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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좋은글

[나를찾아떠나는休] 위파사나

등록 2012-08-28 14:16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_ 수행, 수도, 명상을 통해 행복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각박하고 외로운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 수도, 명상,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밖에서 만 갈구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자기를 깨닫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현실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한 생활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휴심정을 찾는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

4.위파사나그대는 이 순간 깨어 있는가

"있는 그대로 보았는가?" "예""그럼 그때 무엇을 보았는가?" "……"

경기도 남양주 진건면 송능리 천마산 기슭의 봉인사.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이곳에 '부처의 수행법'인 위파사나를 10박11일 일정으로 지도중인 우 빤디따 사야도(선사)는 36명의 참가자 중 한명인 최요원(27.연세대 심리학과 대학원생)씨와의 면담에서 "좌선 때 배의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았느냐"고 물었다.

위파사나를 접한 지 3일째에 불과한 그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 지겨웠다. 하루종일 배(좌선 때)와 발(행선 때)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한다고 뭐가 보인다는 것인가. 그는 답답했다. 이때였다.

"그렇게 생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본 그대로를 말해야 합니다."

"."

"한쪽 손을 바닥에 짚어 보십시오."

요원씨가 손을 짚자 선사는 "어떠냐"고 물었다.

"팔이 뻣뻣하고 딱딱해진 느낌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그게 실제입니다."

"선사가 어떤 고차원의 답변을 원하는 것일까"를 상상하며 머리를 굴리던 요원씨는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그럼 그 본 것을 제게 보여주십시오."

"보여줄 방법이 없습니다."

그랬다. 그것은 남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분명히 실제하는 현상이었다.

"그렇게 실제를 관찰하다 보면 실제는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단순함 안에서 다르마(진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좌선과 행선을 시작했지만 관찰이 쉽지 않았다. 배의 모습을 주시하려 마음을 다잡은 지 채 몇초가 지나지 않아 망상은 나래를 편 채 한편의 드라마를 그려내고 있었다. 그는 비로소 평소에 얼마나 많은 생각 속에 싸여 사는지를 알고 더욱 놀랐다.

선사의 가르침대로 번뇌를 떨치려 애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생각속에서 무엇을 보고 있으면 '봄'하고 알아차리고, 누구를 만나고 있으면 '만남'하고 알아차렸다. 알아차리는 순간 생각은 신기하게도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다. 번뇌가 줄고 마음이 고요해지자 배와 발의 단순한 움직임들 속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긴장과 팽창감 등 많은 것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대상을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상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기 시작한 요원씨의 통찰은 이렇게 깊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이어 두번째 위파사나 수련대회에 참석한 비구니 현담 스님(33). 스무살에 출가해 강원을 마친 뒤 전국 사찰의 선방에서 수행하며 가슴통증에 시달려오면서도 통증을 애써 무시하며 화두만을 붙잡기에 애쓴 그는 자연스럽게 통증을 관찰했다. 통증이 일어나자 곧바로 '통증' '통증'하고 알아차리며, 통증을 주시했다. 한번 일어나기 시작하면 좀체 사라지는 법이 없다고 단정한 채 고통스러워만 했던 통증의 실제 모습은 생각과는 다른 것이었다. 통증은 생각처럼 연속된 덩어리가 아니라 단지 순간 순간 일어났다 사라져가고 있는 하나의 흐름이었다.

"작동중인 선풍기를 단지 원으로만 생각했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니 그것은 하나하나의 날개가 돌고 있는 것을 보는 것과 같았다."

부처의 깨달음의 핵심인 삼법인 중 하나인 무상(어느것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8년 동안의 참선에서도 만나보지 못한 무상의 모습을 그는 선풍기에 비유했다. 통증을 관찰하는 그의 마음에 이미 고통은 없었다. 오직 통증이 일어나는 순간의 통증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지난 1월부터 위파사나를 본격적으로 수행해온 손승효(49)씨는 면담시간에 선사에게 3배를 드리는 순간에도 '몸을 숙이려는 마음'과 '숙여가는 동작' 하나하나에 대한 관찰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몸을 반쯤 숙였을 찰나였다. 절을 하는 동작과 마음이 실은 수백 수천의 동작과 마음의 끊임없는 이어짐이라는 것을 보았다. 선사와의 면담을 끝내고 신발끈을 매는 순간엔 수많은 생멸의 실상이 파노라마처럼 확연히 드러났다. 한번 잡은 것은 놓지 않으려는 집착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7년째 위파사나를 수행해온 장기순(48)씨는 "이번에 알아차림이 세심해지면서 화가 일어나는 순간 그 뿌리를 보았고, 그 순간 삶이 구조조정 되듯이 삶과 세상을 보는 눈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고 고백했다. 몸과 마음에 대한 집착도, 소유에 대한 집착도 이제 그의 것은 아닌 듯했다.

학교에서`나를 찾아서'란 심리상담코스에서 사고장애인 등을 상담하는 중에도 번뇌 때문에 상대에게만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요원씨는 "이제 내 생각을 먼저 주시하면서 냉철히 상담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고된 수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꿈에 부풀어 있는 수행자들을 향해 우 판디타 선사는 처음이자 마지막 물음을 잊지 않았다. "그대는 이 순간 에도 깨어 있는가."

남양주/글.사진 조현 기자 cho@hani.co.kr

위파사나란

"중생의 정화를 위한, 슬픔을 건너기 위한, 괴로움의 소멸을 위한, 진리의 길을 걷기 위한, 열반의 중득을 위한 오직 한 길이 있다. 이 길이 몸, 감각, 마음, 법(진리)의 네 곳에 마음을 집중하는 사념처 위파사나이다."(대념처경)

유명한 사마타(정신통일) 수행을 모두 거치고서도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하지 못한 석가모니는 직접 발견한 위파사나(통찰)를 통해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었다.

우리나라 불교에선 중국에서 건너온 화두선이 주요 수행법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석가모니 초기 불교의 전통을 고수하며 스스로 '근본 불교'라고 자칭하는 남방의 미얀마, 베트남, 타이, 인도, 스리랑카 등지에선 주로 위파사나 수행을 한다. 특히 철저한 오후 불식(오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음)과 청정한 계율 준수 등으로 유명한 미얀마에서 위파사나 수행 전통이 잘 남아 있다. 미얀마에선 대념처경을 보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은 마하시 선사(1904~1982)가 45살 때 마하시 선원을 개설하고, 세계 400여곳에 분원을 설립하면서 위파사나가 꽃피기 시작했다.

이번에 방한한 우판디타 선사는 마하시 선사의 뒤를 이어 마하시 선원을 이끌었고, 지금은 판디타 선원에서 지도중이다. 우리나라에선 붓다 랏기타 스님의 보리수선원(02-928-2844)과 (깨달음으로 가는 오직 한길)의 저자 김열권씨의 위파사나 선원(02-374-4726), 봉인사(0346-574-5585) 등지에서 위파사나를 지도하고 있다.

기본 수행은 앉은 좌선과 행선. 좌선은 호흡 때 배의 일어나고 사라짐을, 행선은 서서히 걸으면서 발을 관찰한다. 좌선, 행선뿐만 아니라 식사를 비롯한 일체의 동작과 생각, 외부 소리 등 모든 것을 알아차려 주시해야 한다. 이처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자아를 탐구하다 보면 모든 것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또 사라지고 있을 뿐이며, 마음이란 그치지 않고 흐르는 현상, 생각, 이미지, 정서, 분위기일 따름이라는 것을 체득하게 된다. 또 육체란 여러가지 느낌과 감각들의 집합으로서 아무것도 견고한 것은 없고, 그 어느 것에도 매달릴 만한 `나'란 없음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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