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_ 수행, 수도, 명상을 통해 행복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각박하고 외로운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 수도, 명상,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밖에서 만 갈구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자기를 깨닫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현실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한 생활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휴심정을 찾는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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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원불교 마음공부앗, 경계구나!
수도인이 경계를 피하여 조용한 곳에만 마음을 길들이려 하는 것은마치 물고기를 잡으려는 사람이 물을 피함과 같나니 무슨 효과를 얻으리오.그러므로 참다운 도를 닦으려면 오직 천만 경계 가운데에 마음을 길들여야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큰 힘을 얻으리라. -소태산 대종사
서울 관악구 봉천6동 봉천고개 아래 봉천초등학교 2학년 5반 교실. 종달새처럼 재잘대는 아이들 건너로 칠판 위에 글씨가 눈에 띈다.
"나는 원래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천방지축으로 교실을 헤집고 다니며 떠든다. 이런 어린 아이들이 과연 자기 마음을 챙길 수 있을까. 경계가 밀려든다. 하지만 이 경계가 사그라지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앞자리에서 유난히 떠들썩한 승준이. 그는 얼마 전까지만도 주변 친구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주먹대장이었다. 자주 승준이에게 맞았던 형훈이는 학교 나오기조차 꺼릴 정도였다.
오랫동안 마음공부 모임을 통해 마음을 살펴 자신감을 얻은 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인성지도에 마음공부를 활용해 학교 안팎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담임 장정혜(49) 교사의 지도로 마음공부를 시작한 지 2개월. 그동안 승준이는 믿기 어려울 만큼 변했다. 승준이의 일기가 그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대희가 화장실에서 내 옷에 물을 뿌렸다. 나는 화가 났다. 내가 좋아하는 옷이었다. 때리고 싶었지만 안 때렸다. 대희가 모르고 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제 경계를 알아차릴 뿐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상대의 처지까지 헤아린 것이다. 다복이의 일기에도 이런 '이해'가 담겨 있다.
산에다 밭을 만들었다. 돌이 많아 허리가 너무 아팠다. 아빠에게 집에 가자고 그랬는데도 '다 만들고 가자'고 했다. 나는 경계가 왔다. '앗! 경계구나'하고 아니까 화를 안 낼 수 있었다. 왜 그랬을까. 아하! 아빠가 한꺼번에 일을 끝내려고 그랬구나!
일기장에 빨간 글씨로 "그렇게 마음을 잘 챙기다니 참 훌륭하구나"라며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는 장 선생님의 '(문답)감정'을 보며 아이들은 더욱 신나게 '경계'를 챙겼다.
밥투정에, 짜증에, 형.동생과 싸움을 일삼던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것에 가장 놀란 이들은 부모들. 처음엔 마음공부란 얘기에 "별 희한한 것도 다 한다"며 마뜩찮아하던 학부모들이 마음일기의 위력에 놀라 자신들도 마음공부를 하겠다고 나섰다. 윤미 엄마도 이 가운데 한 사람이다.
"상을 휩쓰는 오빠에 비해 자기는 잘할 줄 아는 게 없다며 항상 열등감에 싸여 있던 윤미가 변하기 시작했어요. '경계'에 따라 일을 잘못할 수도 있고, 화도 낼 수 있지만, 원래 자기 마음은 훌륭하다는 거예요."
자신감을 갖고 당당해진 윤미의 변한 모습에 놀란 윤미 엄마,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주가가 오르내릴 때마다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해 괴로워했던 곤이 엄마, 아이가 예의에 벗어날 때는 참지 못했던 찬우 엄마 등도 마음공부에 동참했다. 7명중 상당수는 성당이나 교회에 나가면서, 마음공부를 함께 한다.
다빈이는 엄마의 마음공부 덕에 요즘 살판이 났다. 다른 아이에게 지는 것을 도저히 용서하지 않고, '1등'과 '세계 최고'만을 강요하던 엄마가 너그러워진 것이다.
"내 마음을 살피고 보니 내가 못다 푼 욕심을 다빈이를 통해 풀려고 했더군요. 다빈이의 삶을 살게 한 것이 아니라 내 맘대로만 하려고 했더라고요."
부모의 스트레스는 아이의 스트레스가 되기 마련이다. 친구에게 져서는 안 된다는 엄마의 엄명 때문에 친구에게 뒤질 때마다 인상을 쓰곤 했던 다빈이가 이제 엄마의 눈치를 슬슬 살피던 모습에서 점점 벗어나 순진무구한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형욱이 엄마가 매일 마음일기를 쓰게 된 것도 골치를 썩이던 형욱이의 버릇이 뚝 끊기는 놀라운 일을 겪고 부터다. 하교길이나 학원에 오갈 때 틈만 나면 컴퓨터방에 들어가 오락에 정신을 팔곤 해 "차라리 집을 나가버려라"고 했던 형욱이가 컴퓨터방에 가는 발길을 뚝 끊은 것이다. 엄마는 형욱의 일기를 보고서야 형욱이가 위기의 순간에 마음을 다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태권도를 마치고 집에 곧장 가지않고 컴퓨터방에 들어갔다. 그때 '앗! 경계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갔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그것은 바로 집에 가기 싫은 경계가 와서 그랬다는 것을 알았다.
형훈이 엄마도 다빈이 엄마 못지않게 자기 아이가 지는 것을 눈뜨고 못보는 성미였다. 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혼을 내는 엄마 때문에 친구들을 칭찬하는 법이 거의 없었다. 그런 형훈이가 어느날부턴가 친구들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두들겨팼던 승준이를 "이제 얼마나 착해진 줄 아느냐"며 변호하기에 바쁘다. "형훈이가 늦게까지 어울리곤 하는 친구가 영구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얘기를 듣고, '함께 놀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형훈이가 '엄마는 그 애가 얼마나 마음도 잘 챙기고 착한지 몰라서 그런다'며 꼭 그 아이의 마음일기 발표를 들어보라고 해서 학교에 가서 그 애의 일기를 듣고 선입견으로 그 아이를 차별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편견 없이 친구를 본 형훈이가 자랑스러웠다."
눈시울을 붉히는 엄마, 천진난만한 미소를 머금은 형훈이. 모자는 이렇게 원래 마음에 머물러 있었다.
조현 기자 cho@hani.co.kr
경계 _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일
상대방이 밉거나, 화가 나거나, 탐욕이 일어날 때 마음을 잠시 멈춰서서 자기 마음을 살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마음공부란 마음을 살피는 것이다. 경계(境界.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일들과 대상)가 일어날 때 `일어난 마음'과 이 마음이 일기 전 '원래마음'을 대조하는 것이다. 시비 분별과 차별이 없는 원래마음의 위치에서 '흐렸다 개었다'하는 마음을 본다. "심지(心地)는 본디 요란함과 어리석음과 그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自性)의 정(定).혜(慧).계(戒)를 세우자"는 수행 공식을 따라 모든 마음의 뿌리인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수행법은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큰 깨달음을 얻은 뒤 본디는 '없건만' 경계 따라 '일어났다 사라지는' 마음의 원리를 간단하고 편리하게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깨닫도록 한 것이다. 대종사의 뒤를 이어 '마음공부 잘하여 새세상 주인 되자'는 2대 종법사 정산 종사와 대산 3대 종법사의 뜻을 이은 원불교 장산 종사와 박선태 교무 등이 지도하는 마음공부의 탁월한 효과가 알려지면서 원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인들과 일반인들의 관심이 더욱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수.교사들의 중구교당 모임, 정신과 의사와 함께하는 마음학교,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 중심의 모임을 비롯해 전국에 30여 개의 비신자 중심의 마음공부 모임이 생겨났다. 장정혜 교사 등은 8월16~18일 용인 청소년수련원에서 마음 공부를 지도한다.
마음공부 _ 경계가 생길 때 일어나는 마음을 원래 마음과 대조하는 것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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