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수의영양 단체인 한국수의영양학회가 국내 펫푸드 영양 가이드라인 수립을 위한 제언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뚱냥이’ 호박이를 키우는 반려인 김혜윤씨는 최근 체중조절용 습식캔을 구매한 뒤 난감해졌다. 상품의 라벨을 아무리 유심히 살펴도 열량 표기를 찾을 수 없었고, 한 번에 얼만큼이나 급여해야 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대략적인 성분 함량만 표기되어 있어 필수적인 영양소가 다 담긴 주식 사료인지, 보조적인 먹거리인 간식 사료인지도 알 수 없었다.
고지영씨(가명)는 10개월 된 반려견 두부가 계속 귀를 긁기 시작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추천하는 저알러지 처방식 사료를 구매 급여했다. 그러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뒤늦게 찾은 병원에서 고씨는 가려움증의 원인이 알러지가 아닌 감염이란 사실과 임의로 급여한 처방식이 영양불균형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반려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여야 할 지 고민이 많다. 반려동물 커뮤니티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좋은 사료 좀 추천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온다. 과연 보호자가 스스로 좋은 먹거리를 판단할 방법은 없을까.
국내 대표적인 수의영양 단체인 한국수의영양학회(회장 양철호 수의사)는 이러한 어려움을 돕기 위해 ‘국내 펫푸드 영양 가이드라인 수립을 위한 제언’ 연구 보고서를 지난 15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펫푸드의 역사 및 특성 △국내 정책 및 제도 △해외 펫푸드 영양 가이드라인(미국·유럽) △펫푸드 영양 가이드라인 운용 관리 사례(미국·유럽·일본·호주) △펫푸드 영양 가이드라인 국내 도입을 위한 제언 등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와 유럽펫푸드산업연합(FEDIAF)는 영양 가이드라인을 통해 반려동물이 하루에 꼭 섭취해야 할 40여 가지 권장량을 정하고 ‘완전 사료’(Complete pet food)라는 영양학적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완전 사료는 일일 섭취량에 요구되는 영양소가 모두 포함된 펫푸드를 의미하며, 사료 업체는 일일 급여량과 활동에 다른 급여량 등 상황에 따른 급여 지침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사람에게 하루 섭취 권장량이 있듯, 반려동물도 하루에 꼭 섭취해야 할 필수 영양소와 나이, 크기, 생활 습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영양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처방식 사료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해두고 있다. 유럽에서는 2008년 ‘특별한 영양학적 목적을 위한 사료(PARNUTs)에 관한 법률’ 제정해 25가지 질환에 대한 필수 영양학적 특성, 라벨표시 신고 시항, 권장 사용기간 등을 정하고 있다. 예컨대 만성신장질환을 앓는 고양이의 신장 기능 손상을 늦추고 영향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도록 인과 단백질이 제한된 사료를 공급하도록 하는 식이다.
현행 사료관리법은 축산동물과 반려동물 사료를 함께 관리하고 있어 소비자의 영양학적 눈높이나 사료의 품질 기준이 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국내에는 펫푸드의 영양을 평가할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실정이다. 현행 사료관리법은 축산동물과 반려동물 사료를 함께 관리하고 있어 사료의 영양학적 기준을 제시하기 보다는 사료의 안정적 수급, 사료의 품질 관리 등의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고시를 통해 사료의 공정 및 조단백·조지방 등의 포괄적인 성분 등록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영양학적 눈높이나 사료의 품질 기준이 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의 건강 유지, 질병 관리를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상세 영양 가이드라인이나 이를 관리 감독할 평가위원회도 부재한 상황이다.
한국수의영양학회는 이 같은 해외 사례 연구를 통해 국내에도 영양 가이드라인 도입과 질환관리사료 법제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학회는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차원에서 반려동물 영양에 대한 정책과 평가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학계에서는 영양 평가 기준을 확립하고, 펫푸드 업계도 이에 따른 제조와 품질 관리, 표시사항 등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한국수의영양학회 양철호 회장은 “반려동물에게 균형 잡힌 고품질의 영양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영양 가이드라인의 도입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양철호 회장은 “동물건강의 시작은 매일 섭취하는 사료에서 시작한다. 사료의 품질은 균형 잡힌 고품질의 영양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핵심인만큼 국내 영양 가이드라인의 도입은 필수적”이라며 “반려동물 영양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펫푸드의 영양을 평가해 고품질의 먹거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계, 산업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학회는 올 상반기에 반려인들을 위한 ‘펫푸드 소비자 가이드북’을 발간할 예정이다. 가이드북에는 기본적인 영양 가이드부터 권장 음수량, 사료선택법, 펫푸드 라벨 읽는 법 등 동물병원을 찾은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했던 13가지 주제가 담길 계획이다.
한국수의영양학회의 반려인을 위한 생활 팁 3가지
_______
① 하루에 물은 얼마나 줘야 할까반려동물의 균형 잡힌 식이를 이야기할 때 자칫 놓치기 쉬운 핵심 영양소가 바로 ‘물’이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등의 영양소를 챙기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반려동물의 음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탈수 상태가 되면 먼저 혈액 양이 감소하고, 이는 신체 세포들의 전해질 불균형을 유발해 체온 조절에 이상을 가져오거나 심하면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사료급여 때 개에게 필요한 수분 섭취량. 한국수의영양학회
탈수가 의심된다면 가능한 빨리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최선이다. 탈수의 대표적 증상은 △숨을 헐떡거림, 심박수 증가, 무기력증, 움푹 들어간 눈 △마른 코와 입 △피부를 고집었을 때 본래의 위치로 빠르게 돌아오지 않고 들어올려진 채로 유지됨(견갑골 위쪽 피부가 검사하기 적당) 등이다. 특히 구토나 설사가 있을 때는 탈수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음수량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
고양이의 경우는 개보다 더 물을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수분 섭취를 독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집안에 여러 개의 물그릇을 배치하고, 신선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음수대를 마련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_______
② 탄수화물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X)개, 고양이는 육식을 주로 하기 때문에 고단백, 저탄수화물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그러나 탄수화물은 신체의 중요한 에너지원인 포도당의 직접적 원천이다. 개와 고양이도 사료에 포함된 주요 탄수화물(당, 전분) 등은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 또한 옥수수, 밀과 같은 탄수화물 원료는 비타민, 미네랄, 지방산 등 필수 영양소를 제공하는 이점이 많기 때문에 무조건 피하기 보다는 수의사 또는 수의영양사와 상담해 동물의 상태에 따른 최적 섭취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연합과 미국의 사료 구분. 한국수의영양학회
_______
③ 주식 사료에 완전(Complete) 표현 확인하기일반 소비자가 영양 구성표를 보고 주식 사료와 간식 사료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주식 사료를 가장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라벨에 완전 사료(Complete pet feed)라는 표현을 확인하는 것이다. 간식 사료는 일반적으로 보충 사료(Complementary pet food)로 표기된다. 말 그대로 주식이 아닌 간식, 보충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국내에는 이러한 라벨 표기법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일부 업체들만 이를 따르고 있다. ‘완전’ 표시가 없는 경우에는 각 제조사에 문의해야 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