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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내향인 아부지는 ‘히끄의 소통법’이 부러워~

등록 2022-09-20 11:10수정 2022-09-20 11:47

[애니멀피플] 히끄 아부지의 제주 통신
⑦ 스몰토크의 달인, 파워 외향묘 히끄
히끄는 ‘파워 외향묘’이며 스몰토크의 달인이다. 미용실에 주기적으로 가지 않아도 손에 침을 묻혀 머리를 단장했을 뿐인데 멋진 스타일링이 가능해서 부럽다.
히끄는 ‘파워 외향묘’이며 스몰토크의 달인이다. 미용실에 주기적으로 가지 않아도 손에 침을 묻혀 머리를 단장했을 뿐인데 멋진 스타일링이 가능해서 부럽다.

내 머리카락은 숏컷이라 최소 두 달에 한 번은 미용실에 가야 한다. 그때마다 ‘언제 가지?’하는 마음으로 주저하게 되는 이유는 미용실이 버스로 두 시간 거리인 제주시에 있어서만은 아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30분 동안 디자이너가 나에게 말을 거는 ‘스몰토크’(small talk·처음 만나거나 잘 모르는 사이에 나누는 중요하지 않은 대화)가 힘들어서이다.

나는 처음 또는 자주 만나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도 대화를 잘 주도하는 편이고, 스스로도 적당히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미용실의 대화가 괴로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고객 응대로 스몰토크를 해야 하는 서비스직에 대한 감정이입이 되어 불편하다. 두 번째는 나의 이야기가 대단히 놀랄만한 대답도 아닌데 습관적으로 “정말요?” “진짜요?”라고 맞장구치는 리액션을 듣는 것이 괴롭다. 되도록 내 머리카락과 가위질에만 집중해줬으면 좋겠다.

자연스레 새로운 미용실에 가게 되면 말을 안 걸 것 같은 디자이너를 찾게 된다. 그래서 미용실에 가야 할 때가 되면 미용을 하지 않아도 털이 더 이상 길어지지 않고 풍성해지는 스타일리시한 히끄가 부럽다.

우리 집 스몰토크의 달인.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하루종일 입을 벌리고 있어서 아기새 같다.
우리 집 스몰토크의 달인.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하루종일 입을 벌리고 있어서 아기새 같다.

어느 날 민박 손님이 함께 오조포구를 산책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저는 내향적이라 모르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불편할 것 같아 독채 민박에 왔는데요. 사장님도 내향적인 분이시죠?” 깜짝 놀랐다. 그동안 인터뷰나 방송 출연 덕에 외향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했고, 그 손님과 대화할 때도 나름 ‘텐션’을 끌어올렸는데 내향인을 알아본 것이다. 본성은 노력한다고 해도 판타스틱하게 변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외부활동을 하고 나서 집에 혼자 있으면 방바닥에 하염없이 누워있게 된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가 아니라 소모된 감정을 충전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기(氣) 빨린 상태’라고 한다. 사업 미팅이나 회의를 하고 돌아와서는 특유의 기 빨린 증상이 없는 것을 보면 개인적인 스몰토크가 나에게 얼마나 큰 에너지를 요하는 일인지 알게 된다.

반면 히끄는 ‘파워 외향묘’이며 스몰토크의 달인이다. 원하는 게 있으면 정확하게 ‘야옹’ 소리를 내어 요구하고, 기분이 좋을 땐 갸르릉거리며 적극적으로 표현해 해파리처럼 투명할 정도다. 이외에도 장난감을 물고 다니는 동시에 요상한 울음소리를 내어 자신의 사냥능력을 자랑한다. 하루 종일 함께 있다 보면 나보다 더 말을 많이 할 때도 있다. 히끄가 사람이었다면 내 고막이 성치 않았을 것 같다.

아직 더운 가을날인데 서로 붙어있다. 대화를 직접하지 않아도 고양이의 몸짓에서 사이가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직 더운 가을날인데 서로 붙어있다. 대화를 직접하지 않아도 고양이의 몸짓에서 사이가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고양이는 사람과 대화할 때만 ‘야옹’ 소리를 낸다고 한다. 같은 종인 고양이들하고는 ‘꾸르르륵’ 같은 소리나 서로의 냄새, 표정, 몸짓을 통해 소통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 마당에 사료를 먹으러 오는 동네 고양이가 담장을 넘어 쪼르르 달려오는 표정과 몸짓을 관찰하게 된다. 어쩌면 인간관계에서 나누는 직접적인 대화의 행위보다 동물들이 서로 소통하는 행위야말로 고차원적인 대화의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 아부지·<히끄네 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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