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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문제는 사람인데, 모든 개에 입마개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등록 2017-10-24 13:37수정 2017-10-25 15:49

[애니멀피플]반려동물
독일에선 매일 운동 안 시키면 옆집서 신고
구입과 입양 어렵게 하고 구마다 운동장 둬야
개를 대하는 문화와 태도부터 바뀌어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위탁운영 중인 보호소에 핏불테리어가 갇혀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위탁운영 중인 보호소에 핏불테리어가 갇혀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동물이 있습니다. 그 동물의 학명은 카니스 루푸스 파밀리아리스(Canis Lupus Familiaris)입니다. 이름에 ‘가족’이 들어가는 이 동물은 적어도 1만년 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다른 가축을 지키거나 인간의 사냥을 도우면서 시작된 개와 인간의 관계는 점차 다양한 목적으로 세분되었습니다. 인간은 개의 뛰어난 후각과 청각을 이용해 마약이나 폭발물을 탐지하는 일을 시키기도 하고 시각장애인의 안내를 맡기기도 합니다. 물론 어떤 개는 먹기도 했고 투견이나 경주에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21세기인 지금 개는 ‘반려동물’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사회에서만 1000만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족이라는 이름의 동물이 어쩌다 논란의 중심에 섰을까요?

지난 몇 달 사이에 개에게 인간이 물린 사고가 수차례 일어났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이 ‘개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인간을 문 개를 안락사시키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심지어 개를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목소리가 퍼지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의 위험성’이라는 문제가 어느새 ‘위험한 개’라는 문제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실제로 ‘위험한 개’를 법으로 더 강력하게 규제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간 법안도 눈에 들어옵니다.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씌우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과연 우리 인간은 개라는 동물과의 오랜 관계를 이런 방식으로 다시 설정해야 할까요? 진짜 문제가 개들에게 있을까요? 아닙니다. 문제는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관계를 맺은, 그들의 목숨을 손에 쥐고 있는 우리 인간에게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는 1000만 마리의 반려견이 인간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수치로만 보자면 한국인 다섯명 중 한 명은 개와 함께 살고 있다는 뜻이겠죠. 이런 통계로만 보면 한국인은 개와 꽤 친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와 함께 사는 개의 수에 비해 정작 우리의 문화나 태도는 그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먼저 개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문제부터 짚어봐야겠네요. 사실 이 모든 것은 개와 함께 사는 사람, 다시 말해 ‘주인’의 문제니까요.

목줄을 안 한 상태로 개와 산책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그들이 취하는 태도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태도입니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겁니다. 상당히 위험한 태도입니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을 장담할 때 언제나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인간이 개에 물린 사고 중 상당수가 목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개에게 물린 인간이 사망하는 경우도 생기고 회복 불가능한 심신 장애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문제를 일으킴으로써 우리 사회 공동체 내에서 함께 개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줍니다. 목줄을 하지 않는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아직도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개의 주인들도 많고, 하루에 한 번씩 산책하지 않는 이들도 많습니다.

다른 개와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는 경우도 많이 목격됩니다. 여기에 흔히 불임 수술이라 알려진 중성화 수술에 대한 잘못된 부정적 인식도 한몫합니다. 개 물림에 관한 미국의 누리집을 보면, 개가 인간을 물거나 다른 개를 무는 사고의 80%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수컷입니다. 여기엔 또 사회적 제도와 장치들이 부재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옆집 개가 하루라도 산책을 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면 이웃이 경찰에 신고합니다. 동물 학대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베를린 시민들은 하루에 세 번 정도 산책을 시킨다고 합니다. 직장 출근 이후 퇴근 전까지는 산책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뉴욕에는 2017년 기준으로 맨해튼에만 29개의 반려견 운동장이 있습니다. 뉴욕주 전체로 넓히면 무려 100개가 넘습니다.

서울은 어떨까요? 서울엔 약 80만 마리의 개와 인간이 함께 살고 있지만, 지자체가 운영하는 반려견 운동장은 네 곳이 전부입니다. 그나마 굉장히 어렵게 만들어진 곳들입니다. 그러니 개와의 산책은 대부분 일반공원에서 이루어집니다. 공원은 개를 키우는 사람, 개를 싫어하는 사람,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두 이용합니다.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필자의 개 루돌프가 밤에 공놀이하고 있다. 루돌프는 5살이고 중성화 수술을 한 수컷이다.
필자의 개 루돌프가 밤에 공놀이하고 있다. 루돌프는 5살이고 중성화 수술을 한 수컷이다.
루돌프.
루돌프.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씌운다거나 위험한 개와 그렇지 않은 개를 종으로 구분한다는 식의 접근은 아무래도 틀렸습니다. 개를 키우는 사람의 태도가 그대로인데, 개와 함께 사는 문화가 그대로인데, 개와 우리 사회가 맺은 관계가 그대로인데 당장 입마개를 씌우는 것이나 법으로 특정 견종을 위험한 개로 규정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에 대해 반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개를 사거나 입양 받는 과정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개를 키우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 마트에서도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죠. 만일 이 과정이 충동적일 경우, 그렇게 데려온 개가 유기견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상당히 큰 것도 현실입니다. 여러 장치를 둘 수 있을 것 같군요. 우선 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개와 함께 살고자 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는 거죠. 지자체는 관련 시민단체나 수의사 등의 도움을 받아 교육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겠고요.

그렇게 해서 마련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시민들에게만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겁니다. 그리고 반드시 허가된 업체에서만 개를 번식시킬 수 있도록 법을 바꾸고, 일반적인 가정의 개에 대해서는 중성화 수술을 의무화하면 무분별한 번식으로 인한 개체 수 증가와 유기견 발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공격적인 성향을 띄는 개들도 크게 줄어들겠죠.

당연히 반려견들을 위한 운동장 등의 시설을 두루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우선 개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시민들과 개들을 물리적으로 분리함으로써 마찰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더불어 개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전반적으로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게 되는 효과도 있겠습니다. 종국엔 구 단위로 운영해야겠네요. 개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해 운동장으로 가는 것은 알레르기 유발 등 다른 문제를 빚을 수 있으니까요. 누구나 어디서나 접근하기 쉬운 동네운동장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현재 지구 위에 존재하는 개들은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입니다. 그리고 견종의 약 90%는 고작 지난 100년 이내에 새롭게 만들어진 종이라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순수 혈통의 개’라는 허울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 때문에 모든 견종은 저마다의 유전적 결함을 지닌 채 태어납니다. 리트리버는 대부분 암으로 사망하고, 그레이트데인은 자기 몸집을 감당할 수 없는 작은 크기의 심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킹찰스스파니엘의 3분의 1은 자신의 뇌보다 작은 두개골을 가지고 태어나며 퍼그나 불도그 같은 개들은 제대로 호흡조차 하지 못하는 구강구조로 태어나기도 합니다. 모두 인간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동물의 목숨을 담보로 관계를 맺습니다. 인간은 이 관계에서 아주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일련의 사건·사고들은 우리가 개와 맺은 관계에서 우리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성급하고 감정적인 판단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모든 문제는 우리 인간에게 있습니다.

글·사진/최황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활동가, 애니멀피플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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