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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눈 뜨기’ 비법은 ‘버리기’

등록 2012-03-05 18:45

 금화 한 자루보다 나은 보리쌀 한 가마의 가치

 사랑과 미움은 동전의 양면, 근본 뿌리는 분별

   
   전쟁이 일어나 피란을 가는데 가난한 농부는 보리쌀 한 가마니를 지고, 부자는 금화 한 자루를 들고 길을 나섰다. 피난 중에 농부는 보리쌀로 조금씩 밥을 지어먹었지만, 부자는 금밖에 없어서 쫄쫄 굶어야 했다. 전쟁 중이라 음식을 사먹을 곳도 없었다. 그러자 부자가 “금화 한 닢을 줄 테니 보리쌀 가마니를 팔라”고 했다. 금화 한 닢은 무려 보리쌀 다섯 가마니 값이었다.  부자가 선심 쓰듯 제안했지만 농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부자는 “아무리 전쟁 중이라지만 다섯 배나 되는 값을 치르겠다는데도 싫단 말이냐”며 벌컥 화를 냈다. 이틀이 지나 더욱 배가 고파진 부자는 “금화 두 닢을 줄 테니 보리쌀 반 가마니만이라도 팔라”고 제안했다. 이번에도 농부는 거절했다.

 

 3일째가 되어 더 배가 고픈 부자는 “내가 가진 금화 절반을 줄 테니 보리쌀 한 말만 팔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농부는 말이 없었다. 그제서야 신주 단지 모시듯 했던 금화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것을 안 부자는 “죽을 것 같소. 죽기 전에 물이라도 배불리 먹고 죽게 저기 물 한 사발 떠다줄 수 있겠소?”라고 간청했다. 그제야 농부는 밥을 지어 굶주린 부자에게 먹였다.

 

 법륜 스님의 <깨달음>(정토출판 펴냄)에서 든 예화다. 이 이야기의 부자처럼 우리는 정작 중요한 밥 한 술과 이웃과 가족 등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망각한 채 무엇을 쌓기 위해 정신 없이 뛰어가고 있는 것일까.

 
 

  장님처럼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뛰어가며 갈증과 고통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에게 법륜 스님은 먼저 눈을 뜨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내 눈 뜨기’다. ‘지금 당장 내 눈을 뜨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세상을 위해 자신을 던진 정토행자들과 함께 ‘만일결사’를 하며 자기 파괴적 욕망의 문명을 상생의 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해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나설 수 있는 용기의 비밀은 무엇일까.

 

 <깨달음>은 이 궁굼증을 풀어주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나아가 왜 끊임없이 행복을 위해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럽고 불행한지 그 비밀까지도 공표하고 있다.

 

 

  ‘희망 만들기’를 위해 전국을 누비며 하루 두 차례씩 100회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법륜 스님은 질문자가 별로 원하는 답변을 해주지 않는데도, 왜 사람들이 입추의 여지 없이 몰려드는지도 <깨달음>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법륜 스님 강연의 특색은 빙빙 둘러가는 게 없는 ‘단도직입’이다. 가끔 드는 예화도 예봉을 무디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예봉을 더 날카롭게 하기 위함일 뿐이다.

 

 가령 “고집 센 남편을 스님에게 데려와 남편 좀 변화시키고 싶다”고 부인에게 법륜 스님은 말한다. “그렇게 고집이 세다는 남편의 고집을 꺾으려 하는 부인의 고집은 어떠한가! 따져보면 고집 센 남편의 고집을 꺾으려는 부인의 고집은 더 센 것이다. 내가 남에게 내 생각을 고집하면, 고집하는 내가 괴롭다. 당신 생각이 틀렸으니 고쳐야 된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상대가 고쳐주지 않으니 오히려 내가 괴로워지는 것이다.”

 

 법륜 스님은 “내 고집을 버리면 내 괴로움이 사라진다”며 “지금 갖고 있는 내 기준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다 버리지 않으면 눈을 뜰 수 없다”며 “버리면 분별이 사라지고 번뇌가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진다”고 ‘눈 뜨기’의 비법을 전한다.

 

 인간관계에서 큰 고통의 원인은 분별이다. 법륜 스님은 “보통 우리가 ‘이 사람은 이러저러해서 좋고 사랑하지만, 저 사람은 이러저러해서 싫고 밉다’라고 할 때, 이 정반대의 감정은 근본에서는 같다”고 한다. 왜일까. 그는 “그 근본은 욕구”라며 “사람들은 자기 욕구를 만족시키면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싫어하는데, 동전의 양면처럼 근본 뿌리에서 보면 애증은 같다”는 것이다.

 

 법륜 스님은 인도와 필리핀 등 제3세계에서 굶주리고 병들고 배우지 못하는 약자들을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가 그들이 인간답게 대접 받아야 할 특별한 존재로서 대우하면서도, ‘자기가 최고’라거나 ‘나는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에 갇힌 이들의 아성은 과감히 허물게 한다.

 

 “자기 방어벽이 없는 사람은 ‘노래 한번 해봐요’라고 시키면 ‘예’하고 벌떡 일어나 생각나는 대로 동요를 부르든 가요를 부르든 한다. 하지만 자기 방어벽이 있는 사람은 노래를 불러보라 하면 자기는 노래를 잘 모르지 못한다며 뒤로 뺀다. 그래도 해보라고 권하면 몇 번을 거절한 뒤에야 마지못한 듯 나와서 노래를 부른다. 왜 그럴까?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노래 못한다고 흉보지나 않을까?’하는 이 생각에 자꾸 그런 것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법륜 스님은 “내가 길가에 핀 한 송이 꽃처럼 별 볼일 없는 존재라고 알면 어디 가서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무슨 일을 해도 아무런 불편 없이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법륜 스님은 손에 잡히지 않는 머나먼 미래나 저 먼 나라의 삶이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그는 “신발을 벗을 때 마음이 신발 벗는데 있지 않고 방에 먼저 가 있으면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게 된다”며 불가의 말을 전하며 “네 발 밑을 보라”고 당부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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