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개들의 지옥’ 애린원에서 구조된 리타, 2년간 보호소 머물러
대형견이라 가족 찾기 어려웠던 개에게 새 보호자가 나타났다
‘개들의 지옥’ 애린원에서 구조된 리타, 2년간 보호소 머물러
대형견이라 가족 찾기 어려웠던 개에게 새 보호자가 나타났다
‘개들의 지옥’이라 불리던 애린원에서 구조된 개 ‘리타’는 지난 8월 새 보호자를 만났다. 보호자는 배우 유연석씨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뷰 구독하기(모바일용) https://bit.ly/3Ae7Mfn ‘리타’는 카라 더봄센터 D146 견사에서 지내던 개다. 올해 네 살이 되었고, 2019년 10월에 폐쇄된 사설보호소 ‘애린원’에서 구조됐다. 그 후 거의 2년 동안 입양을 기다렸다. 사람을 좋아해 견사 유리문에 매달리던 리타가 어느 순간부터는 문 앞에 가만히 앉아 있던 모습이 기억난다. 2년 전 구조 당시에도, 리타는 꼭 이런 모습으로 앉아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애린원은 애니멀호딩 학대가 이루어지던 악명 높은 사설보호소였다. 1600여 마리 개들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자체 번식을 거듭했고, 전혀 관리 받지 못해 질병으로도 죽고 서로 싸우다가도 죽었다. 죽은 개들은 아궁이에서 땔감처럼 태워졌다는 끔찍한 소문도 돌았다. ‘개들의 지옥’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고, 그곳 한가운데 리타가 있었다. _______
‘개들의 지옥’에서 구조된 개 2019년 10월 그런 애린원이 폐쇄됐다. 우리는 카라봉사대를 꾸려 현장 지원을 가면서 리타를 만나게 됐다. 애린원에서 개들이 한 마리씩 구조돼 나오고, 인근 공터에 임시 보호소가 마련됐다. 곳곳에 육각펜스가 세워지고 생수가 쌓이던 천막 안, 리타는 그 끝 쪽에 앉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리타는 꼬리를 계속 말고 있으면서도 처음 보는 활동가의 품에 덥석 파고 들었고, 활동가들이 떠나려고 하면 가지 말라고 낑낑거렸다. 출산을 한 지 얼마 안 됐는지 젖꼭지가 부풀어 젖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새끼들은 행방은커녕 생사도 알 수 없었다.
2019년 10월 애린원 구조 당시의 리타. 리타는 출산을 한 지 얼마 안 됐는지 젖꼭지가 부풀어 젖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애린원 당시 심각한 피부병을 앓은 채 방치됐던 리타의 모습.
평화롭지만 외로웠던 리타 애린원 구조 이전과 비교하자면 리타의 삶은 대체로 평화로워졌다. 18명의 결연자들이 리타의 앞으로 매달 후원금을 보냈기에 치료를 받거나 생활을 하는 데 큰 부족함이 없었다. 때가 되면 밥을 먹고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리타는 잔디밭에서 뒹구는 것을 좋아했고 장난감 중엔 오리인형을 애정했다. 그동안 리타의 곁에는 리타의 행복만을 바라는 활동가들과 봉사자들이 있었다.
외모도 예쁘고 사람에게 친근한 리타였지만 대형견인 탓에 2년 가까이 입양이 이뤄지지 않았다.
리타는 카라 더봄센터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냈지만, 늘 견사 문앞에 가만히 앉아 활동가들의 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봤다.
우리의 인연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는 이미 ‘깨알 조사’로 리타가 여름에 설치해 준 풀장에서 수영했던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지난 8월19일 경기 파주시 카라 더봄센터를 찾은 유연석씨는 입양신청서를 쓰고 리타를 만났다. 알고보니 그는 이미 유기견이었던 ‘바니’를 입양해 평생을 함께한 경험이 있는 보호자이기도 했다.
지난 8월 카라 더봄센터를 찾아온 배우 유연석씨가 산책을 하고 있다.
‘리타네 집’엔 이미 리타만의 방석, 장난감이 마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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