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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좋은글

[나를찾아떠나는休] 인도식 수행, 삿상

등록 2012-08-30 16:38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_ 수행, 수도, 명상을 통해 행복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각박하고 외로운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 수도, 명상,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밖에서 만 갈구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자기를 깨닫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현실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한 생활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휴심정을 찾는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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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인도식 수행공동체, 삿상불안은 누가 만들었는가, 참나는 누가 만들었는가

해탈이란 미래의 어느 때에 얻는 것이 아니라'지금 여기'에 영원히 현존하고 있다. 그대가 곧 깨달음이다.

"수행이 필요 없다!"

수행공동체에서 터져 나오는 일성이 아이러니다. 경남 창원시 외곽인 마금산 온천지역의 촌락인 북면 신리에 자리 잡은 '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은 그래서 수행공동체이면서, 수행조차 쉬는 곳이다.

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은 창원대 김병채(상담심리학) 교수의 주도로 만들어진 인도식 수행공동체(아쉬람)다. 국내 최초의 인도식 아쉬람이라는 것도 독특하지만, '수행 불필요론'이 더욱 이채롭다. 크리슈나다스는 김 교수의 인도명이고, 아쉬람은 수도공동체를 부르는 인도어이다.

왜 수행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일까. 이 영성과 수행의 시대에. 김 교수의 가르침은 간단명료하다. "모든 이는 이미 깨달은 존재이므로 더는 깨달음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겐 쉽사리 믿기지 않으면서도,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다.

김 교수도 수행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수행 과정이 있었다. 창원대 인문대학장이었던 김 교수는 1988년 심리학의 한계를 느끼고 '깨달은 스승'들을 찾아 인도로 갔다. 그는 인도에 건너간 지 6개월 만에 인도의 성자 라마나 마하리쉬(1879~1950)의 제자인 슈리 푼자(1910~1997)를 만났다. 그의 삶을 바꾼 스승이었다.

푼자의 스승 마하리쉬는 어떤 욕구도, 노력도, 생각조차 느껴지지 않는 침묵의 눈빛으로 세계인들의 영혼을 사로잡은 인도 근대의 빛나는 태양이었다. 열여섯 살에 죽음과 같은 상태를 체험한 뒤 참자아는 육체나 마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터득했던 마하리쉬는 침묵만으로 많은 이들을 깨닫게 했다.

"나는 누구인가"

마하리쉬는 침묵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입을 열어 자신의 본성을 탐구하도록 했다. 이렇게 자아를 탐구해 모든 생각의 근원이, '나'라는 생각이 일어나는 곳을 찾으라는 것이다. 어떤 생각이 일어나는 즉시 그 생각이 누구에게 일어난 것인지를 물으면 항상 그 자체로 현존하는 참자아가 드러난다고 했다. 마하리쉬는 "해탈이란 미래의 어느 때에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영원히 현존하고 있다"며 "그대가 깨달음"이라고 명쾌하게 말하곤 했다.

1944년 마하리쉬를 만나 깨달음을 얻은 슈리 푼자도 호쾌하게 깨달음을 폈다. 그는 자신이 바로 참자아임을 깨닫지 못하고, 끝없이 깨달음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물고기가 물속에 있으면서도 물에 목말라하는 것과 같다"며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김 교수는 이런 푼자와의 명쾌하고 간결한 삿상을 통해 우리는 배울 필요가 없는 참나 자체이므로, 더는 '찾아다닐'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그 깨달음대로 방황을 그치고, 귀국해 학교와 아쉬람 등에서 삿상과 명상을 이끌었다. 인도말로 '진리와의 교제'를 뜻하는 삿상은 문답을 통해 스스로가 깨달은 존재, 즉 참나임을 깨닫도록 한다. 될수록 말로써 진리를 표현하지 않도록 하는 불교 수행과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아무도 지키는 사람 없이 누구나 쉬고 갈수 있도록 개방한 이 아쉬람에는 소리소문 없이 많은 이들이 찾아와 매주 토요일 저녁 8시에 열리는 삿상에 참석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때론 음악을 들으며 쉬어간다.

미금산 신리의 좁다란 골목길을 돌아 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에 들어서면 희한한 모습의 집들이 눈길을 끈다. 원형과 타원형으로 지은 홀과 토굴들이 자유롭게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고즈넉한 공동체 안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장애우와 실무자 등 22명이 명상음악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있었다.

명상음악은 잠자는 감정을 두드린다. 슬퍼지는가 하면 다시 가슴을 살포시 쓸어내리는 듯하다. 이슬비처럼 살짝 다가오다가 빗줄기처럼 굵어지던 화음이 어느 순간 폭풍우처럼 몰아친다. 기쁨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다. 감정도 아니고, 육체도 아니다. 소리도 아니고, 느낌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을 아는 의식만이 빛나고 있다.

이날 저녁도 어김없이 아쉬람 안 라마나하우스에서 삿상이 시작됐다. 삿상을 이끄는 김 교수가 어떠냐고 묻자, 여자대학원생 김현정 씨가 "멍하다"고 말했다.

"멍한 것을 누가 아는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

"뭐가 뭔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은 무엇인가?"

삿상은 이런 물음을 통해 누구나 '참나'의 의식으로 빛나고 있다는 것을 깨운다. 과거에 대한 기억 속에, 미래에 대한 걱정 속에 빠져 '꿈꾸듯이' 살아가는 이를 바로 '지금 여기에' 머무르게 한다.

고교 여교사인 황아무개 씨가 김 교수 앞으로 가 앉았다.

"요즘 마음이 불안하다. 마음이 불안해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더 불안하다."

3년 전 갑작스레 뇌경색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여전히 불편한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은 황씨는 고통스런 심경을 털어놓았다. 김 교수의 물음이 이어졌다.

"마음이 산란하면 안 되는가? 물이 얼었다가 녹으면 안 되는가? 언 것과 녹은 것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김 교수의 물음에 황씨가 주춤했다. 평안 속에 안주하고 싶어하는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김 교수는 다시 의표를 찔렀다.

"불안은 누가 만들었는가, 평안은 누가 만들었는가?"

그 순간 황씨의 눈이 빛났다. 그가 말했다. "내가 만들었다." 이어 김 교수가 "당신이 불안할 때, 그때는 참나인가, 아닌가?"라고 물었다.잠시 당혹스러워하던 황씨가 답했다.

"정말 언제나 참나네요"

그녀는 그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울음을 터뜨렸다. 평안한 마음도 불안한 마음도 자신의 창조한 대상일 뿐이며, 자신이 언제 어느 상황에 있더라도 변함없는 의식으로 존재하는 참나임을 언뜻 자각한 순간 터져나온 회한의 울음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평안도 불안도 넘어선 눈빛이 담긴 마하리쉬의 사진 아래로 깊은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가 돌연 웃기 시작했다. 마치 자기 안에 가장 소중한 보물을 두고도 늘 거지처럼 허덕이며 괴로워했던 모습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엄마의 돌발적인 울음과 웃음에 아들이 앞으로 나와 엄마를 바라보았지만 그의 웃음은 그치지 않았다.

명상음악으로 모처럼 깊은 휴식에 잠긴 장애우들의 요청으로 열린 삿상에서 김 교수의 물음이 장애우들의 참 존재를 감쌌다.

"달걀을 가지고 있으면 여러분은 달걀인가, 달걀을 가지고 있는 자인가?"

장애를 가진 몸이 아니라 그 몸을 소유하고 있을 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참나인 이들에게 더이상의 질문도 답도 필요치 않았다. 움직임은 더뎠지만, 이들은 마치 창공을 나는 새처럼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몸도, 마음도, 어떤 굴레도 결코 '(참)나'를 속박할 수는 없다는 듯이.

조현 기자 cho@hani.co.kr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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