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개 동물보호단체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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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27일 시행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이는 행위가 금지된다.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비롯해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는 것도 동물 학대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동물보호단체의 설명을 종합하면, 기존 동물보호법이
‘잔인한 방법’ 또는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 법에서 열거하는 행위만 처벌했다면 개정 법령에서는 ‘정당한 사유’를 명시함으로써 그 이외의 죽음은 모두 학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4호는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 방지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령(시행규칙 제6조 제1항)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란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 면허 등을 받는 경우 △다른 법률에 따라 동물의 처리에 관한 명령, 처분 등을 이행하기 위한 경우다.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법 시행에 따라 식용개 도살과 처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김도희 변호사는 “식용견 임의 도살이 사실상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전에는 목을 매달거나 전기봉을 이용한 잔인한 방법의 도살만 금지했다면 개정 이후에는 도살의 잔인성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식용 목적의 개 도살은 불법과 합법 사이의 사각지대에 존재했다. 개는 축산법상 가축으로 명시되어 있으면서도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 개를 사육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도살하고 식품으로 유통하는 것은 무법인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기존 동물보호법 동물학대 금지 조항 아래에선 개의 도살 과정을 ‘잔인한 방법’으로 볼 수 있는지 법원마다 판단이 엇갈렸다. 2011년부터 5년간 경기 김포에서 개 농장을 운영하며 연간 30마리의 개를 전기 쇠꼬챙이로 도살해 기소된 ‘인천 개 전기도살’ 사건 농장주의 경우, 1심과 2심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각각 한국에서 개를 먹는 것이 현실이고, 동물보호법은 소유자가 자신의 동물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전기봉 도살이 동물학대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고등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은 이에 재상고했지만 2020년 4월 대법원은 유죄를 확정했다. 이 판례로 전기봉 도살을 동물학대로 보는 사회적 인식은 확장됐지만, 여전히 법이 식용 목적 도살 자체를 금하고 있지는 않았다.
동물단체들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2008년 잘못 끼워진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의 첫 단추가 개정법 시행으로 동물의 생명과 복지를 보호하는 법으로 진일보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개정법 취지에 맞게 동물들이 더 이상 억울한 죽음에 내몰리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대부분 국가에서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허가받은 도축, 안락사, 동물실험 등 예외적인 경우만 법으로 정해 허용하는데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학대 행위를 몇 가지로 적시함으로써 법 적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면서 “동물학대에 관한 법적 공백을 최소화하고 처벌의 근거를 두텁게 만든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식용 목적 개 도살과 유통, 판매에 제동이 걸릴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현재도 식용 개 산업은 축산물위생관리법 등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적극적인 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단속과 감독을 통해 법원의 판단이 누적되어야 실질적인 효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정법이 기존 법 체계를 보완함으로써 동물학대에 관한 처벌의 근거를 명확히 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