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 거침없는 ‘즉문즉설’…<스님의 주례사> 이어 <엄마 수업> 펴내
자식 이기는 ‘몰인정한 사랑’ 설파…다 큰 자식 끼고사는 ‘철부지 부모’에 따끔
법륜 스님 사진 <한겨레> 자료
장가도 안 가본 스님이 결혼을 앞둔 청춘 남녀들의 교과서를 내고, 아이도 안 낳아본 스님이 자녀교육 지침서를 낸다면?
정토회 법륜 스님이 이번에도 ‘월권’을 감행했다. <스님의 주례사>에 이은 월권 2탄은 <엄마 수업>(휴 펴냄)이다. 그런데 <엄마수업>은 출간 기사와 광고가 나가기도 전, 출간 1주일만에 2만권이 나가며 또 한번의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20여년 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공동체인 정토회를 설립해 세상을 깨우고, 고통받는 난민들과 동포들의 구제사업에 헌신해온 법륜 스님은 ‘청춘콘서트’를 함께 한 잠재적 대권주자 안철수씨와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숨은 멘토’라는 소문으로 인해 몰려드는 매스컴을 피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말부터 ‘희망세상만들기’라는 주제로 전국 100회 연속 강연 중인 법륜 스님의 강연장엔 늘 입추의 여지가 없이 사람들이 몰려든다. 요즘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것은 ‘일방통행식 강연’이 아니라 ‘즉석에서 묻고, 즉석에서 답해주는 즉문즉설’ 때문이다. 늘 고통 받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온 법륜 스님은 ‘아마도 세상에서 속상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 인물일 것’으로 꼽힌다. 법륜 스님은 어느 강연도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해 답해주는 형식을 취하는 ‘즉문즉설’의 선구자다. 그런 일문일답 가운데, 청춘 남녀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즉문즉설을 모은게 <스님의 주례사>라면, <엄마 수업>은 자녀문제와 교육에 대한 질의응답을 모은 것이다.
‘법륜 스님의 사랑법’은 남다른데가 있다. 그가 분쟁의 땅 필리핀 민다나오섬에서 학교 하나 없는 오지에 30여개 학교를 세우면서, 일방적인 수혜를 베풀고 자기 만족을 느낀 뒤 현지를 떠나고마는 선진국들의 지원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을 택한 데서 잘 알 수 있다. 잘 사는 나라 한국에서 구호를 위해 온 그가 당연히 그럴듯한 학교를 지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원주민들에게 “나는 장가도 안가 자식도 없다”면서 “이 곳은 바로 당신들의 자식을 가르칠 곳이니 당신들이 지으라”고 해 원주민들을 황당하게 했던 그다. 결국 수십리 밖에 벽돌만 제공해주고 원주민들이 스스로 벽돌을 날라 자신들이 내놓은 땅에 땀흘려 학교를 지음으로써 ‘정토회의 학교’가 아니라 ‘원주민 마을의 학교’를 만들어가게 한 것이다.
자식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민다나오의 원주민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매달릴 때 법륜 스님이 들려주는 ‘부모 자식의 모습’은 과연 우리집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거울처럼 명징하게 보여주곤 한다. 법륜 스님이 마치 천년만년 자식을 키워본 엄마처럼 ‘엄마들와 자식들의 행동’을 들려주면, 엄마들은 “어쩌면 스님은 이렇게도 잘 아느냐”며 고개를 내두른다.
“너덧살 먹은 아이가 엄마에게 저항하는 방법은 떼쓰는 거예요. 떼 쓰기 중에서도 제일 강력한 것이 밥 안 먹기지요. 밥 먹다가 숟가락을 탁 놓고 가면 엄마는 밥그릇 들고 따라다녀야 합니다. 그런데 중학생 쯤 되면 애가 밥 안 먹는다고 해서 부모가 눈 한번 꿈쩍하지 않아요. 이때 부모를 꼼짝 못하게 하는 방법은 집 나가는 거예요. 그러면 부모는 아이를 찾으러 정신없이 다니게 됩니다. 그러다 스무 살이 넘으면 집 나가는 정도 가지고는 안 됩니다. 그때는 죽어 버리겠다는 말로 부모를 위협합니다. 그런 어떤 부모라도 자식에게 지게 돼 있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말이 진리인 이유, 그런데도 자식을 이기는 방법이 법륜식 즉문즉설의 마력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법륜 스님의 몰인정한 사랑법은 여지 없이 나타난다.
그림 이순형 <엄마수업>책에서
“스님인 저는 부모가 아니어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게 오히려 간단합니다. 아이가 밥 안 먹는다고 떼쓰면 밥 그릇 치워 버리고 절대 밥을 안 줘요. 제발 밥 좀 달라고 사정할 때까지 안 주면 아이 버릇이 고쳐집니다. 집 나간다고 하면 “그래? 나가!”하고 문을 걸어 잠급니다. 그렇게 하면 나쁜 버릇을 간단하게 고칠 수 있는데, 부모는 마음이 약해서 그렇게 못 하는 거예요. 이게 부모들의 약점이에요.”
<엄마 수업>은 자녀에 대한 애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모의 심리를 정확히 간파하는 자식들에게 끌려다니다 ‘필패’하는 엄마에게 필승의 전략을 알려주는 특별과외수업이다.
여덟살짜리 아이가 밖에서 맞고 들어왔다는 엄마,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화가 나면 공격성을 보여 함부로 말을 한다는 엄마, 아들의 틱장애를 호소하는 엄마, 초등학교때까지만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가 중학교 가면서 삐뚤어진다고 우는 엄마, 딸이 스무살이 넘었는데도 사회성이 모자라 바깥에 나가는 걸 두려워해 걱정이라는 엄마…. 자녀들의 ‘병증’을 거론하며 하소연하는 엄마들에게 법륜 스님은 자식 치료법을 내놓기에 앞서 “먼저 부모부터 고치라”고 딱 부러지게 말한다. 그리고 무엇을 고쳐야 할 것인지, 어떤게 진정으로 자식을 위한 것인지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일러준다.
법륜 스님의 <엄마수업>은 가혹할법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만약 그대로만 한다면 부모와 자식이 함께 승리하는 부모-자식 모두 ‘윈-윈하는 법칙’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그가 요구하는 결단은 냉엄하다.
법륜 스님은 갓 태어난 아이에게 어린 시절 엄마는 신이나 다름 없고, 그 시절 엄마의 부재는 아이에게 치명적이므로 적어도 3년간 갓난아이 곁에서 돌볼 생각이 없다면 자식을 낳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아이가 자란 뒤 처방은 전혀 달라진다. 태어나서 품안에 껴안은 자식을 평생 품 속에 껴안으려고 하는 ‘철부지 부모들’에게 법륜 스님은 `냉정한 사랑법'을 처방해준다. 자식이 어릴 때는 따뜻하게 품 안에 안아주는 게 사랑이고, 사춘기 때는 지켜봐 주는 게 사랑이고, 스무 살이 넘으면 냉정하게 정을 끊어 홀로설 수 있게 해주는 게 사랑이라는 것이다.
<엄마 수업>엔 피상적 사랑이 아니라 속 깊은 사랑을 그린 이순형 화가의 그림이 자식으로 인해 고통 받는 엄마들의 언 가슴을 녹여준다.
우리나라는 자식에 대한 교육열과 애착이 어느 나라보다 강한만큼 부모 자식간 갈등으로 인해 엄마들의 내상도 크다. <엄마 수업>은 `괴로움을 없애는 삶'에 헌신해온 법륜 스님이 이런 `위기의 엄마들'의 고통스런 몸부림에 응답한 진정한 치유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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