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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개냥이’도 분리불안 앓는다

등록 2017-09-06 09:42수정 2017-09-06 17:58

[애니멀피플] 고양이에 대한 오해
독신 가구 많아지면서 사육 늘어나
혼자 남은 고양이 울고 자해하고…
“장난감으로 사냥 욕구 해소해야”
애교가 많은 이른바 ‘개냥이’인 ‘보리’는 활발한 성격에도 분리불안을 앓고 있다.  임아무개(24)씨 제공
애교가 많은 이른바 ‘개냥이’인 ‘보리’는 활발한 성격에도 분리불안을 앓고 있다. 임아무개(24)씨 제공
‘보리’는 늘 가슴팍에 안겨 ‘꾹꾹이’를 해주는 일명 ‘개냥이(개처럼 애교가 많은 고양이)’다. ‘꾹꾹이’는 앞발로 ‘꾹꾹’ 누른다는 뜻으로 고양이들이 주로 기분 좋을 때 하는 행동이다. 그러나 임아무개(24·서울 강서구)씨와 보리의 평화로운 일상은 임씨가 집을 비우면 끝이 난다.

임씨의 외출이 길어지면 보리는 생식기와 꼬리의 살이 뜯길 때까지 문다. 보리가 계속 같은 곳을 물어뜯다 보니, 더 이상 살이 차오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임씨는 보리의 습관을 바꿔보려고 아로마 요법 등 각종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동물병원에 보리를 데려갔다. 수의사는 불안 증세가 나타나면 안정제를 먹여야 한다고 했다. 행동학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보라고도 했다. ‘개냥이’ 보리는 분리불안을 앓고 있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5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 고양이 사육 가구 수가 2012년보다 63.7% 증가했다며, 그 이유로 “고양이의 습성이 현대인의 생활패턴과 잘 어울리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매일 산책을 시켜줘야 하는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개와 달리 고양이는 외로움을 비교적 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분리불안을 앓는 고양이는 충분한 공간과 놀이시간을 줘야 한다. 임씨가 키우는 보리.
분리불안을 앓는 고양이는 충분한 공간과 놀이시간을 줘야 한다. 임씨가 키우는 보리.
개에 비해 고양이가 독립적인 건 사실이지만, 고양이도 태어난 환경에 따라 분리불안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보리의 불안 증세도 새끼 때 보리가 처한 환경 때문이다. 보리는 3년 전 서울 강서구의 한 옷가게 창고에서 구조됐다. 구조 전 어미와 형제 고양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보리가 계속 울어도 어미는 보리를 무시하며 자연스레 도태시켰다.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은 5일 “새끼 때 젖을 잘 먹지 못했거나, 어미와 이른 시기에 떨어진 내성적인 고양이들이 주로 분리불안을 겪는다”며 “영역 공간이 충분하지 않을 때도 배 옆구리나 털을 피가 날 때까지 핥거나 항문을 보고 빙빙 도는 등의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려인들 사이에선 ‘고양이는 독립적이기 때문에 혼자 두어도 괜찮다’는 생각은 잘못된 인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충북 영동군에서 고양이 세 마리를 반려하고 있는 직장인 홍세인(28)씨는 “고양이는 독립적이다, 잘 챙겨주지 않아도 혼자 잘 큰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키우게 됐지만 절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씨가 키우는 고양이 ‘타루’는 홍씨가 없을 때면 집에 설치해둔 감시카메라(CCTV) 앞에서 지칠 때까지 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 애니멀커뮤니케이터와 수의사에게 자문을 구해보기도 했다. 홍씨는 “사람들이 고양이는 도도하다고 하는데 고양이마다 다르다”며 “지금 키우는 고양이들은 애교가 많고 잘 때도 같이 잔다. 장난감으로 놀아줘야 하고 화장실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충분한 공간과 놀이시간을 갖는 것이다. 김재영 회장은 “고양이들은 영역 동물이다 보니 자기만의 밥그릇, 물그릇, 화장실 등이 필요하다”며 “하루에 15분씩 2~3번 이상은 장난감으로 놀이 운동을 시켜 사냥 욕구를 해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흔히 고양이는 독립적으로 사냥도 하고 먹이 구할 수 있는 동물이라 생각하지만, 관리를 해줘야 식욕 부족, 지방간 등 건강 질환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세연 객원기자 seyouny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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