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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개의 공격성을 방치하는 것도 동물학대

등록 2017-10-25 11:57수정 2017-10-25 15:28

[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사고 관리 규정에도
효율적이고 인도적인 고민 필요해
반려인 책임감 강화한 해외의 경우
개물림 사고 넘어 유기·소음분쟁도 해소
나쁜 동물보다 나쁜 주인 아닌지 살펴야
한 개가 훈련사에게 행동교정훈련을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개가 훈련사에게 행동교정훈련을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6일 서울의 한식당 대표가 가수 최시원이 기르던 반려견에게 물린 후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이 알려지면서 ‘개물림’에 대한 논란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동물을 안락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정부는 맹견 범위 확대와 함께 목줄을 하지 않은 개를 신고하면 포상하는 ‘견파라치’법도 도입한다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식이나 ‘물면 무조건 안락사’같은 극단적인 규정보다 효율적이고 인도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개물림 사고 줄인 ‘책임 있는 반려동물 주인인식 조례’

캐나다 캘거리는 북미에서 가장 효과적인 동물관리시스템을 가진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2006년 캘거리는 개물림 사고를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규정을 담은 ‘책임 있는 반려동물인식 조례(Responsible Pet Ownership Bylaw)’를 제정했다.

조례에 따르면 개가 사람에게 상해를 입혔거나 다른 개를 죽였을 경우, 개의 주인은 재판을 받는다. 주인은 1만 달러 이상의 벌금이나 실형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은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개를 ‘사나운 개(Vicious dog)’로 등록하게 할 것인지, 안락사 할 것인지 등 동물의 처리방법을 결정한다.

많은 국가나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캘거리에서도 동물의 공격성향에 따라 안락사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일부 언론의 보도대로 ‘사람이 다쳤으면 바로 안락사’하지는 않는다. 재판을 통해 법정최고형을 선고할지 결정하는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정황을 판단하고 수의사, 동물행동전문가 등의 평가를 거쳐 안락사 여부를 결정한다. 교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공격성을 보이거나 극도로 불안정한 정신 상태 때문에 반려동물로 살아가기 어려운 동물의 경우에는 오히려 안락사가 동물의 복지를 위한 결정이 될 수도 있다.

‘사나운 개’로 등록하게 되면 의무적으로 내장형 칩 이식과 중성화 수술을 하고, 매년 269 달러의 등록세를 지불해야 한다. 공공장소에서는 1미터 이하의 목줄과 입마개를 채워야 하고, 집에는 ‘개 조심’이라는 표지판을 붙여야 한다. 사유지에서도 격리 가능한 사육장(enclosure)이 있어야 하고 18세 이상의 성인이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그러나 맹견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시에서는 동물행동전문가의 교육을 지원한다. 위험한 개는 매년 행동 평가를 받고, 행동이 교정돼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위험한 개 상태에서 해제될 수 있다.

맹견에 대한 단속 규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캘거리 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동물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집배원이나 주차단속요원처럼 사고 위험에 노출된 직업군에는 개물림 사고 방지 교육을 제공했다. 반려동물 등록제 홍보와 단속으로 동물등록율은 90퍼센트 이상을 기록했다. 주인 없이 동물을 묶어 놓고 방치하는 행위나 적절하지 않은 방법으로 운송하는 행위 등 공격성을 키울 수 있는 사육방법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시에는 총 24명의 동물관리담당 공무원이 순찰을 돌며 개 소음 분쟁부터 유실·유기동물 구조, 개물림 사고까지 관리한다. 2010년에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중성화수술 지원을 실시했다.

그 결과, 1985년 2,000건에 달하던 개물림 사고는 2014년 252건으로 감소했다. 시 인구와 반려동물 숫자가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확연한 효과다. 유기동물 반환율은 87퍼센트로 증가했다. 시에 따르면 행동교정 교육으로 ‘사나운 개’로 지정된 개의 90퍼센트 이상이 1년 후 지정 해제되는 추세라고 한다.

급증한 반려동물가구 수나 시장의 크기만큼 반려인들의 책임의식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위험한 개에 대한 판단은 객관적으로 실시하되, 통제와 처리는 인도적인 기준이 지켜져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급증한 반려동물가구 수나 시장의 크기만큼 반려인들의 책임의식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위험한 개에 대한 판단은 객관적으로 실시하되, 통제와 처리는 인도적인 기준이 지켜져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나쁜 동물’대신 ‘나쁜 주인 처벌법’

반려동물 가구가 40퍼센트에 달하는 미국에서는 매년 개에게 물리는 사고가 4백50만 건 이상 발생한다. 개물림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1980년대에서 90년대 사이 대부분의 주에서 개물림 법(Dog Bite Law)을 제정했다. 대부분 몇몇 종을 지정해 사육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특정 견종에 관한 법률(Breed Specific Legislation)’이었다. 그러나 사고 발생률이 감소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모든 개 소유자에게 적절한 사육관리를 강제하고 어길 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 21개 주에서 종을 특정하지 않는 개물림 법(Breed Neutral Legislation)을 시행 중이다.

오하이오 주의 톨레도 시는 2010년 동물관리에 초점을 맞췄던 개물림 관련 조례를 부주의한 동물 소유자를 처벌하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경찰이나 정부당국이 ‘위험한 개’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전문 훈련사와 동물행동전문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 때 개의 성향뿐 아니라 사육환경과 주인이 개를 기르는 방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위험한 개로 지정되면 철저한 관리는 물론이고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을 때 10만 달러 이상 보상 가능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개는 행동교정훈련을 이수해야 하는데, 위험한 개는 1년, 위협적인 개는 5년 동안 피해사고가 없으면 평가를 통해 지정이 철회될 수 있다.

톨레도의 조례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개가 공격성을 보이도록 사육하는 것도 학대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개를 학대하거나, 방치하거나, 주인 없이 24시간 이상 혼자 두거나, 타인을 희롱, 위협, 협박하는 등 범죄의 도구로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물게 해 상해를 입히도록 하는 행위“는 모두 공공안전을 위해하는 행위로 규정해 민·형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고, 동물을 압수당할 수 있다. 해당 행위로 1회 이상 처벌받거나 위험한 개에 대한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동물을 압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4년 동안 어떤 동물의 소유도 금지할 수 있다.

통제에도 절차가 필요하다

단순히 맹견 종만 확대하거나 과학적 근거 없이 통제 기준과 방법을 정하는 정책, 무엇보다 무조건 동물을 혐오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사람과 동물 모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위험한 개에 대한 판단은 객관적으로 실시하되, 동물을 통제하거나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도적인 기준이 지켜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위험한 동물이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가 반려동물을 관리하려면 동물등록제가 필수적인데도 우리나라의 동물등록율은 5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무나 쉽게 기를 수 있고, 아무렇게나 길러도 제재를 받지 않는 것도 문제다. 동물 번식과 판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모든 반려동물 소유자가 지켜야 할 사육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중성화 수술에 대한 편견이 있지만, 원치 않는 번식을 막고 행동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권장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법적 통제를 반대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법제도도 인식개선 없이는 제대로 실행되기 어렵다. 반려동물가구 천만시대라고 하지만, 늘어난 동물의 숫자나 시장의 크기만큼 반려동물 책임의식은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 이번 사고가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는 것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동물에 대한 인식을 돌아보고,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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