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고양이를 보살피는 시민이 늘어나며 건강한 돌봄 문화 형성을 돕기 위해 정부가 관련 강좌가 개최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길고양이 중성화는 언제 하는 게 제일 좋을까. 갈등 없는 급식소 관리 방법은 무엇일까.
동네 고양이를 보살피는 사람이 늘어나며 건강한 돌봄 문화 형성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고양이 개체수 증가와 돌봄 민원이 생겨나며 주민 사이의 갈등 또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이런 어려움을 돕기 위해 길고양이 돌보미(캣맘, 케어테이커)를 대상으로 하는 ‘길고양이 보호관리 문화 교실’ 강좌를 4회에 걸쳐 진행한다. 9월23일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9월30일), 대전(10월7일), 광주(10월21)에서 차례로 강좌가 개최된다.
이번 강좌는 길고양이 돌봄 정책을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 수의사, 대학교수 등 동몰보호·복지 전문가가 강연자로 참가해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과 올바른 보호·관리방법 등을 안내한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진행된 ‘길고양이 보호관리 문화교실’에서 서울시 배진선 동물보건팀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첫 강좌에는 서울시 동물보건팀 배진선 팀장, 서정대 반려동물과 조윤주 교수, 고양이 전문 태능동물병원 김재영 원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현장에는 사전 신청을 통해 참가한 시민 20여 명이 수강자로 참여했다. 오후 2시부터 3시간 넘게 진행된 강연에서는 그간 이견이 많았던 중성화 수술 적기와 급식소 관리, 고양이 생태에 맞는 돌봄 등 동네 고양이를 보살피는데 있어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내용들이 전달됐다. 이날 강연을 바탕으로 올바른 고양이 돌봄법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중성화 수술이 왜 필요한가요? 고양이 복지에 도움이 되나요?
서울시 동물보건팀 배진선 팀장 “중성화(TNR) 사업이란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고양이의 거세·불임을 통해 생식능력을 제거에 제자리에 방사는 것을 말합니다. 고양이는 생후 4~6개월이면 임신이 가능하며 한 해 2~3회 번식하는 동물입니다. 길고양이들의 평균 임신회수는 1년 평균 1.4회 집계되는데요. 한 번에 최대 6마리까지 출산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2개월 내에 자연사 하는 비율이 42%에 달합니다.
이런 반복되는 번식과 출산을 중단하고 개체수 증가를 억제한다는 점이 중성화 수술의 주된 이점인데요. 더불어 번식 행동이 사라지기 때문에 울음소리, 수컷들의 배설행위가 감소하고 활동영역이 줄어들어 사고 위험도 줄어듭니다. 번식을 위한 활동이 적어지며 시민들과의 갈등도 완화되죠. 결과적으로 동네 고양이의 복지가 증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중성화 수술은 언제 하면 좋을까요?
배진선 팀장 “농림부 고시에 따르면 중성화의 대상이 되는 고양이는 몸무게 2㎏이상의 길고양이입니다. 임신 중이거나 젖을 먹이고 있는 개체라면 제외 대상이 됩니다. 다만 수술을 위해 포획한 뒤 마취를 했는데 수태가 확인된다면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중성화 수술이 진행됩니다.
중성화 시기는 연중 내내 할 수 있을 때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마철과 혹서기, 혹한기 등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만 많은 돌보미 분들이 가장 잘못 알고 계시는 부분이 이 중성화 적기입니다. 서울시의 2021년 중성화 사업실적을 살펴보면 주로 봄(3~5월)과 가을(9월~11월)에 주로 수술을 의뢰하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의 번식 주기를 고려하면 이때가 바로 고양이들이 수태 가능성이 높은 시기와 맞물립니다. 따라서 고양이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중성화 적기는 늦가을부터 겨울, 그 다음이 여름과 가을, 3순위가 봄이 되겠습니다.”
Q. 동네 고양이 중성화 신청은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배진선 팀장 “서울시 120다산콜센터로 연락을 주시면 지자체 담당자와 연결을 해드립니다. 이렇게 예약을 하시고 수술 차례가 돌아오면 동물병원의 포획업자가 출동하여 고양이를 포획하게 되는데요. 이때는 시민분께서 같이 가셔서 고양이 포획을 지켜보고 도움을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로 나타나는 지점을 안내할 수 있고, 고양이도 익숙한 사람이 있으면 좀 더 쉽게 포획틀 안으로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원칙적으로 수컷은 수술 뒤 24시간, 암컷은 72시간 뒤에 방사 됩니다. 이때도 연락을 드리는데 제자리에 방사가 되는지, 귀 컷팅(중성화 표시로 왼쪽 귀 1cm를 절단)은 잘 되었는지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Q. 돌봄 활동 유의해야 할 점들이 있을까요.
서정대 반려동물과 조윤주 교수 “지난해 서울시가 ‘2021년 길고양이 서식현황 모니터링 및 적정관리방안 조사’를 실시하며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였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일반 주민의 60.8%가 고양이의 먹이제공에 찬성 의견을 표했습니다. 먹이제공을 동물보호활동으로 인식한다는 답변도 78.4%로 높게 나타났는데요.
이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이 바로 고양이에게 중성화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답한 것이 밥자리 청결도였습니다. 결국 먹이를 주되 꾸준한 중성화로 개체수를 관리하고, 밥자리를 깨끗이 관리하면 갈등의 소지가 많이 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
Q. 밥 자리는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을까요?
조윤주 교수 “첫째 외부 노출을 최소화한 자리에 밥 자리를 마련해주세요. 고양이가 안정적으로 먹이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웃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은 되도록 자제하며, 먹이를 급여한 이후에는 밥그릇이나 캔 등을 곧바로 치워서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들은 먹이 시간을 기억할 수 있고, 돌보미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정된 시간에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적정 사료량을 급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그릇에 사료를 쌓아놓게 되면 비둘기, 너구리, 쥐 등 다른 야생동물들이 모여들어 길고양이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먹이 자리는 노출을 최소화하고 먹이를 다 먹은 뒤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갈등지역(위 사진)은 급식소가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었으나 일반지역이나 모범지역보다는 밥 자리가 외부 노출이 많은 경향을 보였다.
Q. 동네 고양이의 건강은 어떻게 체크하면 좋을까요.
태능동물병원 김재영 원장 “길고양이가 주로 걸리는 질환으로 많이 알려진 것이 바로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입니다. 원인은 강아지에게서도 보이는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생기는데요. 40도 이상의 고열이 나며 구토, 혈액성 설사, 운동 실조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적당한 때에 발견해서 치료를 하면 살아나기도 하는데요. 그렇지 못하면 증상을 보인지 3~5일 안에 사망하게 됩니다. 또 눈꼽이 많이 낀다고 하면 흔히 ‘허피스’라고 하는 바이러스 상부기도 감염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돌보는 고양이가 갑자기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유의깊게 살피시고 동물병원의 진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침을 흘리거나 사료를 잘 씹지 못할 때는 구내염을 의심해볼 수 있는데요. 포획해 발치를 해주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지만 이것이 어려우면 처방을 받아 먹이에 섞어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 ‘링웜’이라고 하는 곰팡이성 피부병이 발병하기도 합니다. 이 병은 인수공통전염병이니 돌보미 시민들도 유의하셔야 합니다. 감염 예방을 위해 파상풍 예방접종을 하고, 돌봄 앞 뒤로 손세척을 하거나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길고양이 보호관리 문화교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동물사랑배움터 홈페이지(apms.epis.or.kr)’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교육에 대한 세부 내용과 일정은 동물사랑배움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