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헌병한테 끌려가서 죽을 만큼 당한 고문과 정신적 학대를 받았던 옛일을 홍이는 결코 잊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서에서 풀려 나왔을 때"앞뒤 재가면서 기어라 하면 기고 서라 하면 서고 눈물 흘리라 하면 흘리고… 눈을 부릅뜨다 뺨따귀 하나 더 맞는 것이 얼마나 바보짓인가 그걸 깨달았소."누우런 나뭇잎이 뚝, 뚝, 떨어지는 거리에서 홍이는 그런 말을 했었고, 연학은"잘난 말 몇 마디 하는 것, 그건 아무짝에도 못쓴다. 바보 시늉, 미친 시늉, 뭣이든 빠져나오는 게 젤이제. 싸움이란 그래야 이기는 법이거든. 감정 때문에 힘 빼는 것, 그것같이 어리석은 일은 없다."
<토지>(박경리 지음, 나남출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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