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 좋은글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

등록 2014-12-11 17:48

그중에서 제일 먼저 내 가슴을 노크한 분이 안젤름 그륀 신부님이었다. 그분은 냉철하지만 말할 수 없이 따스한 언어로 많은 이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계셨다. 그분의 책들을 읽고 나면 내 영혼이 한 뼘은 자라 있는 것 같았고 상처는 조금 더 아무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아직도 그 구절을 기억한다.

우리는 가끔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우리의 배심원으로 앉혀 두고 언제까지나 피고석에 앉아 변명을 지속하려고 한다. …그때 내게 천둥같은 충격이 다가왔다. 글쎄, 책을 읽고 이렇게 깊은 충격을 받는 것은 이것이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아직은 없었다. 깊이 새길 구절도 많았고 두고두고 좋았던 구절들도 많았지만 나는 내가 바로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인생을 심판하는 권한을 쥐여 주고 '언제까지나!' 피고석에 앉아 변명하고 싶어 하는 걸 알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약간 술에 취해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부터 내 배심원들 다 해고야!"물론 그들은 그날부터 해고되지 못했다. 나도 우물거렸고 그들의 저항도 심했다. 그러나 기준을 한번 정해 놓고 나자 그 방향으로 쭉 나갈 수는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나는 배심원들을 해고시켜 나갔고 자주 피고석을 이탈하기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아예 그 법정에 가지 않았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2>(분도출판사) 중에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두번째 화살을 맞지않으려면 1.

두번째 화살을 맞지않으려면

홀로된 자로서 담대하게 서라 2.

홀로된 자로서 담대하게 서라

착한 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3.

착한 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천도재도, 대입합격기도도 없는 사자암의 향봉스님 4.

천도재도, 대입합격기도도 없는 사자암의 향봉스님

고통이 바로 성장의 동력이다 5.

고통이 바로 성장의 동력이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