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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좋은글

아, 이제 즐겁게 출근할 수 있을 것 같다.

등록 2009-07-16 18:58

 직장을 잡기 위해 발버둥치는 세상이다. 하지만 정작 직장에 들어간다고 해서 이제 ‘고통 끝 행복 시작’은 아니다. 백수로서 겪은 고통과는 또 다른 고통을 겪는 경우가 적지않다. 직장 선후배와 동료 사이에서 겪는 괴로움 때문에 정말 죽고 싶은 때도 있는 것이 직장인들이다. 개인의 내면적인 문제만큼이나 ‘관계’의 문제는 우리의 행불행의 결정적인 요소다.

 과연 어떻게 하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직장에 가는 게 아니라 소풍을 가는 어린아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직장을 찾을 수 있을까. 직장 생활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의 하소연에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이 답한 내용이 <행복한 출근길>(김영사 펴냄)로 출간됐다.

 법륜 스님은 즉시 묻고 즉시 답하는 부처님 당시의 대기설법을 즉문즉설로 되살려냈다. 자신의 고통 때문에 터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은 채 바다위의 부표처럼 떠도는 직장인들을 평안의 세계로 이끄는 그의 기술은 탁월하다. 천가지 만가지 질문에도 그의 답은 언제나 시원하다. 어떠한 질문에도 답은 하나다. 대상이 아닌 그 자신을 직시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억겁동안 습관에 길들여진 중생들은 결코 대상에 대한 시비심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법륜 스님이 필요하다.

 진리가 온 우주에 가득하다고 해도 내 마음과 소통되지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법륜 스님은 그 막힌 통로를 뚫어주는 보살이다. 대상에서 마음으로 관점을 돌리기 위한 잔인하고 냉혹한 그의 경책이야말로 가장 큰 자비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많은 법비가 내려도 바가지를 뒤집어 들고 있으면 한 방울의 물도 담을 수 없는 것처럼 그가 던지는 냉혹한 자비의 죽비를 맞을 준비를 하지않는다면 지금 이 순간 고통에서 해탈될 방법은 없다. 그러나 그의 폭포수같은 죽비를 시원하게 맞을 마음의 자세를 갖는다면 그는 지금 이 순간 온 몸과 마음의 열기를 시원하게 날릴 수 있다.

 법륜 스님이 직장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이들의 질문에 답한 즉문즉설 가운데  두문답만 요약해본다.

 -직장에 저보다 열 살 정도 어리지만 일의 경험이 많은 여자 선배가 있는데, 툭하면 트집을 잡거나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사도 잘 받지 않습니다. 일에 지장 받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지만 함께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게 괴롭습니다. 같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십시오.

 =직장에 들어가니 여러 사람 가운데 나와 안맞는 사람이 하나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식물원에 갔는데 마음에 안 드는 꽃이 하나 있다고 합시다. 우리 집 화단에 있는 꽃이라면 뽑아 버려도 되겠지만 남의 집 화단에 있는 꽃을 뽑아 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럴 때는 내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나의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나의 카르마, 즉 나의 업으로부터 일어납니다. 그래서 그런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그것을 고집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직장에는 여러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사귀려고 할 필요도 없고 그 사람을 굳이 회피하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사람을 내 마음에 맞게 고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십시오.

 사람들은 다 각자의 카르마에 따라 살고 있기 때문에, 나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그 사람 편에서 보면 다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어차피 이런 사람과 만날 수 밖에 없는 인연이라면 이 사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싫어하면 나만 괴로워지는 겁니다.

 길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나오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그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평소에는 이 사람을 동생처럼 생각하고 일에서는 선배로 생각하며, 그이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이해하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됩니다.

 입장을 바꾸어 보아서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의 섭섭함도 없어지고 화도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만나도 불편하지 않고, 일도 같이 할 수 있는 거지요. ‘내 카르마도 못 고치는데 내가 어떻게 남의 카르마를 고치겠나?’ 이렇게 인정하고 이해하고 나면 나와 맞지않는 사람과도 같이 일할 수 있고 같이 살 수 있습니다.

 

 -제 직장 상사는 불안정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자기감정을 생각 없이 얘기하고 행동하며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윈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내 관점에서 남의 삶에 대해서 맞니 틀리니하며 시비 분별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하든, 어떤 관점을 갖고 있든 그것은 그의 인생입니다. 그의 인생을 내가 지금 간섭하고 있다는 자각을 해야 합니다. 내 관점에서, 내 방식대로 재단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낳아서 키운 자식도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고 내 마음에 들지않는데 어떻게 나와 무관한 그 어떤 사람이, 그 것도 상사가 내가 바라는 대로 될 수 있겠습니까? 애초에 전혀 불가능한 일을 이렇게 착각에 의해서 꿈속을 헤매듯이 무모하게 바라고 있으니 괴로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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