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개식용만 반대? 소, 돼지는?”이라고 묻는 이들에게

등록 2021-07-19 13:29수정 2021-07-19 18:40

[애니멀피플] 개식용 종식을 가로막는 5가지 ‘궤변’들
개식용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는 점점 줄어든 반면, 개식용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와 개식용을 반대하는 사람의 비중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국회를 비롯하여 정부와 담당 부처는 ‘국민적 합의’를 핑계로 이 문제를 방치해왔다. 그 결과 많은 국민이 개식용 문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해결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개식용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는 점점 줄어든 반면, 개식용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와 개식용을 반대하는 사람의 비중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국회를 비롯하여 정부와 담당 부처는 ‘국민적 합의’를 핑계로 이 문제를 방치해왔다. 그 결과 많은 국민이 개식용 문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해결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댕기자의 애피레터 최신호 보기 https://bit.ly/36buVC3

우리나라 개고기 논쟁은 88서울올림픽 이후 30여년 넘게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논쟁이 반복되는 동안 개는 어느새 반려동물 지위를 얻어 천만명 넘는 이들의 가족이 됐다. 개고기 먹는 사람 숫자도 현저하게 줄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식용 찬반 논리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고, 이를 내세운 찬반 논쟁은 변함없이 반복된다. 이 오랜 논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각각의 논쟁에 새로운 접근 프레임이 필요하다.

첫째, 개고기가 몸에 좋은가. 결론부터 말하면 개고기가 다른 육류에 비해 사람 건강에 이롭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개농장의 처참할 정도로 비위생적 상황, 항생제 덩어리, 세균 오염 사실을 알고도 먹을 용감한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개고기가 몸에 좋은지 해로운지를 따지는 건 개식용 논쟁의 본지이 아니다. 물론 개농장의 처참한 모습과 개고기가 항생제, 세균 덩어리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건강에 이로울 가능성도 거의 없다.
개고기가 몸에 좋은지 해로운지를 따지는 건 개식용 논쟁의 본지이 아니다. 물론 개농장의 처참한 모습과 개고기가 항생제, 세균 덩어리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건강에 이로울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런데 개고기가 몸에 좋은지 해로운지를 따지는 건 개식용 논쟁의 본질이 아니다. 개고기가 보양식이라 먹는다는 말은 몸에 좋으면 뭐든지 먹어도 된다는 왜곡된 몬도가네(혐오성 식품을 먹는 비정상적인 식생활)식 보신 문화를 옹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식약처의 공식적인 식품관리 판단 기준도 안전성 위주에서 건전성과 가치성을 고려하여 건전한 식생활문화를 정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몸에 좋으면 가리지 않고 먹는다는 잘못된 생각은 바뀔 때가 이미 지났다.

둘째, 개식용은 개인의 기호일 뿐일까.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개고기 먹는 사람 숫자가 점점 줄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남이 먹는 것은 반대하지 않겠다’고 한다. 즉, ‘나는 쿨(cool)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먹어오던 소, 돼지, 닭의 사육과 도살 과정의 처참한 현실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이제 동물복지에 관심을 두고 대안을 찾고 있다. 개식용부터 금지하고, 다른 가축동물에 관한 관심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순서일 것이다.
그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먹어오던 소, 돼지, 닭의 사육과 도살 과정의 처참한 현실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이제 동물복지에 관심을 두고 대안을 찾고 있다. 개식용부터 금지하고, 다른 가축동물에 관한 관심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순서일 것이다.

온갖 동물학대와 불법이 자행되고 심각하게 공공보건을 위협하는 개식용을 개인의 자유와 기호만으로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약자에게 폭력을 행하는 것을 개인의 자유로 볼 수 없듯이 말이다. 나는 안 먹지만 소수의 사람이 개를 먹는 것을 ‘개인의 자유와 기호’로 존중하는 동안 환경이 오염되고 유기견 수가 늘어간다. 그 비용은 오롯이 개고기를 먹지 않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개농장이 새로운 팬데믹 발원지가 될 가능성을 경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상상하기도 싫은 가능성이다.

셋째, 그렇다면 차라리 개고기를 합법화해 동물복지와 위생문제를 해결하면 될까. 개고기가 합법화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필자는 차라리 개식용 합법화 타당성 조사를 해보자고 권하고 싶다. 만약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연구를 해보면, 합법화는 불가능하다거나 혹은 합법화하면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현재 축산은 글로벌 산업이기 때문에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속한 나라들은 OIE가 설정한 위생 안전 기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개식용을 합법화한 나라는 아직 하나도 없다. 개라는 새로운 종이 축산 동물이 되려면 수많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특히 개를 도살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할 방법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연구 개발하고 공인을 받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다.

‘개식용은 금지하면서, 그럼 소, 돼지, 닭은 왜 먹냐?’ 혹은 ‘식물은 생명이 아니냐?’라는 논리이다. 이러한 비판은 우리나라의 결식아동을 돕자는 운동에 아프리카에는 더 심하게 굶는 아이들도 많은데 호들갑 떨지 말라는 비아냥과 다름없다.
‘개식용은 금지하면서, 그럼 소, 돼지, 닭은 왜 먹냐?’ 혹은 ‘식물은 생명이 아니냐?’라는 논리이다. 이러한 비판은 우리나라의 결식아동을 돕자는 운동에 아프리카에는 더 심하게 굶는 아이들도 많은데 호들갑 떨지 말라는 비아냥과 다름없다.

또한 개는 다른 가축하고 달라서 밀집 사육이 불가능한 사회적 동물이다. 식용가축 동물복지 수준의 축사에서 ‘식품 및 축산물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다 지켜가며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사육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장경제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만일 개고기 합법화는 국격에도 맞지 않는다. 문화적 상대주의를 떠나 전 세계의 비난, 조롱 그리고 반감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에 더해 그동안 문제가 됐던 동물보호법, 가축분뇨법, 폐기물관리법, 물환경보전법, 건축법 등 모든 관련법을 다 적용하거나 개정해야 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인가? 만에 하나, 우리나라에서 개식용이 합법화하면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 개고기 코너가 들어서게 될 것인데, 이를 국민 정서상 허용할 수 있을까? 개식용 합법화는 가능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넷째, ‘개식용은 금지하면서, 그럼 소, 돼지, 닭은 왜 먹냐?’ 혹은 ‘식물은 생명이 아니냐?’라는 논리가 있다. 이러한 비판은 우리나라 결식아동을 돕자는 운동에 아프리카에는 더 심하게 굶는 아이들도 많은데 호들갑 떨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우선, 인간과 가장 가깝게 공감하는 동물인 개는 다른 가축과는 다르다. 개는 수만년 동안 사람과 동반자로 살아오는 과정에서 반려동물 지위를 획득했다. ‘반려’라는 말이 의미하듯 개는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려가족으로 여기는 동물을 먹는 사람은 없다. 또한, 인간의 육식을 위해 사육되는 가축이나 식약처가 허가한 식품공전 목록에 개는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개식용이 단순히 ‘기호’의 문제일까. 온갖 동물학대와 불법이 자행되고 심각하게 공공보건을 위협하는 개식용을 개인의 자유와 기호만으로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개식용이 단순히 ‘기호’의 문제일까. 온갖 동물학대와 불법이 자행되고 심각하게 공공보건을 위협하는 개식용을 개인의 자유와 기호만으로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개식용을 금지하자는 주장은 개만 중요하니 개고기만 먹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먹어오던 소, 돼지, 닭 사육과 도살 과정의 처참한 현실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이제 동물복지에 관심을 두고 대안을 찾고 있다. 개식용부터 금지하고, 다른 가축동물에 관한 관심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순서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식용 찬반여론이 팽팽하다는 기계적 균형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거나 그냥 놔두면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개식용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개식용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와 개식용을 반대하는 사람의 비중은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국회를 비롯하여 정부와 담당 부처는 국민적 합의를 핑계로 이 문제를 방치해왔다. 그 결과 많은 국민이 개식용 문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해결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개식용은 더 이상 찬반 문제도 아니고 국민 100%가 합의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간통죄, 호주제 폐지 등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온 것들은 대부분 법으로 결정됐다. 거창하게 헌법을 논하지 않아도 관련 법 제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른바 ‘구두약 초콜릿’ 같은 ‘펀슈머 식품’도 문제가 제기된 지 몇 달 만에 금지법안이 제정되어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적 합의를 이유로 개 식용금지법 제정을 수십 년째 미루는 건 국회와 행정당국의 핑계일 뿐이다. 이젠 정부, 국회, 관련 부처가 의지를 갖고 개식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 사진 동물해방물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차등 지원으로 “‘개식용’ 조기 종식”…46만마리는 어디로 1.

차등 지원으로 “‘개식용’ 조기 종식”…46만마리는 어디로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2.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청딱다구리, 시민 선호도 낮아 보호종 해제한다고? 3.

청딱다구리, 시민 선호도 낮아 보호종 해제한다고?

루이·후이바오 ‘반전’ 돌잡이…사랑 더 받으며 건강히 자라길! 4.

루이·후이바오 ‘반전’ 돌잡이…사랑 더 받으며 건강히 자라길!

새로운 ‘기후변화 지표종’ 25개 교체…구상나무·연어·대륙검은지빠귀 5.

새로운 ‘기후변화 지표종’ 25개 교체…구상나무·연어·대륙검은지빠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