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마음’은 있는 것일까요, 없는 것일까요? 만약 있다고 하면 마음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사람들에게 마음은 있는지, 없는지를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불자들은 ‘있다’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럼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요?’하고 물으면 손가락으로 머리, 즉 ‘뇌’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제가 ‘신경계를 연구하는 뇌학자들은 뇌세포에 대한 연구를 통해 뇌에는 마음이 없다고 합니다.’라고 하면 잠시 망설이다가 슬쩍 ‘심장’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또 다시 그 사람에게 ‘심장을 연구하는 내과 전문의들에 의하면 거기에도 마음은 없다고 합니다.’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문을 닫아버립니다.
그런데 다시 ‘그럼 마음은 없나요?’하고 물으면 ‘아니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다시 ‘그럼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하고 물으면, ‘있는기는 하지만 형체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다시 ‘그럼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하고 물으면, ‘있기는 하지만 형체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렇습니다. 마음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공간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마음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제가 다시 ‘그러면 마음은 어떻게 (어디에) 존재할까요?’하고 물으면 역시 당황스러워 합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 ‘부처님께서는 우리들의 마음이 어떻게 존재한다고 했을까요?’하면 크게 당황하지는 않지만, 역시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그래서 제가 부처님께서도 ‘마음은 있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지는 않다.’라고 합니다. 그러면 어느 분이 ‘있기는 하지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라고 묻습니다.
이렇게 물을 때 필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마음처럼(마음은 있기는 있지만, 내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는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집착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조금 어려운 말로 비아(非我)라고 합니다.’ 즉 부처님께서는 마음은 존재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이 ‘마음처럼’ 세상을 살아야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우리들도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세상을 이 ‘마음처럼’ 살 수 있을까요? 게다가 ‘마음처럼’ 세상을 살면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일까요?
유식입문 <마음공부 첫걸음>(김명우 지음, 민족사 펴냄)에서
김명우=일본 도쿄대학 대학원과 동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유식사상을 전공한 철학박사. 동아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의 전담 전임교수. 문화독해운동 이마고의 대표로 재직중. 저서로 <왕초보 반야심경박사 되다>, <범어로 반야심경을 해설하다>, <유식삼심송과 티베트불교>, <티베트 불교철학>, <유식의 삼성설 연구>, <유식불교, 유식이십론을 읽다>, <반야바라밀다심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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