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왕에게 사나운 코끼리 한 마리가 있었다. 그 코끼리는 싸움터에 나갈 때마다 용맹하게 적을 무찔러 커다란 공을 세웠다. 그리하여 왕은 더욱더 코끼리를 사랑하고 정성껏 돌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코끼리는 술에 너무 취해 깊은 진흙탕에 빠지고 말았다. 덩치 큰 코끼리가 진흙탕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자 조련사들은 여러 마리의 코끼리와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그 코끼리를 끌어내고자 했다. 몸을 밧줄로 묶고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잡아당겼으나 코끼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어떤 현자가 그 곁을 지나다가 사람들에게 물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사람들이 대답했다.
"왕이 사랑하는 코끼리가 깊은 진흙탕에 빠졌습니다. 여러 마리의 코끼리와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잡아당겼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자가 다시 물었다.
"그 코끼리는 평소에 얼마나 힘이 세었습니까?"
"전쟁에 나가 싸울 때는 그 힘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현자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럼 다른 코끼리들은 모두 돌려보내십시오. 제가 코끼리를 꺼내 보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비웃으며 말했다.
"아니, 당신 혼자서 어떻게 저 커다란 코끼리를 꺼낼 수 있단 말이오?"
"걱정하지 말고 제 말대로 해주시오."
이윽고 사람들이 그의 말에 따라 코끼리를 돌려보내자 현자는 곧 전쟁터에서 울리는 악기를 들려주고 행렬을 맞추어 늘어서도록 했다.
"자. 됐습니다. 여러분들은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면서 악기를 울리십시오."
사람들은 현자가 시키는 대로 북과 종을 치고, 나팔을 울렸다. 그러자 주변은 마치 전쟁이 시작된 것처럼 보였다. 진흙탕에 누워 있던 코끼리는 그 북소리를 듣자마자 깊은 진흙탕에서 뛰쳐나와 당장 적을 물리칠 기세로 날뛰었다.
출전 <출요경>권 7 <방일품>
냉장고에 코끼리를 억지로 집어넣을 수는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걸어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도 억지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불교가 좋아지는 불교우화1" <마음밭에 단비>(이용범 지음, 들녘 펴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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