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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좋은글

마음의 정체는?

등록 2012-07-25 15:58

1990년대 초반부터 신경과학자들은 fMRI(기능성 자기공명 영상장치)를 이용하여 인간의 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체의 심부를 촬영하는 기계 가운데 X-Ray는 경조직인 골격의 모습을 촬영하는데 주로 사용된 반면 MRI(자기공명 영상장치)는 장기나 근육, 신경, 뇌, 혈관과 같은 연조직의 모습도 잘 드러낸다. fMRI로 뇌를 촬영할 경우 MRI로 촬영한 영상에 덧붙여 뇌신경 각 부위에 공급되는 혈류의 산소 농도가 영상으로 표시된다. 신경활동이 활발한 곳에서 산소가 많이 소모된다. 따라서 피험자에게 특정한 감각이나 생각, 운동 등의 과제를 부여한 후 fMRI로 그의 뇌를 관찰하면 그 과제를 관장하는 뇌신경이 어느 부위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뇌신경의 활동 부위를 측정할 수 있으며, 방사선이 아니라 자기장을 사용하기에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살아있는 인간의 뇌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영상정보를 1mm단위까지 정밀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fMRI를 이용한 뇌 연구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뇌의 후두엽에만 시각중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fMRI로 촬영해 보니 무언가를 볼 때 우반구의 일부 신경들이 활성화되었다. 공간지각과 관련된 부분이다. 또 fMRI 실험 결과 어릴 때 외국어를 습득하면 모국어와 외국어를 관장하는 신경회로가 중첩되어 형성되는데,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습득하면 모국어를 관장하던 언어중추인 브로카영역 옆에 새로운 신경회로가 형성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마음의 정체를 규명하고자 할 때, 이상과 같은 뇌에 대한 연구성과 가운데 유의미한 것은 “신경활동의 질(質)은 뇌 속 신경회로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눈으로 보는 것은 후두엽에, 말하는 것은 전두엽 좌측의 브로카영역에 신경회로가 형성된다. 듣고 이해하는 것은 측두엽의 베르니카영역이 담당한다. 크게 보면 수동적인 감각은 뇌의 후반부에서 담당하고 능동적인 행동이나 사고는 뇌의 전반부에서 일어난다. 어느 한 곳의 신경이 활성화 되면 다른 곳의 신경활동은 쉰다. 무언가를 골똘히 볼 때에는 남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관심을 갖고 무언가를 들을 때에는 보이는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은 한 순간에 한 곳에만 머물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릴 때 선을 긋는 한 점의 붓끝과 같이 우리의 마음은 세상을 그려내는 한 점 식(識)의 흐름이다. 한 찰나 동안 한 곳에만 머무를 수 있다. 마음의 이런 속성을 불교용어로 이심불구기(二心不俱起)라고 부른다. “두 마음이 함께 일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주관적으로 보면 ‘한 점 식(識)의 흐름’이 산하대지를 그려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의 뇌 속에서 그에 해당하는 신경회로를 훑고 있다.

깨어있을 때는 뇌의 후두엽과 측두엽을 오가며 외부의 사물을 파악하고, 전두엽으로 건너가 근육의 움직을 촉발하지만, 잠을 잘 때에는 운동영역은 쉬고 감각영역의 이곳저곳을 훑으면서 꿈을 만들어낸다. 불전에서는 이렇게 ‘명멸하는 한 점의 식’이 세상을 그려내는 과정을 ‘불 바퀴(旋火輪)’에 비유한다. 불씨를 빨리 돌리면 동그라미가 그려지듯이, 무상한 한 점의 식이 뇌신경 이곳저곳을 점화하면서 세상을 그려낸다. 지렁이든, 개구리든, 참새든, 돼지든, 닭이든 사람이든 그 마음의 본질은 같다. 한 점 식의 흐름일 뿐이다. 다만 감관의 질과 몸의 크기가 달라서 다른 체험을 할 뿐이다.

    <김성철 교수의 불교하는 사람은...>(김성철 지음, 불교시대사 펴냄)에서

 김성철=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교수.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인도철학과에서 <용수와 중관논리의 기원>이라는 논무능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제6회 가산학술상(가산불교문화재단), 제19회 불이상(불이회), 제1회 올해의 논문상(만해사상실천선양회)을 수상했다. 7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10여 권의 저서와 역서를 발간했다. 저서로는 <원효의 판비량론 기초연구>, <중론, 논리로부터의 해탈 논리에 의한 해탈>, <승랑-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 세권이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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