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래브라도 한 마리가 반려인과 함께 산책을 나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우리와 일상을 공유하는 반려동물들은 이 사회의 시민일까, 아닐까.
반려동물에게 시민의 자격을 부여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존중하고자 하는 작은 움직임이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을 하는 반려인들 사이에 ‘스타 계정’인 ‘펫시민’(@pet_allowed_korea)은 시민들끼리 반려동물 동반 공간 정보를 공유한다. 팔로워 수가 1만2천 명에 달하는 펫시민의 피드에는 580여 개의 반려동물 동반 공간이 게시돼 있다. 동물과 사람의 건강하고 안전한 공존을 꿈꾸는 펫시민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펫시민 운영자 오수진씨는 반려동물과 함께 상경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계정을 만들었다. 본업이 따로 있는 그는 아이티(IT)기업 마케팅 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4년 반려견과 함께 서울에 온 오씨는 도시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은 시골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절감했다. 시대와 환경이 변함에 따라 반려동물에게도 ‘도시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본인과 같은 반려인을 위한 기관이나 회사를 찾을 수 없어서 직접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었다.
펫시민 계정은 시민들의 제보로 운영된다. 반려인들이 직접 가본 공간을 ‘펫시민’, ‘반려동물동반’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게시하여 제보하는 형식이다. 애견카페나 강아지 운동장 등 한눈에 반려동물 전용 공간임을 식별할 수 있는 공간은 제외된다. 사전에 반려동물 동반 여부를 알아야만 이용할 수 있는 평범한 식당이나 카페에 대한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얻을 수 있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펫시민이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제보가 적어 직접 반려동물 공간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일과 병행하기 때문에 밤을 새우는 일도 잦았다. 당시 오씨는 “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하느라 이러고 있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약 300여명의 시민의 제보로 500여개의 공간을 게시할 만큼 성장했다. 제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약 120여개의 게시물이 대기하고 있다. 오씨는 함께 계정을 운영할 운영팀까지 구했다.
펫시민의 인기가 높아지자 여러 스타트업 기업에서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오씨는 ‘펫시민’이 이만큼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정보를 모아둔 데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씨는 “펫시민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수백명의 시민들과 함께 만든 콘텐츠예요.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결과를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업화 제안에 덥석 답할 수 없었어요”라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오씨는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라는 표현에 ‘비반려동물 인구 삼천만 명’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당연하고 이를 대비하는 공공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을 계기로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반려동물 행동교육 프로그램 ‘펫, 시민으로 살다’를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 참여 경쟁률이 무려 10대 1이나 되었다.
오씨는 식당과 카페 외에도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러 분야의 활동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씨의 꿈은 “어떤 형태의 무엇이 되었든 반려가족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많아지도록 동물도 시민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슬 교육연수생
sb02208@naver.com,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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