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잡아 여호와께 바치려하자 천사가 이를 말리는 장면
한자 전문가인 인문기학연구소 최상용 소장이 <브레인한자>라는 책에서 한자에 담긴 동양사상과 문화를 풀이했다.
최 박사는 상형문자인 한자 속엔 고대인들의 삶의 문화와 지혜가 그대로 담겨있다고 한다.
그는 인간의 생노병사를 한자로 풀이하고 있다. 그는 한자 풀이로 생명의 탄생과 인간의 성숙, 가족의 의미, 질병의 치료, 육신과의 이별을 차례로 설명한다. 한자의 시원인 원래 그림을 살펴보면 생노병사의 진리를 저절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한자풀이를 통해 우리가 미처 상상도 못했던 고대인들의 풍습을 통해 수수께끼를 풀 단초를 발견할 수 있는 점이다. 가령 저자는 큰아들을 의미하는 맏 맹(孟)의 풀이를 통해 성서 속에서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죽여 신께 바치려던 것과 유사한 풍습이 동양에도 있었음을 말해준다. 아래와 같다.
요즘이야 한 가정에 아들딸 구별 없이 자식을 하나둘 낳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네닷섯은 기본이었다. 자식 수야 어찌됐든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맏아들, 즉 장자에게는 늘 해야 할 역할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과거 대가족제도 하에서는 장자의 역할이 당연히 클 수 밖에 없었다. 맏아들에 대해 고대인들의 생각은 어떠했는지 孟(맹)자에 감춰진 뜻을 살펴보면 끔찍하고도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맏 孟(맹)은 아들 자(子)와 그릇 명(皿)으로 이루어졌다. 이 孟(맹) 자는 고대인들의 맏아들에 대한 인식이 담겨있는 몇 안 되는 글자 중의 하나이다. 자형의 상부를 이루고 있는 자(子)는 강보에 싸인 아기를 본뜬 상형글자로, 머리와 두 팔 그리고 하나의 다리를 묘사하고 있다. 다리를 하나로 그린 것은 아직 서서 걷지 못하는 ‘갓난아이’임을 나타내려 한 것이다.
皿(명)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넓은 그릇을 본뜬 상형글자다. 본디 제기용 그릇이었지만 보통의 ‘그릇’을 대표하는 명사가 되었다. 커다른 제사용 그릇(皿)에 가기(子)를 담은 모습인데, 그에 대한 설명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고대 중원(中原)의 일부 지역에서는 맏아들을 잡아먹는,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풍속이 있었다. 이러한 풍습에 대해서는 <墨子(묵자)>에 기록 되어 있다. “초나라의 남쪽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교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에서는 맏아들을 낳게 되면 신선한 고기처럼 잡아먹는데 이는 마땅히 동생을 위해서라고 한다. 맛이 좋은 것은 군왕에게 바치는데, 군왕이 기분이 좋으면 그 아버지에게 상을 내린다. 어찌 흉악한 풍숙이 아니겠는가?
또한 춘추시대의 군왕인 제환공과 그의 일급 요리사인 역아에 얽힌 이야기 역시 괴기스럽기 짝이 없다. 즉 역아가 자신의 맏아들을 요리해 군왕에게 바치자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전한다.
고대인들은 맏아들을 잡아먹거나 제물로 바치는 풍속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두 가지의 해석이 있다. 첫째는 아직 정상적인 혼인의 예식이 정착되기 이전인 고대에는 약탈혼이 성행했는데, 빼앗아온 여자가 낳은 첫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닐 가능성이 높아 혈통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생긴 풍습이라고 한다.
둘째, 지금도 전해오는 풍속 중 햇곡식이나 그것으로 빚은 술 등 맨처음 생산된 것을 천신과 조상신에게 바치는 고대인들의 의례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 孟(맹)자는 후대로 오면서 그 의기가 변하였다. 약탈혼이 아닌 정해진 배필과 만나 맏아들(子)을 낳으면 제기용의 큰 그릇(皿)에 올려 조상신에게 안녕을 빌 뿐만 아니라 맏아들을 중심으로 가문이 이어지고 번성하기를 기원하였다는 점에서 ‘맏아들’이란 뜻을 갖게 되었다.
읽으면 그림으로 기억되는 <브레인 한자>(최상용 지음,동아일보사 펴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