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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사람 문 ‘그 개’ 안락사 시킨다고 개 물림 사고 예방되나

등록 2022-08-03 14:27수정 2022-08-03 15:12

[애니멀피플] 기고|개물림 사고 예방 로드맵 5단계
반려인 1500만 시대, 물림 사고 잦은데 사후 논의만 반복
사후 대처 논쟁보다 종합적 조사·연구로 예방책 마련해야
지난달 11일 울산 울주군 한 아파트에서 8살 어린이를 공격해 ‘안락사 논쟁’을 일으킨 사고견. 현재는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인계된 상태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지난달 11일 울산 울주군 한 아파트에서 8살 어린이를 공격해 ‘안락사 논쟁’을 일으킨 사고견. 현재는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인계된 상태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사람이 개를 문 것도 아닌데 개물림 사고가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다. 사람을 문 ‘그놈’(?)을 안락사 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급기야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말이 안락사이지 사고견을 사형시키라는 주장이다. 안락사가 최선일까?

‘그 개’를 안락사 시키는 경우에 예상되는 문제점은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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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만 죽여선 예방이 안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을 문 개를 안락사 하는 건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해당 범죄에 경각심을 일으키고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일 텐데, 개물림 사고는 사람이 일으킨 범죄와는 다르다.

사람을 문 개를 안락사 시키는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예방 효과는 ‘그 개’가 또 다시 사람을 물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개가 다시 사람을 물 가능성이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개물림 사고가 일어난 원인과 정황에 대해 세밀하게 살펴보고 개의 공격성 기질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개’만 처벌하는 것은 개가 억울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재 개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질평가제’의 시행과 정착에도 도움이 안 된다. 사람을 한번 문 개는 또 물게 마련이라는 주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남양주 사망사고와 이번 울산 개물림 사고를 일으킨 개들이 놀라울 정도로 온순하다는 것은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되었다.

지난달 11일 울산 울주군 한 아파트에서 8살 어린이를 공격해 ‘안락사 논쟁’을 일으킨 사고견.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지난달 11일 울산 울주군 한 아파트에서 8살 어린이를 공격해 ‘안락사 논쟁’을 일으킨 사고견.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또한 안락사는 개물림 사고의 책임을 한 마리 개에게만 국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 경우 견주와 지자체, 혹은 다른 누군가의 책임이 간과된다. 우리나라는 동물보호법과 맹견관리 규정으로 개물림 사고를 일으킨 주인을 처벌하는 규정이 있으나 사각지대가 많다.

이번에 울산에서 8살 어린이를 공격한 그 개는 맹견으로 규정된 개가 아니고, 견주와 동반해 외출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면서 견주는 동물보호법으로 처벌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행법은 맹견 5종에 한해서만 입마개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고, 견주와의 외출 상황에서 목줄을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동물등록 대상이 아니거나 견주를 확인할 수 없는 유기견은 처벌과 보상 근거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해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개물림 사망사고의 경우, 인근 불법 개농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견주가 현재 구속 상태이지만 그 관리 책임에서 지자체도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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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사고도 대피요령이 있는데…개물림 교육은 전무

사고견을 안락사 하든 책임이 있는 누군가를 처벌하든, 이 방법은 이미 발생한 사고에 대한 사후 대처방법이다. 이런 대응방식으로는 계속 반복되는 개물림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 세상에는 ‘그’ 개 말고 엄청난 숫자의 개가 있는데, 문제는 세상에 안 무는 개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물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무엇보다도 개물림 사고에 대한 정확하고 종합적인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위험요소를 정확하게 분석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인용하는 개물림 사고 통계는 소방청의 119구급대가 개 물림사고로 병원에 이송한 환자 수치이다. 그러나 구급차량을 이용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한다면 실제 개물림 사고 발생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개에 물리거나 부딪혀 진료를 받은 환자는 1만4천903명에 이른다. 그런데 사고발생 수치만으로는 복잡다단한 개물림 사고의 원인과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외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개물림 발생 장소, 시간, 사고 전후 상황과 개의 상태, 피해자의 나이, 사고견과의 관계, 사고 유형, 물림 부위와 피해 정도 등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확보하고 분석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난해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개물림 사망사고는 인근 불법 개농장에서 사육하던 개가 탈출하며 발생했다. 카라 제공
지난해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개물림 사망사고는 인근 불법 개농장에서 사육하던 개가 탈출하며 발생했다. 카라 제공

둘째, 개물림 관련 희망적인 연구결과를 들면 대부분의 개물림 사고는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이 중요하다. 개물림은 주로 실내공간에서 지인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며, 위험요소는 개의 성장 과정과 양육환경 그리고 사고 당시의 상황에 달려있다. 이러한 사실은 단지 떠돌이 개만 조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반려견 가족은 물론 모든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이 개물림 사고의 위험요소와 개들이 보내는 위험신호에 대해 미리 알고 조심을 해야만 예방과 대처가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수의사협회나 주요 동물보호 단체들이 개물림 예방 주간을 선언하는 등 각종 교육과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의 효과가 입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맹견을 관리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제도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 개물림 예방교육이나 캠페인을 펼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벼락 사고도 대피요령을 알리는 교육을 통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데 매일 만나는 개들에 대한 예방교육을 소홀히 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셋째, 잘못된 사육환경은 개물림 사고의 보이지 않는 주요 원인이다. 열악하고 위협적인 사육환경도 동물 학대 범주에 포함하고 방치와 학대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소유권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또한 불법 개농장이나 불법 투견 등 동물학대와 유기발생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치명적인 개물림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구멍을 메워야 한다, 소위 ‘반려의 목적’이 아닌 모든 개들에 대한 동물등록을 의무화하고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최대 보험회사가 개물림 예방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으며 네바다주에서 ‘개물림 예방 TF’를 구성해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개물림 사고 건수를 줄인 사례는 시사점이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최대 보험회사가 개물림 예방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으며 네바다주에서 ‘개물림 예방 TF’를 구성해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개물림 사고 건수를 줄인 사례는 시사점이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넷째, 자극적이고 공포감을 일으키는 언론 보도를 지양하고 개물림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과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 등에 대한 공론의 장을 확대해야 한다. 사고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한다던지 들개, 맹견, 맹수, 사냥, 안락사 등과 같은 단어를 부각시켜 기사화하는 것은 팩트의 정확도를 문제를 넘어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고 특정 대상에게 혐오를 부추길 수 있으며 사고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다섯째, 무조건적으로 안락사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안락사 여부는 합리적인 절차를 제도화하여 신중하게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결정되어야 하며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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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공공보건 차원으로 접근

개물림은 개인의 안전과 공공보건을 위협하며, 의료비 지출에 더해 피해자의 정신적 외상과 보이지 않는 사회적 추가 비용이 드는 중요한 사안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사고견을 처벌하거나 보호자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관련 부처, 입법기관, 관련 산업과 학계, 교육기관, 시민단체, 동물보호단체, 지역사회 네트워크 그리고 언론 등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 최대 보험회사가 개물림 예방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으며 네바다주에서 ‘개물림 예방 TF’를 구성해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개물림 사고 건수를 줄인 사례는 시사점이 많다.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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