 더 큰 심한 불행을 가져올 뿐이라고 경고한다. 쾌락을 멀리하기보다는 마음껏 즐기고 그 즐거움의 에너지를 자기실현과 깨달음을 얻는 신속하고 강력한 수행의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쾌락이나 욕망을 죄악시하기보다는 왜 일시적인 쾌락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계속되고 더욱 더 욕망에 집착하게 되는지 그 본질을 꿰뚫도록 이끈다. 또 라마 에쉬의 가르침은 쾌락에서 쾌락으로, 불만에서 불만으로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는 욕망의 에너지가 탄트라의 연금술을 통해 초월적인 통찰과 희열의 체험으로 이어진다면 하위의 쾌락에 대한 집착은 점차 사라진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중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성에 대한 성적 욕망과 갈애에 생의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라마 예쉬는 인간은 반쪽을 채워야만 완전한 사랑을 갖는 것이 아니라 원래 홀로서도 온전하며, 온전한 사람을 지니고 있음을 깨우치도록 이끈다. 그래서 각각의 남자가 완전한 남자이고, 각각의 여자가 완전한 여자라는 것을 깨달으면 그 모든 갈등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남자와 여자는 여성에너지와 남성에너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우주의 모든 에너지의 집합체라는 것이다.우리가 완전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순간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느냐만이 문제일 뿐이라고 한다.

 

그는 티베트 밀교에서 남녀가 성교하는 불상인 남녀교합상에 대해서도 그런 에너지차원의 깨달음을 형상화한 것으로 설명한다. 희얼에 찬 남성에너지와 꿰뚫어보는 불이(不二)의 지혜인 여성에너지의 통합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경험하는 통상의 쾌락은 어둡고 무지로 인해 혼미하며 어떤 일시적 흥분은 있을지 몰라도 명료한 정신도 없고 빛도 없다면서 탄트라 수행에서 경험하는 쾌락은 빛과 통합하는 것이라고 한다.

 

라마 에쉬는 “우리의 생각과 욕망을 억누르는 것은 마치 끓고 있는 물을 주전자 뚜껑으로 눌러서 끓어오르지 못하게 하려는 것과 같다”며 “제일 현명한 방법은 그 생각들을 따라가지 말고 관찰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그 생각들의 충동적인 에너지를 빼앗기 때문에 마치 끓고 있는 물주전자를 불에서 내려놓는 것과 같아서 마침내 고요함과 청정함이 우세해진다는 것이다. 주민황 옮김.

 

조현 종교명상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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