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맹인인 남편을 섬기면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그러한 질문에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내 중 하나'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러면 남편의 사회적, 학문적 지위 때문이냐고 되묻는 이들도 있다. 아니다. 그것은 결코 아니다. 그가 맹인이라는 것이 내가 행복한 아내가 되지 못하는 조건이 될 수 없듯이, 그가 사회로부터 받는 존경이 나를 행복한 아내로 만드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 나는 강영우라는 한 인간, 더욱 좁게는 한 남성을 사랑하여 결혼한 것이지 맹인과 결혼한 것이 아니다.
나의 희망, 기쁨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 <해피라이프>(석은옥 지음, 문학동네 펴냄)에서
석은옥(69)=1972년 한국인 최초로 백악관 직속 장애위원회의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67) 박사와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가 두 아들을 낳았다. 자신은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인디애나에서 시각장애인 순회교사로 28년간 일했다.
숙명여대 영문과 재학중 대한적십자사 청년봉사회 부회장을 맡으며 봉사하던 중 서울맹학교에 뒤늦게 입학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던 강박사를 처음 만났다. 26살 때 고아로 두 동생과 함께 살던 시각장애인 강 박사의 청혼을 받고 3년 뒤 결혼해 강박사의 유학길에 동행했다. 아버지의 눈을 고치겠다며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안과의사가 된 강진석 박사와 최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선임법률고문이 된 크리스토퍼 강(강진영) 변호사의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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