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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좋은글

나그네에게 조용히 곁을 내주는 사람

등록 2011-06-14 11:46

    일상의 순례자

   바람에 따라 흔들리며 살아가는 현대인은 점차 뿌리 뽑힌 존재로 변해간다. 마음의 정처가 없다는 말이다. 행복을 찾아 떠돌지만 마음 깊이 도사린 외로움은 가실 줄 모른다. 외로움은 자기와의 불화이고 온전한 삶으로부터의 소외이다. 하지만 외로움은 또한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부름이기도 하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고향을 마음에 품은 이들의 삶을 이렇게 요약한다. “이러한 고향에서 인간은 들길 옆에 튼튼하게 자란 떡갈나무처럼 광활한 하늘에 자신을 열고 어두운 대지에 뿌리를 박고 산다.” 대지에 뿌리를 박고 하늘에 자신을 열고 살아갈 때 영혼은 아늑함을 느낀다. 이렇게 해서 그늘과 기댈 언덕과 고향은 하나로 이어진다.  말을 타고 달리다가도 걸음 느린 영혼을 기다리기 위해 가끔 멈추어 선다는 인디언들처럼, 경쟁과 효율과 승리의 염원이라는 염천을 피해 그늘에 들어설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아는가? 세상에는 에셀나무 그늘처럼 나그네에게 조용히 곁을 내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않지만 그저 그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사람, 축제의 함성을 지를 즐 알지만 숲 속의 빈 터처럼 늘 고요한 사람, 우리 속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 주겠다고 성급하게 달려들지 않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도 않는 사람, 시드럭부드럭 사위어가는 마음에 있음 자체만으로 생기를 불어넣는 사람, 그들은 어떻게 서늘한 그늘이 되었을까?  양파는 겨울 한파에 매운맛이 들고, 감은 여름 땡볕 제대로 견뎌야 단맛을 그득 품게 된다.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아픈 이의 마음을 헤아리겠으며, 외로워 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외로운 이의 시린 마음을 덮어 줄 수 있겠으며, 넘어져 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넘어진 이를 일으켜 줄 수 있겠는가? 염천의 세월이든 북풍의 세월이든 오지게 견뎌내며 하늘의 뜻을 장히 품는 사람이라야 그늘도 되고 기댈 언덕도 되지 않겠는가?  구름 대신 그악스러운 열기만 남은 하늘을 본다. 이제는 저 여름 땡볕이 무섭지 않다. 불편하지도 않다. 다만 고마움으로 저 여름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갈 뿐이다.    김기석 산문집 <일상순례자>(웅진 펴냄)에서   김기석=서울 청파감리교회 목사이자 문학평론가. 양심적 젊은 목회자들이 멘토다. <가시는 길을 따라 나서다>, <길은 사람에게로 향한다>, <길은 사람에게로 향한다>,<삶이 메시지다> 등의 저서와 <예수 새로 보기>,<예수의 비유 새롭게 듣기>,<자비를 구하는 외침> 등의 번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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