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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시골 신부의 떠나간 반려동물을 위한 기도문

등록 2017-09-29 07:12수정 2017-09-29 11:23

[애니멀피플] 나의 소중한 동물친구를 떠나보내는 법
가톨릭농민회 이동훈 신부 전한 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절차
“슬픔 승화하는 과정 잘 밟아야 다른 생명에게 사랑 확장된다”
한 반려동물 보호자가 죽은 동물의 장례를 치르며 애도하고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한 반려동물 보호자가 죽은 동물의 장례를 치르며 애도하고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반려인들은 어떻게 이들의 죽음을 애도해야 할까. 충분히 슬퍼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각박한 사회에서 적어도 떠나보내는 순간이라도 예를 다할 수는 없을까. 강원도 횡성에서 귀농학교를 운영하는 이동훈 신부는 그런 고민을 하는 이들을 위해 반려동물 장례에 필요한 예식 과정과 기도문을 정리했다.

이동훈 신부는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폐교인 금내분교를 임대해 가톨릭농민회에서 운영하는 귀농학교를 꾸리고 있다. 귀농학교 마당에는 닭과 개, 고양이가 산다. 4마리에서 시작한 닭은 70마리가 되었고, 개들은 10년 전 장애인 시설에서 일할 때부터 시작해 충북 제천의 성당을 거쳐 이 곳까지 함께 왔다. 고양이는 본래 키우던 고양이가 두 마리에 최근에 한 마리가 더 합류했다. 동네 길고양이였는데, 몇 번 밥을 얻어먹으러 와서 ‘마당냥이’가 되더니 그냥 눌러 앉아버렸다.

지난봄, 이동훈 신부는 키우던 개의 죽음을 겪었다. 서울 사는 지인이 못 키우겠다가 횡성에 보낸 푸들이었다. 1살가량된 푸들 마루는 사람을 잘 따랐다. 원래 키우던 커다란 개들과 분리해 마당에서 키웠는데 이동훈 신부가 가는 곳 어디든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던 중 집 바로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지난 여름에는 유독 예뻐하던 병아리 한 마리가 하얀 털을 뽐내며 자라고 있었는데 사고를 당해 죽었다.

애정을 쏟던 동물들이 연거푸 죽음을 맞아 당혹스러워 하던 가운데 도시에 사는 지인이 키우던 강아지가 죽음을 맞아 이동훈 신부를 찾아왔다. 횡성에서 반려견의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것. 그 강아지를 보내며 기도문을 급히 찾았다. 인터넷에서 미국의 종교인이자 동물권활동가인 래비 배리 블록이 쓴 기도문을 찾았다.

기도문은 아이들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것으로 나뉜다.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아이들이 가장 슬퍼하는 당사자일 경우가 많고, 죽음이 낯설고 공포스러우므로 아이들을 배려한 기도문을 더했다. 성경 가운데 시편 104장과 145장, 묵시록 21장과 1장5절도 동물을 위한 장례에 적합하다 생각해 함께 붙였다. 예식은 사람의 천주교식 장례식을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이제는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조차 잘 하지 않을 정도로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예전보다 깊고 넓어졌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애도도 필요하죠. 사람처럼 부고를 날리거나 삼일장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가운데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기도문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동훈 신부는 반려동물이 죽어 화장을 한다면 수목장을 하길 권하기도 했다. “죽음 당시에는 슬픔 때문에 경황이 없지만, 그 이후에 삭히고 관리를 이어나가는 게 중요해요. 기억에서 없어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많이 서운해지잖아요. 나무라는 또다른 생명을 통해 그 동물을 기억하고, 이런 마음으로 사랑이 확대되고 죽음이 승화되면 좋을 거라 생각해요.”

이동훈 신부와 함께 기도문을 읊으며 장례를 치른 지인은 동백 묘목을 사와 마당에 심었다고 한다. 먼저 간 개의 이름은 '산다'. 일본어로 동백이라는 말이기도 해서다.

이동훈 신부가 쓴 반려동물을 위한 예식 절차와 기도문은 아래와 같다. 종교가 다른 반려인이라도, 황망한 상황을 정돈하는 과정으로 참고할 만하다.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식 절차

1) 천으로 반려동물의 시신을 두르고 적당한 크기의 상자에 안치한다. 이를 잠시 안치할 수 있는 응접실 같은 장소를 마련한다. 상자 가까이 애도를 할 사람들을 세우고, 초와 동물의 사진을 테이블에 놓아둔다.

2) 반려동물이 안치된 방에서 예식을 시작한다.

3) 시편 104장과 145장을 읊는다.

4) 묵시록 21장과 1장5절을 읊는다.

5-1) 아이들을 위한 기도문

주 우리 하느님, 오늘 우리는 슬퍼하며 당신 앞에 왔습니다. 우리의 삶에 너무 많은 기쁨을 안겨주었던 (반려동물 이름)이 이제 죽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품에서 행복했던 그의 시간이 끝났습니다. 우리는 벌써 그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오, 하느님 그와 함께 한 좋은 시간을 기억하도록 도와주세요. 그가 우리집에 가져온 행복한 시간을 기뻐하도록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십시오. 우리가 그에게 주 복되고 행복한 삶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하느님, (반려동물 이름)을 창조하시고 그를 우리의 보살핌에 맡기시고, 그동안 우리의 사랑 안에서 그를 보호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모든 생명이 죽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느님, 하지만 우리는 (반려동물 이름)과 하루 만이라도 더 놀며, 사랑의 저녁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하느님, 우리가 삶에서 (반려동물 이름)을 돌보았듯이 당신께서 그/음에서 돌보아 주시기를 청합니다. 당신은 (반려동물 이름)을 우리의 보살핌에 맡기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를 당신께 돌려드립니다. (반려동물 이름)이 당신 사랑의 품 안에서 행복한 새로운 집을 찾을 수 있게 해주소서.

우리가 (반려동물 이름)을 기억함으로서 우리가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하소서. 우리가 축복받은 (반려동물 이름)의 생명을 보호하였듯이,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모든 창조물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돌보게 하소서. 그에 대한 기억으로 우리 삶을 영원토록 사랑과 보살핌으로 축복해 주소서. 아멘.

5-2) 어린이가 없을 경우에 쓰는 짧은 양식. 필요에 따라 ‘우리’를 ‘나’로 바꿔도 된다.

오 우리 주 하느님, 삶에서 그토록 큰 기쁨을 가져다 준 (반려동물 이름)이 죽었습니다. (반려동물 이름)을 창조하시고, 그동안 그를 저의 보살핌에 맡겨 주시고, 그가 준 모든 좋은 시간과 행복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습니다. 이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었지만 죽음의 현실은 힘들고 슬픕니다. 오 하느님, 저는 삶에서 (반려동물 이름)을 돌보고, 그의 죽음을 살폈습니다. 당신께서 그/그녀에게 생명을 주셨으니, 이제 저는 당신께 그를 맡깁니다.

(반려동물 이름)을 기억함으로서, 그에 대한 기억이 저로 하여금 제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돌보도록 이끌어 주소서. 또한 모든 창조물의 생명을 존중함으로서 당신을 찬미하게 하소서. 아멘.

6)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부른다.

7) 동물의 시신을 옮기며 성가를 부른다. 태양의 찬가, 가톨릭성가 2번 등.

8) 시신을 안치(또는 화장)한 뒤 아이들이 성수와 흙을 뿌려 무덤을 채울 수 있도록 돕는다. 무덤을 표시할 수 있도록 화분을 놓거나 꽃나무를 심는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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