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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4대강의 나라와 엘리너 오스트롬 / 우석훈

등록 2009-10-14 20:51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경제학자들끼리 흔히 하는 농담이 몇 개 있다. 경제학자는 노벨상을 받고 싶어하는 경제학자와 노벨상을 받을 생각이 없는 경제학자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순수 이론이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사람들에게 노벨상이 수여되어 왔다. 노벨상을 받고 싶어하는 경제학자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한다. 그리고 삶은 대체로 배고프다. 반면에 노벨상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은 기존 학계의 얘기를 반복하는 대신 삶은 평온하다. 또다른 농담이 있다. 노벨 경제학상은 30대에 멋진 논문을 쓰고, 끝까지 죽지 않고 버티는 사람에게 간다는 말이다. 젊은 학자에게 노벨 경제학상이 가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단 오래 살아야 한다는 농담들을 한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여성학자 엘리너 오스트롬의 경우도 칠순도 중반을 한참 넘긴 나이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가 중요한 논문을 발표한 것은 환갑을 넘은 이후라서 약간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소감부터 얘기하자. 오스트롬이 있는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몇 달 그의 세미나에 참가해서 미진한 공부를 좀 채우려고 계획을 세워놓고 있던 나는, 완전히 망했다. 아마 1년 동안은 노벨재단이 마련한 각종 강연회를 돌아다니느라고 나 같은 C급 경제학자가 얼굴이라도 한번 보는 일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코스가 노벨상을 탈 때나, 센이 노벨상을 탈 때나, 아니면 크루그먼이 노벨상을 탈 때보다 그 기쁨의 깊이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물론 내가 기뻐하는 만큼, 경제학계 내에서는 볼멘소리가 울려나오기 시작한다.

가장 큰 불만은 오스트롬이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것인데, 이미 수학자인 내시에게 노벨상을 주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았던 과거를 생각하면 그건 말도 아닌 얘기인 것 같다. 어쨌든 오스트롬의 전공을 둘러싸고 해석들이 분분하다. 정치학계에서는 정치학자라고 하고, 행정학계에서는 행정학자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생태경제학자라고 하기도 한다. 올해 <사이언스>에 실린 ‘사회-생태 시스템의 지속가능성 분석을 위한 일반이론’이라는 논문은 생태학자라고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내 해석으로는 생태학과 게임이론을 적극 활용한 행정학자라고 보는 게 가장 타당할 것 같다. 어쨌든 그녀는 ‘행정체계’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대가이고, 노벨상 수상 이유도 그러하다.

오스트롬의 주요한 이론을 알기 쉽게 풀자면, 공유재 관리를 위해서 어떠한 지역 행정체계와 주민의 의사결정 체계를 가져야 하느냐는 것에 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어떻게 지역 주민들이 적절하게 참여하면서 지역 막개발과 생태계 파괴 문제를 풀 수 있는가, 바로 그 질문을 오스트롬이 던진 것이고, 이를 바로 ‘어댑티브 거버넌스’라고 한다. 적응형 지방행정 정도로 조심스럽게 번역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어떻게 막개발이나 생태계 파괴와 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있는가, 이게 바로 그가 말하는 거버넌스의 핵심이다. 그리고 바로 이 메시지는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마을 만들기’의 생태학적이며 행정학적인 기본이 그가 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4대강의 나라에서, 어떻게 지역행정과 주민들이 결합해서 그런 일이 안 벌어지게 하는가, 그게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오스트롬 노벨상 수상의 의미이다. 4대강과 뉴타운, 그리고 골프장의 나라에서 그의 노벨상 수상이 정말로 반갑고, 노벨재단이 눈물나게 고마울 뿐이다. 같은 이유로 토건파들이 지금 시큰둥해하는 것이다.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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