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개식용 금지 입법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대만 동물보호단체 이스트의 유민 활동가가 발표를 하고 있다.
반세기 전 유기견을 잡아서 고기로 먹던 대만은 지난 4월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개·고양이를 먹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했다. 대만의 동물보호단체 이스트(EAST, Environment & Animal Society of Taiwan)의 유민 활동가는 “대만 상황이 한국과 유사했다”며 대만의 동물보호법 발전사를 소개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동물권단체 케어 주최로 열린 ‘개식용 금지 입법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 2017’에서는 개·고양이 식용을 금지한 동물보호법이 통과된 대만 사례가 소개됐다. 연사로 나선 유민 활동가는 “대만에서는 개고기가 산업화되는 것을 반대했다. 대만 사례가 한국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말을 시작했다.
그의 발표를 들어보면, 대만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유기견 문제가 심각했다. 1949년에는 유기견을 잡아서 동물원 맹수사에 먹이로 던져줬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또 1995년께에도 보호시설에서 유기견이 굶어 죽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안에 갇힌 개를 산채로 물에 넣어 죽인 사례도 있었다.
유기견에 대한 사회문제는 동물복지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고 유민 활동가는 설명했다. 1997년 야생동물보육법이 동물보호법으로 개정되면서 동물보호법의 역사는 시작됐다. 이 법을 통해 공공장소에서 도살이 금지됐고, 인도네시아에서 불법으로 수입하는 오랑우탄 사육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어 2001년에는 경제적 목적을 위한 반려동물 도살을 금지하는 내용, 2007년 개나 고양이를 죽이는 것과 동물의 사체를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동물 관련 법에 명시됐다. 이때 서커스에 야생동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도 법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나아가 올해 4월 개나 고양이를 식용으로 할 수 없다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했다고 유민 활동가는 전했다. 개나 고양이를 먹을 경우 5만 TWD(약 180만원)에서 최대 25만TWD(약 9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는 “과거 대만 사람들은 ‘단백질 보충’을 이유로 개고기를 많이 먹었지만, 이제는 불법이다. 타이나 베트남 사람들이 대만에 와서 개고기를 먹는 경우가 있는데 불법임을 알리고 안 먹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경우 개 식용 금지를 입법화하기 전에 개 도살과 개 식용을 줄여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스아시아 수키 뎅 활동가가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행사를 후원한 홍콩의 ‘세계개연합’(World Dog Allliance)과 중국의 동물단체 ‘애니멀아시아’(Animals Asia) 등이 참가해 개식용 금지 활동을 소개했다.
세계개연합 젠린 대표는 “민주주의 국가이자 경제 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아직도 개를 먹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앞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애니멀아시아의 수키 뎅 활동가는 이날 발표에서 “중국에는 동물보호법이 전혀 없다. 하지만 여론조사결과 2만명 중 70%가 개·고양이는 인류의 친구로 보호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이런 의견에 귀를 열고 있어 개고기 식당 130곳이 강제로 업무를 종결하거나 메뉴를 바꿨다”라며 “정부의 참여와 대중의 인식이 개 식용을 종식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육견협회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국회도서관 정문 앞에서 개고기 합법화 요구 1인 시위를 하고 행사장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글·사진/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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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정문 앞에서 대한육견협회 관계자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