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멋진 남녀가 키스를 하는 것을 볼 때 느낌은? 커피향이 흘러 나올 때 느낌은? 뭔가 꾸중을 들었을 때 느낌은? 창 밖에 빗소리가 ‘후두둑’ 떨어지는 것을 볼 때 느낌은?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 자랐거나, 자신의 감정을 지나치게 억제하는 성격일 경우 자신의 느낌 자체에 둔감한 경우가 많다. 자신의 느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타인의 느낌도 제대로 알아챌 수 없어서 상대는 벽창호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세상의 온갖 생명과 동식물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도 파악할 수 없어 교감하기 어렵고, 삶의 묘미를 즐기기도 어렵다.
하지만 느낌을 안다는 것은 감각에만 충실한 동물적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느낌의 근저엔 어떤 가치관이 자리할 경우가 많다. 그런 가치관이 솔직한 느낌의 표현을 방해한다. 자신의 느낌을 제대로 알 때 ‘나는 어떤 것에는 어떤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자신의 가치관과 편견도 더 잘 알게 되고, 타인과 다른 느낌에 대해서도 더 자신있게 표현할 수 있고, 타인의 느낌에 대해서도 관용할 수 있게 된다.
성장상담연구소를 통해 ‘상담 목회’를 해온 이종헌 목사가 이끄는 ‘아리랑풀이’에선 ‘현재의 느낌을 알아채는 것’을 가장 중시한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무엇을 하고난 뒤건 반드시 “시방 느낌은?”하고 묻는다.
하지만 자신의 느낌을 알아채거나 표현하는데 둔감했던 이들은 “좋은데요”라거나 “싫은데요”라고 대답하기 일쑤다. 또는 “시원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싫다, 좋다는 판단이지 느낌이 아니다. ‘~같아요’하는 것도 자신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다. 느낌이 시원하다면 ‘시원하다’고 표현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엔 얼음장처럼 두터운 동토를 뚫고 나오지 못한 씨앗처럼 발아되지 못한 감정들이 숨어서 썩어가고 있다. 그렇게 가슴 속에만 갇혀 있던 느낌이 두려움을 헤치고 가슴과 입 밖으로 터져 나올 때부터 삶이 개화되기 시작한다.
“시방 느낌은?”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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