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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인지 부조화 / 이재성

등록 2015-01-20 18:51

지구에 대홍수가 임박했지만 자신들만은 외계 우주선의 구원을 받을 것이라 믿었던 유에프오(UFO) 숭배 교도들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대재앙이 닥치지 않자 이들은 믿음 덕분에 재앙을 피했다고 주장하며 이전보다 더 독실한 신자가 됐다. 미국의 심리학자 리언 페스팅거는 <예언이 실패할 때>(When Prophecy Fails)라는 책에서 이들의 행동을 ‘인지 부조화’ 이론으로 설명한다. 외계 우주선이 올 것이라는 믿음과 그렇지 않은 현실이 충돌하자 그 부조화를 해결하고자 오랫동안 유지해온 인지 자체를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조엘 레비가 쓴 <프로이트의 말실수>(휴먼사이언스 펴냄)는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방어기제’를 소개한다. 방어기제는 불안이나 불쾌함을 유발하는 생각이나 감정으로부터 의식을 보호하는 무의식적인 사고나 행동 양상을 말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그의 딸 아나 프로이트가 함께 쓴 <자아와 방어기제>는 방어기제의 유형을 부인, 투사, 억압, 전치, 퇴행, 합리화, 승화 등으로 분류한다.

임기 초반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부터 최근의 비선 실세 국정농단 논란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이 연루된 의혹을 대하는 심리와 행동 양상을 방어기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미 드러난 사실을 포함해 진실이나 불편한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며(부인), 다른 사람이나 집단(채동욱 전 검찰총장, 통합진보당)에 부정적인 감정을 떠넘기고(투사), 제3자인 그들에게 분풀이를 한다(전치). 문제를 일으키는 감정이나 생각을 무의식의 영역으로 추방하고(억압), 발달 초기 단계(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통치 시절)의 행동이나 생각으로 돌아가며(퇴행),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합리화’한다. 마지막 단계는 정신적 긴장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출구로 내보내는 ‘승화’다. 이번엔 어떤 형태로 승화할지 걱정이다.

이재성 문화부 책지성팀장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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