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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정은, ‘공포정치’로는 정통성 얻지 못한다

등록 2013-12-15 19:00수정 2013-12-17 09:59

북한이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의 전격적인 처형을 정당화하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유일 지배체제 강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은 장성택 사형이 별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이전과 비슷한 공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 당국이 정통성 강화를 위해 동원하는 첫째 논리는 김정은의 혈통을 강조하는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이 하늘에선 수령의 피가 아닌 다른 피를 가진 인간은 숨 쉴 공기도 없다”며 ‘수령에 대해 감히 도전한다면 피를 나눈 혈육이라도 서슴없이 징벌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주장은 북한이 왕조시대의 사고방식을 넘어서지 못하는 후진적 상태에 있음을 재확인할 뿐이다. 김정은 이외의 사람은 어느 때건 처형할 수 있다는 ‘공포정치의 수사’이기도 하다. 헌법에까지 독재를 규정한 나라이더라도 폭력을 남발해서는 정통성을 얻지 못한다. 이는 장성택 세력에 대한 ‘피의 숙청’을 중단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은 정권은 앞으로 경제 활성화를 통한 정통성 강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장성택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그가 여러 경협 사업에 깊숙이 관여해왔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이들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려 할 것이다. 다른 개혁·개방 조처도 내각을 전면에 내세워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쪽으로 가기가 쉽다. 이런 시도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거부감을 낮추지 못한다면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공식적으로 ‘장성택 처형은 북한 내부의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중국도 대북 경협을 확대할 동기가 약하다. 공포정치의 지속과 이로 인한 체제 불안은 경제 개선에도 족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북한의 대외 관계에 대해서는 적어도 당분간은 경색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다수다. 군부를 중심으로 강경파의 힘이 커지는 듯한 상황임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분석이다. 북한이 체제 안정에 실패할 경우 내부 결속을 위해 대외 도발을 시도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길은 북한 자신을 위해서도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지금 북한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대외 관계 개선에 신경 써야 할 때다. 공포정치를 지속해선 안 될 또 다른 이유다.

김정은이 왜 장성택 처형을 감행했는지 그 구체적인 계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물론 장성택의 권력이 강해지는 과정에서 김정은과 다른 권력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게 주요한 배경이 됐을 것이다. 이런 모순에 공포정치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면 김정은 체제는 지구촌의 차가운 눈길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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