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거스트 러쉬>
대(大) 뮤지션들의 성공담 뒤에는 부모의 결사반대가 부록처럼 따라붙습니다. 기타 몇 대쯤 부서지는 일은 기본에 속합니다. 이유는 '나처럼 니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거나 '너를 위해서'라는 말입니다.
혹시 그의 자식이 미래의 조용필이거나 서태지일 수도 있는데,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그런 폭력을 행사합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정상급 감독으로 인정받는 한 영화감독의 어머니는 영화를 하겠다는 아들에게 '대학까지 나온 놈이 무슨 영화냐'고 혀를 찼다지요.
어디 예술 쪽의 경우만 그런가요. 비트겐슈타인 같은 불세출의 철학적 재능을 가진 아이가 철학자를 꿈꾸고 있는데, 옆에서 보기에 장래성이 없는 직업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아이에게 서슴없이 금융전문가가 되기를 강제하는 식의 부모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만 명이 넘는 저의 상담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자기가 죽을 길을 일부러 찾아나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옆에서 보기에 그럴 따름입니다. 모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가 살 길을 찾아나서게 되어 있습니다.
내게는 더할 수 없이 무질서해 보이지만, 대개는 그 안에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그'만의 질서가 있기 마련입니다.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마음미술관>(정혜신 글, 전용성 그림, 문학동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