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사는가? 행복하기 위해 산다. 그럼 수행자들은 무엇을 위해 수행하는가?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깨달음을 이룬 선지식(도인)은 어떤 사람인가? 누구에게나 좋은 스승이 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착한 벗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참사람이 곧 도인이요, 선지식이다.’
이보다 명쾌한 글을 어디에서 찾을까. <일체유심조>는 ‘모든 것은 마음이 짓는다는 것’이다. 불교의 핵심 요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불법(佛法)에 따라 일체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기보다는 자신과 세상의 운명을 신에게 맡긴다. 절집안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그래서 마음을 열어주기보다는 온갖 신을 만들어 경배하게 하는 절집의 현실을 빗대 ‘일체유신조’(일체를 신이 만듬)가 아니냐고 꼬집는다.
그의 사자후는 여기서 그치지않는다. 비구란 무소유의 삶이 기본 모토인데도 죽으면 화려한 꽃상여를 타고, 살아서는 생일잔치상 받기를 즐겨하는 모습을 지적한다. 또한 평생 참선을 해놓고도 조실과 선원장 자리에 집착하는 이들을 보고, 사판승인 주지 소임은 자주 바뀌는데 이판승들의 선원장 소임은 왜 말뚝 박고 있는 듯한 모습 그대로냐고 묻는다.
이 책의 특장은 진리에서 어긋난 불교 현실을 보면서도 욕먹을 각오로 예리하게 질타한데만 있지않다. 총무원 총무부장과 <불교신문>주필까지 하고도 초심자로 돌아가 인도와 네팔과 티베트 등을 15년간 떠돌며 들어와 열린 마음세계로 2천년 동안 한자어에 갇혀있는 붓다의 비밀 아닌 비밀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향봉스님 지음/우민사·1만2천원.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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