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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좋은글

애나 호박이나 같은 것이여

등록 2017-02-17 09:40

"이상하게 나는 호박을 못 키워. 매년 호박이 안돼."그러자 호박을 따서 씻던 시인이 무심해 대답했다."거름이 부족한 게지.""아니야, 심기 전에 퇴비 주고 고양이 똥 삭힌 거랑 우유 남은 거 이런 거 주는데 잎만 무성해서 무슨 칡덩굴처럼 2층 창까지 올라갔어."그러자 시인이 피식 웃었다. "첫 순을 따버려야지."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평상에 앉아 따박따박 호박을 썰던 시인이 다시 대꾸했다."거름이 너무 많아도 농사가 안돼. 쉽게 말하면 먹을 게 많은데 왜 애쓰며 꽃피우고 열매를 맺겠느냐고. 순지르기라는 걸 해서 첫 번에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걸 확 보여줘야 하는 거야. 그러면 '아,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구나. 우리 세대는 힘들 것 같으니 다음 세대에 기대를 해보자'하고 호박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지. 사람하고 똑같아."…"지영이 너는 아이들은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고생도 시키고 그러는 거로 아는데 호박은 과보호를 했구만그래. 애나 호박이나 같은 것이여."

<시인의 밥상>(공지영 지음, 한겨레출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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