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애린원 리타’와의 해피엔딩…그 끝엔 배우 유연석이 있었다

등록 2021-11-02 16:10수정 2021-11-02 17:11

[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개들의 지옥’ 애린원에서 구조된 리타, 2년간 보호소 머물러
대형견이라 가족 찾기 어려웠던 개에게 새 보호자가 나타났다
‘개들의 지옥’이라 불리던 애린원에서 구조된 개 ‘리타’는 지난 8월 새 보호자를 만났다. 보호자는 배우 유연석씨다.
‘개들의 지옥’이라 불리던 애린원에서 구조된 개 ‘리타’는 지난 8월 새 보호자를 만났다. 보호자는 배우 유연석씨다.

▶▶ 애피레터 무료 구독하기 https://bit.ly/36buVC3
▶▶ 애니멀피플 카카오뷰 구독하기(모바일용) https://bit.ly/3Ae7Mfn

‘리타’는 카라 더봄센터 D146 견사에서 지내던 개다. 올해 네 살이 되었고, 2019년 10월에 폐쇄된 사설보호소 ‘애린원’에서 구조됐다. 그 후 거의 2년 동안 입양을 기다렸다. 사람을 좋아해 견사 유리문에 매달리던 리타가 어느 순간부터는 문 앞에 가만히 앉아 있던 모습이 기억난다. 2년 전 구조 당시에도, 리타는 꼭 이런 모습으로 앉아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애린원은 애니멀호딩 학대가 이루어지던 악명 높은 사설보호소였다. 1600여 마리 개들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자체 번식을 거듭했고, 전혀 관리 받지 못해 질병으로도 죽고 서로 싸우다가도 죽었다. 죽은 개들은 아궁이에서 땔감처럼 태워졌다는 끔찍한 소문도 돌았다. ‘개들의 지옥’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고, 그곳 한가운데 리타가 있었다.

_______
‘개들의 지옥’에서 구조된 개

2019년 10월 그런 애린원이 폐쇄됐다. 우리는 카라봉사대를 꾸려 현장 지원을 가면서 리타를 만나게 됐다. 애린원에서 개들이 한 마리씩 구조돼 나오고, 인근 공터에 임시 보호소가 마련됐다. 곳곳에 육각펜스가 세워지고 생수가 쌓이던 천막 안, 리타는 그 끝 쪽에 앉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리타는 꼬리를 계속 말고 있으면서도 처음 보는 활동가의 품에 덥석 파고 들었고, 활동가들이 떠나려고 하면 가지 말라고 낑낑거렸다. 출산을 한 지 얼마 안 됐는지 젖꼭지가 부풀어 젖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새끼들은 행방은커녕 생사도 알 수 없었다.

2019년 10월 애린원 구조 당시의 리타. 리타는 출산을 한 지 얼마 안 됐는지 젖꼭지가 부풀어 젖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2019년 10월 애린원 구조 당시의 리타. 리타는 출산을 한 지 얼마 안 됐는지 젖꼭지가 부풀어 젖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애달픈 그 모습에 카라는 리타를 구조하기로 결정했다. 구조 뒤 심장사상충 치료, 중성화와 접종 등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됐을 때 하게 되는 기본적인 처치가 이뤄졌다. 이제 입양 가족을 만날 일만 남았다. 그러나 순조로울 줄 알았던 리타의 입양은 쉽지 않았다. 외모도 예쁘고 사람에게 친근했지만 대형견이었기 때문이다. 대형견을 꺼리는 국내 문화 탓에 입양 문의는 저조했다.

애린원 당시 심각한 피부병을 앓은 채 방치됐던 리타의 모습.
애린원 당시 심각한 피부병을 앓은 채 방치됐던 리타의 모습.

리타에게선 행동 문제도 관찰됐다. 사람에게는 친근했지만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작은 개는 공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애린원에서 개들과 개들과 부대끼며 갈등했던 부정적 경험이 학습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지나치게 흥분하기도 했다. 더봄센터에 입소한 이후 곧 행동 교정 훈련이 이루어졌다. 리타는 사람을 사랑하는 만큼 훈련을 잘 따라왔고, 몇 달에 걸쳐 규칙과 절제를 배우게 됐다.

_______
평화롭지만 외로웠던 리타

애린원 구조 이전과 비교하자면 리타의 삶은 대체로 평화로워졌다. 18명의 결연자들이 리타의 앞으로 매달 후원금을 보냈기에 치료를 받거나 생활을 하는 데 큰 부족함이 없었다. 때가 되면 밥을 먹고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리타는 잔디밭에서 뒹구는 것을 좋아했고 장난감 중엔 오리인형을 애정했다. 그동안 리타의 곁에는 리타의 행복만을 바라는 활동가들과 봉사자들이 있었다.

외모도 예쁘고 사람에게 친근한 리타였지만 대형견인 탓에 2년 가까이 입양이 이뤄지지 않았다.
외모도 예쁘고 사람에게 친근한 리타였지만 대형견인 탓에 2년 가까이 입양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삶은 충분하지 않았다. 하루가 끝이 날 때면 활동가들은 리타를, 리타를 비롯한 180여 마리 동물들을 두고 떠나야 했다. 리타는 활동가들이 정성스레 깔아준 이불 위에서 잠들 수 있었지만 그건 충분하지 않았다. 리타는 늘 견사 문앞에 가만히 앉아 활동가들의 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 당시 리타에게 소원이 있다면 그건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서 잠드는 것이 아니었을까. 리타는 우리 곁에서 2019년 10월부터 쭉 가족을 찾아왔지만, 그 이전에 애린원에서 지내던 시절까지 생각하면 리타의 삶은 대부분 보호소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 살 된 젊은 개이지만 개의 짧은 생을 생각하자면 리타는 거의 평생을 사람의 온기를 기다려왔던 셈이다.

리타는 카라 더봄센터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냈지만, 늘 견사 문앞에 가만히 앉아 활동가들의 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봤다.
리타는 카라 더봄센터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냈지만, 늘 견사 문앞에 가만히 앉아 활동가들의 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랬던 리타와 우리의 여정은 8월 말에 갑자기 끝났다. 리타에게 평생 가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입양자는 배우 유연석씨로, 그는 우연히 리타의 존재를 알게 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리타의 이야기를 쭉 살펴오다 입양을 결정했다고 한다.

_______
우리의 인연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는 이미 ‘깨알 조사’로 리타가 여름에 설치해 준 풀장에서 수영했던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지난 8월19일 경기 파주시 카라 더봄센터를 찾은 유연석씨는 입양신청서를 쓰고 리타를 만났다. 알고보니 그는 이미 유기견이었던 ‘바니’를 입양해 평생을 함께한 경험이 있는 보호자이기도 했다.

지난 8월 카라 더봄센터를 찾아온 배우 유연석씨가 산책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카라 더봄센터를 찾아온 배우 유연석씨가 산책을 하고 있다.

‘리타네 집’엔 이미 리타만의 방석, 장난감이 마련돼 있었다.
‘리타네 집’엔 이미 리타만의 방석, 장난감이 마련돼 있었다.

이미 그가 스쳐가는 인연이 아니란 것을 직감한 걸까. 리타는 입양 가던 날 그와 나란히 걸으며 따사로운 햇볕 속을 산책했다. 이제 ‘리타네 집’엔 리타 만을 위한 방석과 장난감이 마련됐다. 다른 개들과 단체로 맞췄던 센터의 목줄 대신 예쁜 은색 목걸이도 생겼다.

보호소에서의 2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구조 때부터 보아온 리타를 보내는 마음 어딘가, 섭섭함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곳이 준비된 가족 품이기에 우리의 인연은 ‘해피엔딩’이다.

글 카라 김나연 활동가,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추어탕 미꾸라지, 소금 비벼 죽이지 말라…세계적 윤리학자의 당부 [영상] 1.

추어탕 미꾸라지, 소금 비벼 죽이지 말라…세계적 윤리학자의 당부 [영상]

지구 어디에나 있지만 발견 어려워…신종 4종 한국서 확인 2.

지구 어디에나 있지만 발견 어려워…신종 4종 한국서 확인

16m 고래 ‘사체’ 악취 풍기며 4천km 이동…보라, 인간이 한 일을 3.

16m 고래 ‘사체’ 악취 풍기며 4천km 이동…보라, 인간이 한 일을

개미는 왜 ‘힘이 장사’일까 4.

개미는 왜 ‘힘이 장사’일까

‘내 어깨 위의 고양이’ 주인공 밥, 세상 떠났다 5.

‘내 어깨 위의 고양이’ 주인공 밥, 세상 떠났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