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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개고기 사업은 법치주의의 문제다

등록 2021-12-22 11:30수정 2021-12-22 16:39

[애니멀피플] 정부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 비판
개농장의 도사견들이 우리 밖을 내다보고 있다. 와치독 제공
개농장의 도사견들이 우리 밖을 내다보고 있다. 와치독 제공

정부의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이하 개 식용 문제 위원회)가 구성되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듣자 떠오른 것은 “위원회가 말을 그리면 낙타가 된다”는 격언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다.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는 여럿이서 모여서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하게 하는 일반화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였고 아마르티아 센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저 격언을 첫 마디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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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본질은 개 식용 찬반이 아니다

집단 의사결정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문제들은 많은 경우 위원회를 구성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해관계의 다양성과 선택지의 복잡성이 매우 높은 경우 위원회를 구성하기 전에 문제를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도 못 가고 가라앉는다. 위원회는 장식에 불과하고 한쪽 편을 위해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라면 상관없겠지만.

이른바 개 식용 문제의 이해관계는 무엇인가? 이른바 개 식용 문제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2015년 11월 4일 영국 의회에서 아시아에서의 개고기 사업(dog meat trade)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 논의는, 무엇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말자는 생각을 공유하면서 이루어졌다.

“아시아에서 개고기 사업을 즉각 끝낼 것을 의회가 요구하자는 이 제안을 지지하는 것은 내가 거의 35년간 베지테리언으로 살아서가 아니다. 내가 이 제안을 지지하는 것은 동물복지에 대한 강한 신념 때문이다. 우리는 문화적 문제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접근해야 한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라고 하는 이데올로기적 제국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약 50분간의 회의에서 개고기 사업 문제를 개 식용 문제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온다. 당연한 이야기다. 개 식용 문제, 개를 먹느냐 마느냐 하는 문화적 문제는 개고기 사업 문제에서 주관적인 영역이고 가장 나중에 다루어야 할 문제다.

개고기 사업 문제는 개 식용 문제를 넘어선 동물복지 문제이다. 그런데 그것도 다가 아니다. 개고기 사업 문제는 무엇보다 법치주의 문제다. 개고기 생산업자들은 동물보호법, 가축분뇨법, 폐기물관리법, 건축법, 지하수법, 지방세법, 산업입지법, 그 외에도 여러 법률을 위배하고 있다. 이런 법률을 위배하여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왜 개고기 생산업자들만 이런 행위를 용인해 주어야 하는가? 즉 개고기 사업 문제는 저런 법률들을 위배하여 처벌받은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이고 더 넓게 보면 국가의 뼈대인 법치주의와 관련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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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의 ‘개 사육농가 실태조사’가 노린 것

개고기 사업자가 보상을 받고 전업하면 해결이 되는가? 보상금액의 산출방식은 미래 기대 이익(현금흐름)을 추정해서 그것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것이 기본 논리이다. 즉 보상금액은 미래에도 개고기 사업을 한다고 가정하여 산출되는 것인데 이는 단지 과거의 불법행위를 묵인하는 것에서 나아가 미래의 불법행위까지 용인하는 것과 같다.

개 식용 문제 위원회가 12월 중에 ‘개 식용 인식 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하지 말아야 한다. 개 식용 문제가 개고기 사업 문제의 본질이 아닌데 저 위원회는 개 식용 문제에 대한 인식 조사의 결과로 개고기 사업 문제를 처리하려 하는 것이다. ‘법으로 개 식용을 금지하는 것에 찬성하세요?’라는 질문은 개고기 사업의 실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사람에게 기껏해야 자유권에 대한 위협감을 유발할 따름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한겨레 자료사진
농림축산식품부. 한겨레 자료사진

농림축산식품부는 개고기 사업을 금지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농림부는 최근에 산하기관을 통해 ‘개 사육농가와 도축현황에 대한 경영실태조사 및 분석’을 진행하려고 했다. 연구 목표에는 국내 개 사육업의 경영 안정화 및 개 산업 지원 정책 방안과 개 산업 법제화 방안이 들어가 있었다. 농림부가 개고기 사업을 금지할 의도가 없음은 여기서도 알 수 있다. 금지는커녕, 개고기 사업을 진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개고기 사업을 금지하고자 하는 목소리와 진흥하고자 하는 흐름이 동시에 작동하면 결과는 무엇일까? 전업하는 개고기 사업자에게는 보상을 해주겠다는 타협에 도달할 것이다.

농림부 산하기관이 ‘개 사육농가와 도축현황에 대한 경영실태조사 및 분석’을 진행하기 위해 사업자 선정 공고를 냈다가 취소한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과정이다. 개고기 사업 진흥은 여론상 불가능한 목표이고, 농림부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개고기 사업자와 농림부는 전업보상을 실제 목표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개고기 사업 진흥을 내세웠다가 금지를 주장하는 측과 타협하는 모양새로 그 목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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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구성 전 현행법 적용부터

개고기 사업은 문화와 동물복지, 법치주의와 보상이 맞물려 있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이런 요소들을 합당하게 고려하면서 집단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위원회는 개고기 사업과 관련된 여러 요소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개고기 사업 전업보상이라는 정해 놓은 결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농림부의 이런 태도는 그렇게 해서라도 식용 목적 개 사육을 줄여보고자 하는, 동물복지를 위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개농장과 개도살장은 사양산업인데다 개농장의 불법성을 고발하는 ‘와치독’ 등 동물권 운동가들의 활동으로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보상이 예상되자 개고기 사업자들은 폐업을 늦추고 있고, 개들의 지옥은 연장되고 있다.

현재의 위원회는 개고기 사업자들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것 외에 어떤 결과도 낳지 못한다. 위원회를 구성하기 전에 일단 현행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현행법을 엄격히 적용하여 문제를 단순화한 다음에 위원회를 구성하든 해야 한다. 현재의 개 식용 문제 논의 위원회는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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