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15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김정은 정권의 십상시 같은 역할을 해온 사람”이라며 원색적인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박 의원이 정부(통일부)의 승인을 받고 정식으로 방북하는 것에 대해서도 빨간 색을 덧칠하려는 것이라, 이른바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 파문 이후 수세에 몰린 여권이 색깔론으로 되치기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소속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 소리’ 회의에서 “박지원 의원에게 쓴소리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3주기를 맞아 16일 김대중평화센터 이희호 이사장 명의의 조화를 전달하러 북한 개성을 방문할 예정이다.
하 의원은 “박 의원이 내일 조화를 들고 북한에 간다는데, 유엔에서 18일 북한 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고 북한은 이를 저지하려고 노력하는 시기”라며 “조화를 들고 가는 게 필요하다고 해도 본인이 가야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박 의원은 북한인권법에 대한 전형적인 반대론자이고, ‘원내대표 시절 북한인권법 통과를 막은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는 발언까지 했다”며 “박 의원이 여태까지 발언한 것을 보면 거의 김정은 정권 십상시, 내시 역할 비슷하게 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하 의원은 “장성택이 총살 당했을 때도 북한 정권의 잔인함을 지적한 게 아니라 ‘이럴 때일수록 김정은 체제를 강화시키는 게 옳다’는 상식 밖의, 전략적으로 거의 김정은 정권의 내시, 비서실장 역할을 자처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십상시’란 중국 한나라 영제 때에 조정을 장악하고 권력을 휘두른 10여명의 환관을 가리키는 말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후보 캠프의 핵심 실무자들이 십상시로 불린 바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올초 작성해 지난달 <세계일보>가 공개한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보고서에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3인방과 핵심 행정관들을 일컬어 ‘십상시’로 표현돼 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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