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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탕’ 될 뻔한 진돗개 11마리…진도군 개농장서 구조

등록 2021-10-05 18:38수정 2021-10-05 19:41

[애니멀피플]
식용견 농장에서 천연기념물 4마리·예비견 7마리 발견
최인호 “농림부·지자체 관리 소홀…진돗개 정책 재고돼야”
전남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천연기념물로 관리하는 진돗개 4마리와 예비견 7마리가 발견됐다. 사진 라이프 제공
전남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천연기념물로 관리하는 진돗개 4마리와 예비견 7마리가 발견됐다. 사진 라이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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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개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전남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국가가 천연기념물로 관리하는 진돗개들이 여러 마리 발견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소속 최인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부산 사하갑)이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31일 진도군 소재 식용개농장에서 라이프가 구조한 개 65마리 중 11마리가 국가관리 진돗개(진도개)인 것으로 밝혀졌다.

구조 뒤 인식칩이 확인된 11마리의 개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돗개 4마리와 미심사견(예비견) 7마리다. 앞서 지난 8월말 구조 당시 현장에서 천연기념물 진돗개 1마리가 발견돼 충격을 준 데 이어, 추가로 국가 관리 대상인 진돗개 10마리가 확인된 것이다. 미심사견은 부모견이 모두 천연기념물 진돗개로 생후 6개월에 혈통, 표준체형 심사를 받아야 하나 이를 거치지 않은 개들이다.

동물단체 라이프와 HSI가 31일 전남 진도군 한 식용견 농장을 폐쇄하고 이곳에서 기르던 개 65마리를 구조했다. 라이프, HSI 제공
동물단체 라이프와 HSI가 31일 전남 진도군 한 식용견 농장을 폐쇄하고 이곳에서 기르던 개 65마리를 구조했다. 라이프, HSI 제공

진도군 개농장은 지난 20여년 간 식용 목적으로 진돗개와 진도 믹스종의 개들을 매입해 사육하면서 도살해왔다. 도살된 개의 사체는 농장주 본인이 직접 운영 중인 진도군 소재 보신탕집에서 판매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7월초 개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주민의 신고로 불법도살이 적발된 농장주는 현재 동물보호법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국가의 문화재로 등록된 개들이지만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재청, 진도군은 이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진도군은 개농장 적발 이후, 단체의 요청에도 구조견 65마리가 피학대 동물격리 조치 대상(동물보호법 제14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라이프가 개들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구조한 뒤 체내 바코드를 확인하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돗개들이 발견된 것이다.

전남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 가운데 천연기념물 진돗개 4마리가 발견됐다. 라이프 제공
전남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 가운데 천연기념물 진돗개 4마리가 발견됐다. 라이프 제공

진도군의 진돗개들은 생후 15일 이내에 진도군에 신고하고 친자감별 후 체내에 전자칩을 삽입한다. 그리고 생후 6개월이 되면 혈통과 표준체형 심사를 받아 합격 시에 천연기념물이나 예비견으로 등록돼 관리대상이 된다. 현재 진도군에서 이렇게 관리하는 진돗개는 총 1만126마리로, 6956마리는 천연기념물로 3170마리는 예비견으로 관리되고 있다.

최인호 의원은 “국견인 진돗개가 식용개농장에서 발견된 것 자체가 충격이다. 진돗개 사육시설과 개 도축시설이 함께 운영되고 이미 수십 년간 수많은 개들이 도살당한 흔적이 발견됐다는 것은 농식품부와 지자체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진돗개 육성과 보호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이번 사건은 천연기념물 제도가 일부 사육농가의 배만 불리고, 수많은 탈락 개체들을 50년 이상 보신탕의 재료로 희생시켜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돗개 관리 문제에 행정부와 입법부가 책임있는 태도로 제도 개선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구조견들은 현재 라이프 위탁보호소에서 훈련과 치료를 받으며 가정 입양을 준비 중이다. 라이프 제공
구조견들은 현재 라이프 위탁보호소에서 훈련과 치료를 받으며 가정 입양을 준비 중이다. 라이프 제공

구조견 65마리는 현재 라이프 위탁보호소에서 치료·보호 받으며 입양을 준비 중이다. 천연기념물 4마리를 포함한 국가관리 개들은 천연기념물 지정 해제를 요청한 뒤 가정 입양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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