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포획되어 다시 산으로 방생?
유기된 집토끼의 흔적 쫓아보니…
유기된 집토끼의 흔적 쫓아보니…
영상 김수현 제공
지난 16일, 중랑천 근처 산책로에서 토끼가 출몰했다. 이날 밤 10시45분 경 서울 노원구 창동 녹천교 근처 산책로에서 달리기를 하던 김수현씨는 공원의 스케이트보드장에서 119대원 대여섯 명이 그물과 케이지를 들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동물을 잡으러 가는 것 같아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며 “이후 구조대원들이 풀 쪽으로 그물을 휘둘렀더니 토끼가 사람들이 있는 보드장으로 나왔고 그때 그물로 토끼를 포획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중랑천에서 토끼를 포획한 노원소방서 구조대원에 따르면, 포획된 토끼는 야생토끼가 아닌 애완용 집토끼였다. 구조대원들은 주인을 찾을 수 없어 몇 시간 데리고 있다가 근처 산에 방생해주었다고 한다. 소방서 관계자는 “개의 경우에는 동물구조협회로 보내지만, 토끼 구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방생했다”고 전했다.
도시 주변을 배회하는 유기된 집토끼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개나 고양이 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수의 토끼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상 유기동물 공고에 올라 있다.
2017년 7월1일부터 9월21일까지 등록된 유기동물은 총 2만8857마리다. 이 가운데 개와 고양이를 제외한 기타 동물 유기 건수는 총 313건이며, 토끼는 이들 중 37%를 차지하는 117건이 등록돼 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의 이은영 대리는 “토끼 역시 개나 고양이와 같이 입양되거나 공고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서울 도심에서 토끼들이 가장 많이 발견된다는 ‘토끼들의 아지트’다. 올림픽공원의 한 관리인은 “가끔 (토끼가) 발견된다. 뛰는 속도가 느린 것으로 보아 발견되는 토끼 대부분이 유기된 집토끼인 것 같다”고 전했다. 1시간30분 동안 공원 근처 몽촌토성을 걸었지만, 이날 따라 토끼는 발견할 수 없었다. 토끼굴도 찾지 못했다. 토끼굴을 방치해두면 토끼가 점점 구멍을 깊게 파고 든다. 거기에 물이 고이면 토성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원 관리 직원들이 순찰하며 토끼굴이 보일 때마다 구멍을 메운다고 한다.
한편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따르면 “토끼는 구조되어 들어오면 입양이 잘 되는 편”이라고 한다. 실제 동물보호관리시스템 공고에서도 유기된 토끼 117마리 중 52%인 61마리가 입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토끼 전문 동물병원인 한솔동물병원 원규정 원장은 토끼의 입양률이 높은 이유가 “강아지보다 키우기 쉽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토끼는 짖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고 강아지보다 손이 덜 간다. 또한 경제적인 면에서도 양육비가 더 저렴하다”는 것이 원 원장의 설명이다.
또 구조된 토끼들은 안락사 비율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원 원장의 말에 따르면 자연사보다는 병사가 많다고 볼 수 있다. 토끼가 다른 동물에 비해 자신의 병을 숨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원 원장은 “토끼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하단에 위치하는 초식동물이므로 늘 육식동물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좀처럼 아픔을 표현하지 않는다. 이런 습성이 집에서 기를 때까지 남아있어 보호자가 눈치채지 못하고 병이 진행될 수 있다. 토끼의 병이 진행되어 한계상황에 이르게 되면 몇 분 사이에 죽음에 이르기 때문에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것을 자연사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지인 교육연수생 yji9410@gmail.com, 신소윤 기자
토끼는 기르기가 쉽고 경제적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아 유기 이후 재입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기 토끼 포획 시 이후 일정한 방침이 없어 다시 방사되기도 한다. 권복기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