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_ 수행, 수도, 명상을 통해 행복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각박하고 외로운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 수도, 명상,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밖에서 만 갈구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자기를 깨닫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현실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한 생활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휴심정을 찾는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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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주말체험덜네시아 되어서 손에 손을 잡자
부부끼리 싸우지 않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싸우되 서로 상처를 입히지 않고 싸우는 게 중요하다.
푸른 시절 우리는 사랑으로 만났네 그 때 그 시간은 우리의 것이었지 세월 흘러흘러 모든 것 변했지만 아직도 그 때 잊을 수가 없어요 아직도 그 때 잊을 수가 없어요 사노라면 얼굴에 주름 쌓이고 사랑에도 흠이 패여 아픈 상처투성이 혼인이란 좌절에 나는 Eldonza 혼인이란 회색빛 십자가인가 혼인이란 회색빛 십자가인가 어려움 이겨내며 듣기와 대화로 부부일치 이루려 노력하는 우리부부 꽃씨를 뿌리며 내일바라보자 Dulcinea 되어서 손에 손을 잡자 Dulcinea 되어서 손에 손을 잡자 혼인성사 은총으로 힘 얻은 우리부부 성사적 삶을 살며 사랑의 여정가세 믿음희망의 작은 교회 이루니 우리는 한부부 우리는 성가정 우리는 한부부 우리는 성가정 M.E프로그램이 열리는 서울 중구 장충동 베네딕도수도원에서 가 울려 퍼진다. M.E는 Marriage Encounter(혼인의 재만남)의 줄임말이다. 부부끼리 참가해 결혼과 배우자의 의미를 다시 재발견하는 부부피정에 30쌍의 부부가 참여했다. 노랫말이 주는 의미 때문일까. 참여자들의 눈빛엔 오랜 결혼의 피로감과 상처, 그리고 첫 마음의 추억이 동시에 언뜻언뜻 스쳐 지나간다.
노랫말에 나오는 엘돈자와 덜시네아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희곡화한 '라만차의 사나이'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으로 동일 인물이다. 창녀인 엘돈자는 돈키호테의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자신을 비하하며 절망하지만 돈키호테의 끊임없는 격려와 사랑으로 아름다운 덜시네아로 변신한다. 여기에서 엘돈자는 열등의식에 빠진 인간을 , 덜시네아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한 정상인을 대변한다. 어느 아내인들 사랑받고 가치 있는 덜시네아가 되고 싶지 않을 것인가.
우리나라에선 100쌍의 부부 가운데 36쌍이 이혼할 만큼 이혼율이 크게 늘고 있다. 이혼율 세계 3위다. 가정불화는 부부 간만이 아니라 자식들의 아픔으로 이어지곤 한다. 청소년 문제를 비롯한 총체적인 사회 문제의 씨앗으로 모두의 고통이 된다.
M.E는 이런 고통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예방 프로그램과 같다. 애초 M.E가 시작된 것도 이혼자녀들의 고통을 지켜보던 신부의 아이디어에 의한 것이었다. 1950년대 말 스페인에서 소년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던 가브리엘 칼보 신부는 대부분의 가정 문제가 불안정한 부부 관계로부터 생기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196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8쌍의 가난한 노동자 부부들을 대상으로 M.E모임을 가졌다. 늘 한 집에 살면서도 자신들의 문제를 가지고 제대로 대화해본 적도 없던 대부분의 부부들은 주말 2박3일 동안의 진실한 만남을 통해 가정과 자신의 삶이 변화되는 것을 체험했다. 그래서 1960년대 M.E가 라틴 아메리카로 급속히 번져갔다. M.E는 1967년 미국에 상륙한 뒤 예수회의 갤라거 신부가 열성적으로 이를 전파해 미국 가톨릭에서 가장 활기찬 운동으로 자리했다.
우리나라에는 천주교 메리놀회 마진학 신부가 도입해 1977년 3월 한국인을 위한 첫 주말을 열었다. 2001년 말까지 11만 2000여 쌍의 부부가 이 주말을 체험했다. 전국적으로 연간 150차례 가량 열린다.
M.E는 결혼한 지 5년이 지나야 참석할 수 있으며, 나이 제한은 없다. M.E는 금요일 저녁 8시부터 일요일 오후 5시까지 2박3일간 열려 흔히 '주말 체험'으로 불린다. 서울 장충동 '성 베네딕도 피정의 집'과 경기도 안양 '아론의 집' 등 전국 28곳의 수도원과 '피정의 집' 등 한적한 분위기 안에서 부부끼리 한방을 쓰면서 충분히 대화하도록 한다. M.E는 평생 한 차례만 참가할 수 있으며, 참가 뒤 후속 프로그램들이 이어진다. 참여하고 싶은 부부들이 경비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부부가 2박3일간 여행할 때 드는 비용을 기준으로 내도록 한다. 대개 20만~30만원 수준이다. 처음엔 가톨릭신자들만 참여하도록 했으니 지금은 비신자들에게도 문호가 개방되어있다.
처음 M.E에 참여하려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생활이 드러날까봐 두려워한다. 그러나 M.E에서 그럴 일은 없다. M.E에선 참여자들은 발표하지 않으며, 이미 M.E 프로그램을 거쳤던 신부와 부부 3쌍이 한 팀이 돼 발표한다. 참여자들은 그들의 발표를 들으며 자신의 틀로만 배우자를 바라보고, 배우자를 그 틀에 맞추려고만 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곤 한다. 그리고 부부만이 쓰는 방으로 돌아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오랜 상처와 불화 속에서도 화해하고자 하는 열망을 확인하면서 부부관계의 전환을 맞이하곤 한다.
"상당수 부부들이 서로 할 말도 못한 채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부부도 속으론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오랫동안 M.E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던 소윤섭 신부는 "M.E는 부부끼리 싸우지 말라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처를 입히지 않고 싸우는 방법도 가르친다"고 했다.
M.E는 각 나라와 각 지방 모임별로 대표 부부를 두고 있다. 그들이 중심이 돼 여러 부부들이 함께 정기적으로 만나 부부와 가정의 아름다운 삶을 회복해가고 있다.
한국협의회 대표부부인 조덕, 이명숙 부부는 "M.E를 체험한 뒤 흉금 없이 얘기를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며 "50대인데도 지금도 상대를 보면 가슴이 설렐 정도여서 친구들로부터 '닭살 돋는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고 웃었다.
M.E 한국협의회 홍보분과 대표인 양송옥씨도 "조선시대 양반 같던 남편이 M.E에 참여하고 난 뒤 얼마나 부드러워졌는지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그들에겐 M.E가 잃어버렸던 낙원으로 되돌아가는 길이었다.
M.E에 참여한 부부들은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한다. 이들이 진솔하게 나누는 대화 주제나 스스로에 대한 물음들은 이렇다.
-내가 배우자의 말을 경청하는데 어려움을 준 것은 무엇인가? -집에서 우리 부부는 매일 대화를 하고 있는가? -부모로서 배우자가 가진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 -최근 내가 배우자에게 소외감을 느껴 외로웠을 때는? -지금 내게 있는 가장 큰 재산은 무엇인가? -마음 속으로는 싫지만 겉으로 좋다고 이야기해야 했을 때의 나의 느낌은? -배우자가 나의 말을 무시하고 돌아섰을 때? -배우자가 기분이 언짢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며, 그때 나의 느낌은? -배우자는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배우자가 매우 피곤한데도 나에게 성실하게 대해줄 때의 느낌은? -내가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해주지못할 때의 느낌은? -내가 배우자에게 성을 요구할 때의 나의 느낌은? -최근 성생활에 가장 만족한 때는? -집안 경제에 어려움이 있을 때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어떻게 대처하는가? -다투고 난 뒤 배우자와 대화를 나눌 때의 나의 느낌은? -배우자의 신체접촉은 어떤 느낌을 주는가? -부부의 관계성이 결여됨을 깨달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며, 어떤 느낌을 갖는가. -우리 부부는 모든 일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편인가? -최근 배우자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칭찬한 경우가 있는가? -요즘 배우자가 나에게 활력을 갖도록 해준 일은 무엇이 있는가? -나는 배우자에게 진정으로 정직한가? -우리 부부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극복해야할 어려움은 무엇인가? -나는 배우자의 어떤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
조현 기자 cho@hani.co.kr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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