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서울광장 구국기도회 장면 사진 <한겨레> 자료
종교란 무엇인가
오강남 지음/김영사·1만3000원“어릴 때는 장난감이 무지하게 중요해 빼앗기면 죽는 줄 알죠. 그러나 대학생이 되면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중요하지 않게 되죠. 애착이 사라지는 거예요. 상당수 종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는 아이 달래거나 겁주는 것과 같은 ‘종교’와 신자의 행태, 심리를 오강남 교수만큼 명쾌하게 말해줄 수 있을까. 그는 목사들에게 주눅들게 마련인 신학자가 아닌 종교학자다. 더구나 국내 대학이 아닌 캐나다의 대학에 적을 두고 있다.
한국 기독교의 강압으로부터 해방된 그의 눈길은 예리하다. 자신의 신간 <종교란 무엇인가>에서 그는 어른이 되어서도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며 굴뚝 청소를 하는 유아수준에 머물게 하는, ‘수박 겉 핥기’ 식 표층종교의 실상을 드러낸다.
기도를 ‘잘살아보세’의 요술방망이나 현금인출 수단 정도로 인식하는 기도만능주의자들에게도 일침이 가해진다. ‘여왕이여 만수무강하소서’라는 애국가를 영국 국민 모두가 입이 닳도록 부르는데 여왕이 만수무강하지 않고 보통 사람의 수명만 누리는 이유가 뭘까라고. 지적은 그치지 않는다.
오직 자기 교인 수 늘이는 데 혈안이 된 한국에서 전도하러 나가는 사람들은 교회 자본주의 정신의 희생자란다. 그에게 종교는 지금처럼 이기적이고 경제적 수단 정도가 아니라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하고, 진정한 나를 찾게 돕는 것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