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연지 어느덧 10년. 시대의 초심을 열게 할 책이 나왔다. 조계종의 정신적 지주인 종정 법전(84) 스님은 <누구 없는가>(김영사 펴냄)라는 자서전을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이 있는데 사람이 걷지않을 뿐이다. 행복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에 있으며, 그것은 수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수행이라는 길을 꾸준히 걸어보라. 오래하다보면 틀림없이 들어가는 곳이 있다. 반드시 깨칠 수 있으며 깨치면 부처가 되는 것이다.’
법전 스님은 행복론으로 책을 열었다. 행복의 비결은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누구없는가>는 성철 스님의 물음이자, 그가 80평생 스스로에게 물어온 화두였다. 14살이던 1938년 전남 장성군 백양사 청류암에 입산한 이래 선방에서 한번 앉으면 절구통처럼 움질일 줄 모른다고 해서 ‘절구통 수좌’로 불릴만큼 철저히 수행했던 그지만 그라고 고속도로만 달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공부에 진척이 없자 ‘마음을 밝히지못한 채 죽으면 법전이란 존재를 태평양 한가운데 어디 가서 찾을 수 있을 것이냐’며 무수히 통곡하곤 했다는 그의 진솔한 고백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