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치료법 안에서도 내용이 180도 정반대로 바뀌기도 한다.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의 경우, 90년대 이전에는 수술 후 약 육 주 정도 무릎관절을 고정해놓는 것이 표준치료법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수술 직후부터 바로 관절운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완전히 바뀐다. 계기는 당시 세크라멘토의 한 정형외과 개업의가 발표한 어느 논문에서 기인하는데, 논문의 내용은 놀랍게도 역설적이었다. 그 의사에게 수술 받았던 환자 중에 의사의 권고를 잘 준수하여 보조기 잘 찰용하고 잘 고정하고 다녔던 환자들보다, 말 안 듣고 마음대로 풀고 다녔던 환자들의 수술성과가 결과적으로 더 좋았다는 것이다. 자동반사적 복종이 꼭 미덕은 아니다. 의사의 지시를 따르느니보다 자신의 몸이 원하는 소리에 귀 기울인 사람들의 승리였다.
어느 인대를 재건하는 데에 열 가지 훌륭한 수술법이 이미 있다고 하자.
어째서 열한 번째, 열두 번째, 혹은 마흔세 번째 다른 방법들이 필요한 건가?
-데이빗 잰더 <의사의 각성>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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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제대혈, 미래전망연구... 미디어에서 뉴스인 척하고 보도되는 내용들은 실제는 선전인 경우가 많다. 인터뷰하는 의사들은 사실 그 회사에 상당 지분을 가진 주주인데, 뉴스는 이러한 이해충돌을 면밀히 다루지 않는다. 가짜약도 25%에서는 효과가 있다. 신기루다.
현재 활황 중인 어느 약이나 치료법이 있다고 하자. 방심하면 안 된다. 어느 날 아군인 줄 알고 받았던 수술이 본색을 드러내고 내 몸의 적군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반짝하는 데 혹하지 말자. 우리 몸은 길게 봐야 한다.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 현직 정형외과 의사가 들려주는 유쾌 상쾌 통쾌한 촌철살인 의료사용가이드>
(김현정 글/그림, 느리게 읽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