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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청와대 앞에 멈춰선 ‘채동욱 찍어내기’ 수사

등록 2014-03-25 08:17수정 2014-03-25 11:30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아무개군의 개인정보 불법유출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의혹이 뚜렷해지고 있다. 채 전 총장에 대한 뒷조사에는 민정수석실은 물론 총무비서관실·교육문화수석실·고용복지수석실 등 청와대의 여러 부서가 총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경찰·구청·교육청·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전방위에 걸쳐 불법 정보수집에 나선 형국이다. 이런 대대적인 ‘신상 캐기’ 뒤에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보도됐고, 민정수석실은 곧바로 대검에 채 전 총장의 사퇴를 종용했다. 개인정보의 불법 수집에서 누출에 이르는 전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는 몇 달째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의 거의 모든 비서관실이 나서 채 전 총장을 집중사찰했다는 것을 이미 한달 전쯤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21일에는 민정수석실 직원이 경찰 지구대에서 채군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사실도 드러났다. 개인정보 불법유출이라는 범죄의 실체에 바싹 다가섰는데도, 검찰은 지금껏 단 한 사람의 청와대 관련자도 소환조사하지 않고 있다. 대체 어떤 압력 때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묘한 수사방해로 의심되는 일도 여럿이다. 검찰의 담당 수사팀은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 등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터에 다른 굵직한 사건이 추가로 배당되는 바람에 정작 이번 사건 수사엔 여력을 내지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개인정보 불법유출 수사가 지지부진하는 동안 되레 채군 어머니에 대한 고발사건 수사는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혹시 채군 가족 등을 압박하거나 여론의 방향을 돌려 개인정보 유출 수사를 흐지부지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사실이라면 더없이 치졸하다.

검찰이 여기서 수사를 멈춘다고 해서 이번 일이 덮어질 리 만무하다. 잠시 동안은 숨길 수 있겠지만 결국은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증거 인멸과 사건 축소 의혹이 확연한데도 청와대 관련자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바람에 결국 재수사로 이어져 검찰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던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이 생생한 보기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수사 체제를 정비해 직권을 남용한 청와대 관련자들에 대한 본격 조사에 나서야 한다. 거의 모든 수석비서관실을 동원했을 정도라면 권력 핵심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하는 게 마땅하다. 또 그 정도라면 청와대 말고 다른 국가기관들도 동원됐음 직하다. 불법의 의혹이 그렇게 분명해졌는데도 권력의 눈치 때문에 외면한다면 검찰이 존재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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