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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좋은글

돈을 뛰어넘는 살림의 지혜

등록 2014-01-10 12:36

평생 직업을 갖지 않았던 여자가 꼭꼭 숨겨둔 금화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물건을 사기보다 손수 만들었고, 만들거나 기를 수 없는 것은 이웃에게 얻고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어 돈을 받고 파는 것보다 귀하게 값을 치렀다. 시장은 그가 가장 나중에 찾는 곳이었고 돈을 주고 사는 것은 자신이 기를 수 없는 먹거리와 아이들 교육을 위한 물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집에 오는 우편물 봉투들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고 잣이나 산밤 같은 열매를 담아주는 선물포장으로 썼고, 헌옷가지를 모아두었다가 인형을 만들어 주는 식이었다. 나는 그의 선물들 앞에 시장에서 카드로 산 물건으로 답례를 할 때면 손이 부끄러웠다. 소로우는 '부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거의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가 꼭 그렇게 부유한 사람이다. 한동네 살면서도 그 여자는 사시사철 마을의 풀과 꽃과 바람과 나무들과 새들의 노래와 하늘빛을 온전히 누렸다. 하지만 나는 직장을 그만둔 뒤에도 방구석에 틀어박혀 품팔이처럼 글을 쓰느라 온종을 컴퓨터 앞에서 한숨만 쉬었다. ... 마침내 나도 그이처럼 살고 싶었다. 아픈 만큼 겨우 깨달음이 왔다고 해야 할까. '살림을 잘하는 사람'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 잘하는 살림만이 아니라 죽은 것을 되살아나게 하는 살림. 병든 몸을 살리기 위해 돈을 써야 하는 일이 닥쳐오기 전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기르고 만들고 나누면서 스스로 몸과 마음과 영혼을 지켜내는 일. 내가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던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것을, 동갑내기 스승이 일깨워 준, 돈을 뛰어넘는 살림의 지혜였다. 《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김선미 지음, 위즈덤하우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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