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식용견 농장.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개고기 관련 언론보도가 시작될 때면 동물복지학자인 나는 여름이 온 것을 실감한다. 여름마다 반복되는 개고기 찬반 논란은 어김없이 한결같다. 시민들의 댓글 중 제일 많은 것은 소, 돼지는 먹으면서 개는 왜 안 되느냐 또는 돼지, 닭 사육환경도 열악한데 개만 갖고 그러냐이다.
내가 박사학위를 받은 독일 뮌헨대 수의대의 동물복지연구소에서는 농장동물 관련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산란계의 사육환경에 따른 건강 상태, 행동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 돼지, 닭 사육환경이 열악해서 동물복지학자들은 농장동물의 사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이는 독일의 경우이다.
독일은 1980년대 초반에 마지막 개 도살장을 폐쇄하였다. 당시 개는 반려동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소비자가 개고기를 더 이상 찾지 않았다. 이후 개와 고양이는 식품으로 도살하고 운송할 수 없다는 법 조항이 개정되었다.
나는 한국에서 닭과 돼지의 사육환경에 대해서 연구하고 싶다. 그러나 그 이전에 개 식용이라는 큰 장벽과 만났다. 닭과 돼지는 우리 옆집에 소파나 침대 위에서 살고 있지 않다. 침대 위에 있는 반려견과 개농장에 있는 식용견을 구분할 수 있을까.
개 식용 관련 동물복지 연구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연구를 설계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우선 개고기의 위생상태를 검사했다. 개고기에서 여러 항생제 성분이 검출되었고, 미생물 종합검사로 공중보건상의 문제도 확인했다. 이런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 살아 있는 개들의 상태를 조사하는 걸로 이어졌다.
개농장을 방문하면서 두 가지 고민이 있었다. 개농장이 하루아침에 폐업할 경우 농장에 있는 개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폐업 이후 소규모 농장주들의 생계에 대한 것이었다. 농장주들이 종종 내부 조사를 거부하더라도 농장주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300마리 미만의 소규모 농장주들은 개고기 소비량의 급격한 감소 추세로 생계가 위태로웠다. 전업이 가능하다면 개농장을 바로 처리하겠다는 소규모 농장주가 다수였다. 이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이기 때문에 계속 개농장을 유지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아 보였다.
인간복지를 배제한 동물복지란 없다. 동물복지학이란 생명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삶의 질에 대한 학문이다. 단기간에 현실에서 가능한 동물복지를 과학적으로 모색하여 제시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개 식용 관련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구체적이고 세분화하여 진행되어야 하는지 초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에 있어 반려견이 중심이지만 사람을 배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