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설 연휴 앞두고 창원서 벌어진 어린 고양이 살인사건
3년 전 ‘경의선 자두사건’과 흡사…왜 잔혹범죄 계속되나
설 연휴 앞두고 창원서 벌어진 어린 고양이 살인사건
3년 전 ‘경의선 자두사건’과 흡사…왜 잔혹범죄 계속되나
두부네 가족이 두부를 만난 처음 만난 날 찍은 사진. 두부는 가족과 손님들에게도 잘 다가오는 친근한 고양이였다.
집 앞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한 고양이 지난 1월 26일, 경남 창원에서 고양이 두부가 처참하게 살해됐다. 두부를 잔혹하게 살해한 것은 20대 남성이었다. 그는 식당 앞에 있던 두부의 꼬리를 잡고 휘둘러 내리쳐 죽였다. 두부의 비명을 들은 식당 손님이 뛰쳐나와 사건 현장을 목격했다. 두부가 비명을 지르고 있음에도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양이를 수차례 바닥에 내리쳤다고 했다. 목격자가 소리를 질렀을 때에야 그는 두부의 사체를 바닥에 버리고 사라졌다.
(※주의: 동물의 사체, 잔혹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라에 연락을 준 제보자는 평소 두부를 잘 알던 사람이었다. 두부에게 주기 위해 고양이 간식을 사러 20분 정도 자리를 비운 뒤 다시 가게 앞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온 사방에 튄 핏자국을 목격했다. 주차되어 있던 차량은 물론이고 건물 2층까지 피가 튀어 있었다. 저녁 7시 30분경, 사람이 많이 다니고 밝은 음식점 거리 앞에서 일어난 일이다.
잔혹하게 살해당한 두부의 사체. 20대 남성은 많은 사람이 오가는 식당 앞에서 고양이의 꼬리를 잡고 바닥에 수차례 내리쳐 두부를 죽였다.
‘경의선 자두 사건’과 닮은 꼴 경찰은 1월26일 사건 발생 신고 이후에도 며칠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이틀 뒤, 카라에서 청와대 국민청원과 민원을 진행하자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재명 대선 후보까지 적극 수사의 필요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자 빠른 수사를 펼치기 시작했다. 결국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2월1일, 경찰은 탐문 수사 중 용의자 인상착의 등을 통해 범인을 특정해 검거했다.
두부가 살해된 현장에 남아있던 핏자국들. 사방에 튄 핏자국들은 그날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3년 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 ‘자두 학대사건’은 학대자에게 6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3년이 지났지만 바뀐 게 없다 하지만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경찰은 여전히 중요한 동물학대 증거인 동물의 사체를 로드킬 된 동물과 동일하게 소각 처리하도록 했고, 미온적인 태도로 학대 사건을 대했다. 동물 범죄를 다루는 것은 어느 한 부처의 역할이 아니라 사법‧수사‧행정기관 등 모든 관련 기관의 긴밀하고 선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이번에도 범죄 현장 어디에도 ‘전문성’은 없었다. 그 때의 요구사항을 지금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몹시 실망스럽고 지치는 일이다.
두부의 숨숨집에 바친 대국 꽃다발. 두부의 숨숨집에는 여전히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평소 식당에 오던 손님들을 반기던 두부의 생전 모습(왼쪽).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두부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언제까지 애도만 해야 하나 지난 2019년 11월 자두 살해범에게는 6개월의 실형이 내려졌다. 당시 재판부는 살해범의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피고인에게서 생명존중을 찾아볼 수 없으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 이로 인해 자두의 보호자가 정신적인 고통을 받은 것을 양형 사유로 밝혔다. 부디 두부를 살해한 이에게도 반드시 실형이 내려지길 빈다. 동물학대 행위의 강력한 처벌로 연약한 동물을 무참히 살해하는 폭력과 범죄의 악순환이 끊어지길 바란다.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가 지적했듯, 잔혹한 동물학대 범죄는 동물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동물학대를 대하는 국가의 인식이 제고되어야 할 큰 이유기도 하다. 글 김나연 카라 활동가,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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